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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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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스웨덴 스톡홀름 여행

드넓은 호수 위 역사, 지성, 예술의 조각들

  • 기사입력 : 2015-12-02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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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동쪽을 차지하고 있는 스웨덴은 북유럽에서 가장 큰 나라이다. 동쪽에는 핀란드, 서쪽에는 노르웨이가 있고 남쪽은 올레순 해협을 끼고 덴마크와 마주보고 있다. 스웨덴의 나라 이름은 한때 바이킹으로 이름을 떨친 ‘스베아르족’의 스웨덴어 스베리예에서 비롯됐다. 국토의 절반 이상이 삼림으로 덮여 있고 10만여 개나 되는 호수가 곳곳에 흩어져 있는 나라다. ‘숲과 호수의 나라’인 스웨덴은 여느 북유럽 국가들처럼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상징되는 복지 국가로도 유명하다. 노벨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 뮤지컬 ‘맘마미아’의 ‘ABBA’가 스웨덴 출신이고 말괄량이 삐삐의 탄생지이기도 하다. 저가형 조립식 가구 브랜드 ‘이케아’ 역시 스웨덴에서 처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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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망대서 바라본 리다르홀멘섬 감라스탄지구. 중세의 모습이 가장 잘 보존된 마을로 꼽힌다.

    해마다 12월 10일 되면 온 국민의 자부심 속에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문화의 도시 스톡홀름은 운하를 갖춘 북유럽의 베니스답게 운치가 흐른다. 7월의 여름날 스톡홀름을 찾았다.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높은 하늘과 상큼한 바람과 기온이 우리나라 초가을과 비슷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상쾌한 북구의 공기가 온 몸을 훑고 지나갔다. 뜨거운 7월의 여름만 겪어본 나로서는 상큼한 7월의 한여름이 어색했지만 여행하기 딱 좋은 사랑스런 날씨였다.

    스톡홀름 여행의 시작은 노벨상 수여식 파티가 열리는 시청사였다. ‘왕의 섬’으로 불리는 쿵스홀멘에 자리한 시청사는 스톡홀름을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멜라렌 호반에 자태를 비추고 있던 시청사는 베네치아 궁전의 영향을 받아 건축돼 시청사 건물이라기보다는 우아한 궁전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건물을 둘러싼 800만 개의 붉은 벽돌, 고딕풍의 창문, 106m 높이의 탑이 어우러진 외관도 멋지지만 시청사 건물의 최대 볼거리는 노벨상 수상 만찬회가 열리는 블루홀과 1900만 개의 금박 모자이크로 장식된 황금의 방이다. 특히 황금의 방은 노벨상 수상 파티의 무도회장으로 열린다고 하는데 금빛 일색인 황금의 방에서 무도회라니…. 상상만으로도 아찔한 흥분감이 돌았다.

    내부를 관람하고 시청사 탑에 올랐는데 지금껏 보아온 나선형 계단이 아니라 붉은 벽돌이 촘촘히 둘러 쌓인 곳을 미로처럼 빠져나가야 했다. 간간이 들어오는 햇빛 한 줌에 미로처럼 난 계단들이 너무 아름다워 가끔씩 발길을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106m 탑 꼭대기에 도착 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고 아래를 내려다본다. 어느덧 중독이 되어버린 높은 곳에 올라 그 도시를 한눈에 바라보는 일. 탁 트인 호수에 둘러싸여 옛 건축물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스톡홀름의 모습은 너무나 낭만적이고 우아했다. 여행을 다니면서 빼먹지 않고 꼭 하는 일이 있다. 내게는 엽서를 쓰는 버릇이 있다. 그 시간, 그 공간, 그때의 느낌을 가장 솔직하게 엽서에 꾹꾹 적어 한국의 친구들에게 가족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보내곤 했었다. 스웨덴 시청사에서는 사랑하는 친구 아들 녀석에게 엽서를 썼다. 훌륭한 사람이 돼 훗날 노벨상을 받았으면 좋겠고 엽서 속 사진처럼 노벨상 수상 만찬회가 열리는 스톡홀름 시청사에 이모를 꼭 초대해 달라는 바람을 적었다. 7월의 뜨거운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면서 시청사 테라스에 앉아 일광욕을 즐겼다. 유럽의 시청들이 가지는 공통점이 있다면 언제나 시민들과 여행객들의 자유로운 휴식공간으로 이용된다는 점이었다. 그 도시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공간에서 여유와 휴식을 즐기는 스웨덴 시민들이 샘날 정도로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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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벨상 수상자들의 만찬과 무도회가 열리는 스톡홀름 시청사.


