‘풍년가’가 매년 울려 퍼지고 있지만 쌀 생산농가들은 풍년이 반갑지 않다. ‘풍년의 저주’처럼 쌀 소비가 매년 급감하기 때문이다. 농정당국이 대책 마련에 분주하지만 뚜렷한 돌파구는 없어 보인다. 쌀을 많이 소비하는 일은 밥을 많이 먹는 노력, 각종 가공식품 개발 모색과 직결된다. 경남농협과 공동으로 쌀 생산과 소비 실태, 쌀 판매 확대 대책과 가공식품 확대 대책, 아침밥을 먹어야 하는 이유 등에 대해 분석한다.
올해 전국의 쌀 생산량은 432만7000t이다. 지난해 424만1000t보다 2% 늘었다. 시·도별로는 전남 86만6000t, 충남 82만8000t, 전북 70만1000t이며, 경남은 38만9866t으로 전년보다 3.5%가 증수됐다.
연도별 생산량을 보면 2010년 430만t, 2011년 422만t, 2012년 401만t, 2013년 423만t, 2014년 424만t, 2015년 433만t으로 6년 연속 대풍이다.
◆재배면적 줄어도 생산량은 증가= 전국 쌀 생산농가의 재배면적이 줄었는데도 쌀 생산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올해 쌀 재배면적은 79만9344㏊로, 지난해 81만5506㏊보다 2%가 줄었다.
쌀 재배면적은 전국의 택지개발 확대와 아파트 등 건물의 신축, 밭작물 재배 전환 등의 영향으로 감소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10a당 쌀 생산량은 올해 542㎏으로 나타나 지난해 520㎏보다 4.2%나 증수됐다.
◆생산, 재배기술 선진화·기후 영향 커= 쌀 생산량이 증가하는 이유는 재배기술 선진화와 기후의 영향이 가장 크다.
올해는 고품질 다수확 품종의 재배 확대와 양호한 기상여건으로 이삭당 낟알 수 증가와 9월 등숙기(곡식이 여무는 시기) 이후 적은 비와 풍부한 일조시간으로 낱알의 충실도가 높아졌다. 또 전 생육기간 동안 적합한 기후유지와 등숙기에 밤낮의 큰 기온차로 이삭의 번식이 왕성하면서 결실률도 높아져 수량이 증가했다.
여기에 생육기간 태풍 피해가 없었으며, 충분한 일조시간으로 병충해 피해도 적게 발생했고, 조기에 사전관리를 철저히 해 피해율이 감소됐다.
◆소비, 식단 서구화로 소비량 감소= 쌀 생산량 증가에 반해 소비는 해마다 급감하고 있어 생산농가와 농정당국의 근심이 크다.
쌀 소비량이 감소한 이유는 경제발전에 따른 소득 증대와 세대교체가 주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우리 밥상이 쌀과 곡물 위주에서 축산물 중심으로 서구화된 것도 쌀 소비 감소에 한몫했다.
30일 경남농협에 따르면 1인당 쌀 소비량은 지난 1980년 이후 계속 줄어드는 추세이며, 잡곡을 포함한 기타 양곡 소비량은 2년 연속 증가 추세다.
올해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178.2g으로 전년에 비해 5.8g(3.2%) 감소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 1963년 통계 작성 이후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이 가장 많았던 1970년 373.7g의 47.7%에 불과한 수준이다. 밥 한 공기를 쌀 100g으로 가정하면 하루에 밥을 두 공기도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1인당 연간 기타 양곡 소비량은 8.7㎏으로 전년보다 0.6㎏(7.4%) 늘어나 2년 연속 증가했다. 기타 양곡 중 잡곡(25.0%), 두류(19.0%), 고구마와 감자 등 서류(3.7%) 등이 증가세를 나타냈다. 잡곡을 중심으로 한 기타 양곡의 소비 증가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때문이다.
김진국 경남농협 본부장은 “쌀 소비량 감소에 반해 밀 소비량이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식생활의 서구화와 인스턴트화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빵, 파스타, 햄버거, 피자, 라면 등과 같은 서구식품의 확산과 인스턴트식품의 일상화는 쌀 소비를 감소시키고 밀 소비를 증가시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내 산지농협 재고량 전년보다 8%나 늘어= 지난해 말 정부에서 보관하고 있는 쌀 재고량은 83만8000t이며, 여기에 지난 8월 기준 137만4000t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올해 풍작에 따라 쌀 재고량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경남농협이 밝힌 지난 12일 현재 도내 산지농협의 원료곡 재고량은 5만6757t으로, 전년비 4188t(8%)이나 증가했다.
쌀 재고량이 늘어나는 이유는 소비가 해마다 줄기 때문이다.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매년 2㎏씩 줄어 연간 10만t 이상 감소하고, 2015년부터 매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저율할당관세(TQR) 물량 40만8700t과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매년 30만~40만t 이상 지원하던 대북 쌀지원 중단 등 원인이 맞물려 쌀 재고가 늘어나고 있다.
조윤제 기자 cho@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