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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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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한일 정상 만나야 비전이 나온다- 이종판(한양대 아태지역 연구센터 연구위원)

  • 기사입력 : 2015-12-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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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약 3년 전 비슷한 시기에 취임했지만 둘만의 만남은 3년 반이나 걸렸으니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을 지나면서 무엇이 만남을 막았는지 아쉽긴 하다. 지난 11월의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과 기자회견도 없었다. 명확한 합의사항에 대한 공동발표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만나야 풀릴 수 있다는 비전을 보였다. 예상시간 30분을 넘어 1시간 45분 동안 진행되었으니 할 말이 많았다는 증거다. 박 대통령은 아베의 버릇 고치기에 ‘위안부 해결 안 하면 정상회담 없다는 전제조건’에서 한걸음 물러나 ‘역사문제와 현안을 분리하는 이른바 투 트랙’으로 실행한 것이다. 앞으로도 위안부 문제를 협의하면서 다른 쟁점에서도 협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의 일본외교 우선순위에 해당하는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기본조약에서 청구권 협정 당시 위안부에 관한 건은 제외되었기 때문에 일본에 ‘법적 책임’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 정부는 청구권 협정으로 모두 해결된 것이며, 아시아 여성기금처럼 ‘도의적 책임’으로 조치한다는 데서 입장 차이가 크다. 원칙적인 입장에서도 합의는 쉽지 않지만 ‘법적 책임’과 ‘도의적 책임’ 사이에서 일본정부의 책임을 놓고 어떻게 타협을 찾을지 최대의 관건이다. 내년 4월에는 한국의 총선과 7월 일본의 참의원 선거일정을 고려한다면 그 이전에 적절한 대책을 양국 집권당에서 찾으려 할 것이다. 또 어영부영 지나면서 선거용 도마에 올라가면 한일 관계가 다시 표류할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한일 양국이 마주하고 공통적으로 해결할 과제가 크게 ‘경제블록’ ‘북한문제’ ‘중국의 대두’ 등 현안 3가지다. 우선 경제 측면에서, 우리 정부는 한미FTA를 근거로 한중FTA 체결에 주력했다. 더욱 애매해진 것은 미일의 주도로 움직이는 환태평양경제파트너협정(TPP) 참여가 과제이며, 이를 위해서는 일본의 협력이 필요하다. 반면 한중일 FTA 추진에 일본도 우리 정부의 협력이 필요하다.

    ‘북한문제’에 대해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지지와 협력으로 북핵문제에 관한 6자회담의 재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남북관계를 진전하는 데도, 북일의 교착 해결에도 한일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중국의 부상’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한일이 함께 안고 있는 최대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한국은 경제와 북한 문제의 관점에서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 주력했다.

    그러나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는 한미일 협력이 강요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제, 즉 경제의 지역적 틀, 북한문제, 중국의 대두 등에 대해 한일의 이해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이데올로기 대립구도가 뚜렷했던 냉전기에도 한일 사이에 외교적으로 많은 갈등이 있었다. 21세기 들어 국제정세가 더욱 유동하는 가운데 한일관계에도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전보다 어색한 장면이 늘어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우선과제인 위안부 문제가 일정한 타결이 있은 후에도 다시 새로운 쟁점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면서 대국적인 협력방안이 요구된다.

    안보와 경제는 수레의 양륜관계라고 한다. 북한 위협이 줄어들어 한국이 미일과의 협력보다 안보와 경제를 중국 쪽으로 지향할 경우 이를 우려한 미일의 정보조작도 간과할 수 없다. 한반도를 친환경안보(eco-security)로 만드는데 한중일+미국이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일본민주당 정권이 들어서 3년 만에 붕괴한 것은 하토야마 총리의 미국에서 벗어난 친중정책으로 매진하다가 일본을 무시하고 때리기(passing & bashing)에 넘어진 것이다. 지역의 안보체제와 경제체제를 4국이 공유할 시스템은 없을까 궁리해 볼 일이다. 남북문제 해결에 미중일 누구도 등한시할 수 없는 귀중한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

    이종판 (한양대 아태지역 연구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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