    시청사에서 다리를 건너면 이어지는 리다르홀멘섬에는 감라스탄지구가 있다. 13세기에 형성돼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불리는 감라스탄은 중세시대 모습이 가장 잘 보존된 마을로 꼽힌다. 중세의 향취가 물씬 풍기는 구시가지 감라스탄은 스톡홀름 여행의 하이라이트이다. 다리와 터널로 이어진 이곳에는 왕궁, 대성당, 대광장, 국회의사당, 노벨 박물관, 증권거래소, 이름 모를 작은 교회들 그리고 아기자기한 예쁜 가게들이 즐비하다. 감라스탄 골목길을 걷다 보면 디자인 강국답게 개성 강한 가게들을 구경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유럽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왕궁과 왕궁을 지키는 근위병의 위병 교대식은 여행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인기 있는 관광 이벤트 중 하나이다. 위엄 돋는 포스로 서 있는 근위병 옆에서 기념 촬영을 해보지만 역시나 꿈쩍도 하질 않는다. 왕궁에서 반대쪽으로 걸어가면 대광장이 나오는데 스톡홀름에서 가장 오래된 광장으로 주위에 카페와 레스토랑이 늘어서 있고 여행객들과 시민들로 가득차 있었다. 실내에서 식사를 하는 우리와는 달리 야외 테라스에서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는 유러피언들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어느새 나도 그들의 문화에 동참하게 됐다. 광장 한쪽 카페에 앉아 커피를 한잔 마시며 사람들과 주변 풍경을 바라보다 보면 절로 행복함이 깊어졌다. 이토록 여유롭고 자유롭게 보이는 대광장이 과거에는 ‘스톡홀름 대학살’이 일어나 피로 얼룩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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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미술관 야경.


    대광장 한쪽에는 증권거래소와 노벨박물관이 있는데 1776년 세워진 증권거래소의 맨 위층에는 노벨상 수상자를 뽑는 아카데미 본부가 있다. 노벨박물관 안에는 노벨상의 역사와 역대 수상자에 관해 연대별로 소개하고 있다. 박물관보다도 나의 눈길을 끈 것은 다름 아닌 박물관 안의 카페였는데 수상식 만찬회 때와 똑같은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다. 유르고르덴 섬은 도심 속 오아시스이다. 유르고르덴은 스웨덴어로 ‘동물정원’이라는 뜻인데 과거 왕실의 사냥터로 이용됐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드넓은 숲과 놀이공원, 박물관, 요트선착장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는데 그중에서 스칸센은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 박물관이다. 스웨덴이 급격한 공업화로 전통을 잃어가는 것을 가슴아파한 한 개인이 자비로 전국에서 약 150동의 전통적인 건물을 모아 문을 열었다고 한다. 이곳에선 오래된 전통 가옥, 농가, 귀족의 저택을 만나 볼 수 있었다. 처음 보는 생소한 집들이 나의 발길을 붙잡는다. 그들의 삶을 그대로 재현하기도 하고 전통의상을 입은 여인들이 친절하게 설명도 해준다. 화려한 드레스가 아니라 그들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소박한 의상과 수줍은 미소에 괜시리 기분이 좋아졌다.

    왠지 삐삐가 살았을 것만 같은 집들이 즐비한 곳에서 삐삐처럼 머리를 땋고 신나게 사진 찍기에 심취하기도 했었다. 삐삐의 나라 스웨덴에서 삐삐처럼 사진 찍고 놀아보기. 나이를 잊고 어릴 적 동화책 속의 그녀가 되어 보는 일. 가끔은 살짝 일탈을 하다 보면 여행의 즐거움은 두 배가 된다. 7월의 스웨덴은 백야로 인해 해가 지는 시간이 꽤 늦지만 그만큼 더 매혹적인 일몰을 선물해줬다. 밤이 되니 더욱더 고혹적으로 변하는 시청사. 멜라렌 호반에는 아름다운 빛의 물결이 넘실거리고 구시가지 노천카페에서는 젊은 남녀의 로맨스가 피어난다. 나의 첫 스웨덴은 백야가 펼쳐지는 환상의 여름 여행이었지만 다음번에는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겨울 여행을 다시금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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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TIP

    △여행하기 좋은 시기는 여름이다. 밤 늦도록 해가 지지 않는 백야 시즌이지만 일교차가 심해 가벼운 외투를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겨울은 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내려가고 오로라를 볼 수 있는 라플란드 지역은 영하 30도 밑으로 내려가기도 한다.

    △스톡홀름카드를 구입하면 80여 개의 박물관과 관광지 입장료 대중교통과 자전거가이드 투어 등이 무료이다. 1일권은 450KR(한화 약 6만원). 모든 관광지의 입장료가 비싸서 (평균 150KR) 몇 군데만 가도 충분히 그 가치를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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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미정

    △ 1980년 창원 출생

    △합성동 트레블 카페 '소금사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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