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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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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남북 당국회담의 성공을 위하여- 김근식(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5-12-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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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남북 당국회담의 틀이 마련됐다. 장관급이 아니라 차관급이고 서울과 평양이 아닌 개성이지만 8·25 합의에 따른 남북 간 당국회담 개최가 가능하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애초에 우려했던 회담 대표의 격과 관련해 남과 북 모두 차관급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2013년 장관급 회담의 결렬을 반면교사로 삼아 우회로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신경전이 예상됐던 회담 의제와 관련해서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현안 문제’로 표현함으로써 사실상 의제를 구체적으로 합의하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 의제를 지나치게 고집함으로써 실무접촉이 결렬되는 위험을 피하고 일단 당국회담 자체가 성사되는 것에 의미를 둔 현실적 타협책으로 해석된다. 이른바 ‘합의하지 않기로’(agree to disagree) 합의하는 현명한 외교전술이 남북 모두에게 수용된 셈이다.

    이번 실무 접촉의 합의는 결과적으로 남북이 서로 대화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고 어렵게 마련된 당국회담의 판을 먼저 깨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예상되는 장애물과 이견에도 한마디로 ‘8·25 국면’은 이어가겠다는 남북 양측의 노력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어렵사리 마련된 남북 당국회담의 기회가 남북관계 개선의 지속적 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하려면 무엇보다 통일 대박론과 8·25 국면의 상충성을 해소해야 한다.

    지난해부터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통일 대박론은 적어도 북한에게는 흡수통일과 제도통일의 우려로 전달됐다. 대통령의 진정성을 담은 드레스덴 선언마저 북이 거부하는 속내는 바로 박근혜 정부의 흡수통일 시도에 대한 의심이었다. 결국 통일 대박론의 흐름과 8·25 합의 이후 남북관계 개선의 흐름이 서로 상충되거나 북에게 서로 다른 시그널로 인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 당국회담의 성공을 위해서는 또한 우리 정부가 의제의 포괄성이라는 전향적 입장을 견지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원하는 의제만을 고집하거나 북이 관심 갖는 의제를 묵살한다면 당국회담의 진전은 기대하기 힘들다.

    드레스덴 선언 구상이나 3대 통로 의제들을 논의하면서도 동시에 북이 시종일관 제안하고 있는 금강산 관광이나 ‘5·24 조치’ 해제도 일단은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작년부터 북이 국방위 중대제안과 특별제안을 통해 제의한 바 있는 정치군사 어젠다에 대해서도 우리가 언제까지 소극적으로 거부할 이유가 없다. 정치군사 의제를 놓고 우리가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북핵문제와 군사적 도발 문제를 제기하면 될 것이다.

    또한 비핵화와 향후 남북대화 국면을 연계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비핵화가 우리의 정책목표이긴 하지만 이를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이나 연계사항으로 자리매김하는 순간 어렵게 마련된 남북 당국회담은 사실상 한 발짝도 나가기 힘들다. 오히려 남북대화를 진전시키고 화해협력과 교류접촉을 증대시키면서 북한의 변화를 추동하고 국제사회로의 편입을 이끌어냄으로써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과 북미협상의 우호적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방법이 된다. 비핵화가 남북대화의 조건이 아니라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을 통해 비핵화의 환경을 조성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에 역사적 업적을 남길 수 있을지 드디어 시험대에 올라섰다. 당국회담의 개최가 8·25 국면에서 8·25 동력으로 발전하고 결국은 평화로운 통일의 초석을 쌓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인 ‘평화적 통일기반 구축’은 통일준비라는 구호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실제 일궈내고 남북의 화해협력을 증진시키는 한발 한발의 실천에 의해서만 가능하고 그 성패는 바로 남북 당국회담의 성공에 달려 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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