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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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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가- 차한수

  • 기사입력 : 2015-12-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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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이 아프다 아프다가 우는 물새 바라보면



    울음이 아프다 철석이는 파도가 아프다



    돌 틈에 고개 내민 방게 반짝이는 눈빛이 젖는다



    젖은 동자가 아프다 물속을 나는 날갯죽지가



    아프다가 물이 되는 바람이 되는



    아픔이 웃다가 혼자되는 것을 아프다가

    ☞ 요즘 들어 가장 소외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아픔’이 아닐까? 건강 만세를 지상과제로 삼는 시대라, 건강만이 양지를 활보한다. 어떤 종류의 아픔이든 아픔은 ‘재앙’이 되어 버렸고, 이 재앙은 병원이 음지에서 ‘기술적’으로 관장한다.

    일하는 소가 아프면 저녁 내내 소의 배를 쓰다듬어 주던 손이 있던 시절에는, 한 지붕 아래서 방 한 칸을 차지하고 어떤 아픔이 콜록거리면 집 전체가, 마을 전체가 함께 콜록거렸다. 이 ‘콜록거림’은 어쩌면 한 집의, 한 마을의 ‘호흡’이었다. 아픔이 쓸쓸한 병원 침대로 귀양 보내진 세상, 아픔이 소외된 세상은 어쩌면 ‘호흡’이 없는 세상이리라. 죽은 세상이리라. 그립다, 네가 아프면 나도 아팠던 그 시절이! 이중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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