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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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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애국지사로서의 노산 이은상을 기리며- 명형대(문학평론가)

  • 기사입력 : 2015-12-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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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해가 또 가고 있다. 역사는 논란을 통하여 세워지고 그 진의가 더욱 분명해진다. 사실에 기반을 둔 역사는 때로 그 사실이 새로이 발굴되거나 세계의 변화에 따른 인식구조의 변화로 다르게 평가되기도 한다. 인간 역사의 진정한 의미는 끊임없는 모색의 가운데 존재한다. 12월의 문턱에서도 우리 지역의 노산 이은상의 문학에 대한 진실 공방이 시험대에 올라 ‘노산문학’에 대한 파장이 여러 사건들로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이은상에 대한 논란은 그의 문학을 기려 지역 문화를 선양하고자 노산문학관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 시민문화단체는 애초에 ‘민족문화연구소’가 제기한 자료에 기대어 노산을 친일 인물이라 단정하였지만, 그동안의 의문은 오히려 이은상을 민족주의 애국지사로서의 모습으로 되새기게 하였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은상을 논의하는 사람들이 이은상이 애국자라는 사실을 알아보지도 않고 논의에 참여하여 식민지 지배하에서 고통스럽게 살았던 그의 삶을 지금도 왜곡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시민단체들이 말하는 바와 같이 이은상이 마산의 3·15 민주항쟁의 정신과 배치되는 친독재의 성향을 가진 인사라는 데 있다. 이은상을 친독재 정권과 정치적 의식을 같이하고 있다는 논의에는 전제되어야 할 몇 가지가 있다. 첫째는 36년 동안이나 우리 민족을 지배해온 일본제국에 대한 친일과 대한민국 정부 안에서 정치적 의견을 달리하는 것에 대한 평가는 마땅히 달라야 한다는 점이고, 둘째는 민주성지라는 마산의 정체성과 다르거나 배치되는 행위나 정신세계를 장차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는 점 등이다. 우리는 이러한 논의가 계속 이어지기를 희망하면서 시민연대가 가장 중요하게 내세우고 있는 후자의 사실 한 가지에 대하여 보기로 한다.

    1960년 4월 14일(15일자 조선일보)에 이은상이 3·15 사태(당시는 의거로 규정하기 전의 사태이자 사건이었다)를 ‘불합리, 불합법(부정 선거)이 빚어낸 불상사(不祥事)’라 했다. 이를 두고 일부 인사들이 3·15를 폄하한 것으로 해석했다고 규정하고 마산의 정체성에 반하는 친독재라고 잘못 해석하고 이를 돌에까지 새기는 우를 범했다.

    1960년 2·28, 3·15, 4·11, 4·19일 학생 민중의 봉기가 있었고 4·26일에는 이승만 하야가 있었던 당시 상황을 미루어 보자. 이은상은 원인으로서의 부정 선거가 불합리하고 불합법이라 먼저 언급했고, 이에 따라 이러한 시정(市井)의 혼란, 곧 불상사는 사람들의 피해와 희생을 가리켜 말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또 이승만 정권을 향하여 “지엽적, 고식적, 대당적(對黨的) 제의보다 비상한 역사적 대국면을 타개하기 위하여 ‘국민이 원하는 새 국면’(초당적, 책임적인 전체적 경질)으로 전환하여야 한다”고 했다. 의미의 정확성은 인터뷰 기사 전체 문맥에서 볼 때 더욱 분명해진다.

    물론 유신정권에 협조한 사실이 없는 바는 아니지만, 이 모든 것을 타자를 수용하는 태도 없이 해석하는 것은 역사를 바로 아는 길이 아니며, 진정한 민주정신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이미 10년을 넘게 끌어왔지만, 이은상의 브랜드화는 자칫 사태를 왜곡시킬 수가 있다. 친일에서 친독재로 또다시 상업주의 문제로 이어가지나 않을까. 이은상의 브랜드화는 이 지역뿐만 아니라 서울, 해외 동포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어서 호재(好材)인 우리의 자산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마산, 창원시민 또는 행정가들의 몫이다. 친일 혐의가 없는 오늘의 시의회에서 이를 다시 표결에 붙일 수는 없을까. 이은상의 문학세계를 긍정적으로 보고 그를 기리자는 입장에서 볼 때, 타자의 목소리를 받아들이는 논의의 태도는 편협하게 역사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일깨워 항차 우리의 소중한 자산인 브랜드 가치로서의 ‘가고파’나 ‘이은상’을 되찾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명형대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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