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핏속에서만 용감하게 달리던 흑기사가 있었다
그때 아홉 개 조각난 얼음에 찔린 듯
그때 뜨겁고 붉은 입속에서 찌르던 것들 사라졌다
말할 것이 많았다 말할 것이
없었다
모든 것이 행동으로 환원되었다
검은 벽
검은 별과
검은 병이 뒤척이던
향기 나는 몸뚱이의 지진
그때 모든 이들은 노래할 이유가 없었으므로
그때를 향해 가수의 입술은 피어나고
우리는 지나간 허기에 대해
닫힌 대지처럼 굳게 입을 다문다
☞ 청춘? 청춘을 살아갈 때 청춘에는 늘 물음표가 붙는다. 밥 먹고 살기 힘든 세대의 청춘이든, 민주화 세대의 청춘이든, 삼포 세대의 청춘이든, 조선의 청춘이든, 고구려의 청춘이든. 이게 그 아름답다는 생의 꽃봉오리인가? 향기 나는 몸뚱이에는 지진이 일어나는데, 도처에 검은 벽들 별조차 검게 물들이고. 입속에 가득 찬 뜨거운 것들, 입 밖에 토해낼 수 없는 붉은 것들, 허기를 몰고 와 저녁마다 검은 술을 부른다.
청춘! 청춘의 품속에서 한참을 걸어 나와 문득 돌아볼 때, 청춘은 느낌표 하나로 멀리 서 있다. 이미 사라진 입속의 붉은 것들 꽃으로 피어나고, 잦아든 몸의 지진들 노래로 흘러와 심장의 박동이 된다. 청춘? 청춘! 시간은 마법의 손을 가지고 있다. 검은 술을 꽃으로 바꾸는. 이중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