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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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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김해서 이웃사랑 실천, 이광민 청실회 부총재

“내 몸 움직일 수 있는 한, 아끼지 않고 좋은 일 해보렵니다”

  • 기사입력 : 2015-12-1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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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해시 장유2동에 갑자기 부상한 오리탕집이 있다. 상호도 독특하다. 담백하고 독특한 손맛을 보려는 단체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 주방에는 인상 좋은 얼굴의 주방장이 있다. 이광민(57)씨다. 그는 주방장이자 이 가게 대표다.

    그저 평범해 보이는 이광민씨가 이 코너의 주인공이 된 것은 가게 밖에서 하는 일 때문이다.


    ◆청실회-홍실회로 부부가 봉사

    이씨는 김해서 유일한 청실회인 장유청실회 직전 회장이다. 지난 2012년 3월에 30명의 회원으로 장유청실회를 결성해 최근까지 회장직을 맡아 오다 지난 12일 이임했다. 지금은 청실회 본부 부총재가 됐다.

    내년이면 창립 50주년이 되는 청실회는 운영 구조가 좀 독특하다. 부부가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구조다. 남편이 청실회 회원이면 아내는 동반 봉사단체 격인 홍실회의 회원이 된다. 남편이 청실회 회장이면 아내는 당연직 홍실회 회장이 된다. 이 부총재의 아내인 김복선 (57)씨도 며칠 전까지 홍실회 회장직을 맡아 왔다.

    장유청실회 회원들은 대부분 자영업을 하는 이들이다. 현재 회원 수는 창립 당시의 2배인 60명이다. 주로 가게를 운영하는 이들이 대부분이고 주택건설업을 하는 대표도 있다. 미혼인 회원이 2명 있는 관계로 홍실회 회원은 청실회보다 2명 적다.

    이 부총재는 장유시내서 봉사활동을 많이 하는 이로 유명하다.

    김수연(48) 장유2동주민센터 복지계장은 “이 부총재처럼 내 몸처럼 봉사하는 이도 드물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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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민 청실회 부총재가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며 활짝 웃고 있다.


    ◆사업 실패가 열어준 새로운 길

    이 부총재가 장유지역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 해운대가 고향인 그는 그곳에서 횟집을 운영하다 아내의 고향인 장유로 이사를 했다.

    “처음에는 승승장구했지요. 그러나 무리하게 빚을 내 가게를 확장하다 완전히 망했어요. 인근 산 아래 공터로 옮겨 직접 조립식 건물을 짓고 다시 횟집 영업을 했는데, 대박이 났죠. 그런데 운명의 장난인지 아파트를 짓겠다며 가게 부지를 비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다시 주저앉게 됐지요.”

    지난날을 회고하며 너털웃음을 짓는 그의 표정에서 당시의 좌절감이 비쳐진다.

    “누가 오리로 요리를 해보라고 했어요. 그래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전국의 유명한 오리탕집은 다 다니며 비법을 연구하기 시작했죠.”

    그의 성공 비결에는 타고난 미각이 한몫했다. 혀로 느끼는 맛을 별도의 레시피 없이도 재현할 수 있는 절대미각 덕분이란다.

    이 부총재의 오리탕가게는 절대미각을 가진 그가 직접 주방에서 요리하는 이유에서인지 금세 대박이 났다.

    차츰 가게가 안정되면서 그는 사회로 눈을 돌렸다. 평소 하고 싶었던 것, 바로 봉사다.

    주변에서 함께 가게를 하던 지인들과 뜻을 모아 봉사단체를 결성하자고 제안했다. 누구는 기존의 큰 봉사단체에 가입하자고 했지만 그는 부부가 함께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청실회에 눈을 돌렸다.

    “돈으로 하는 봉사단체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아직 몸 놀리는 데 지장이 없으니 몸으로 할 수 있는 봉사를 하는 것이 더 의미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지인들을 설득했죠. 일부에서는 독자적인 봉사단체를 결성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왕이면 체계화된 봉사단체의 한 조직으로 시작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 청실회를 선택했지요.”


    ◆김해 유일 청실회 출범

    김해에서 유일한 청실회는 그렇게 출범했다. 이 부총재의 청실회는 창립 초기 대부분의 봉사단체처럼 주민자치단체가 소개하는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그러다 방향을 바꿨다.

    “알려진 곳에는 워낙 많은 단체들이 찾아와 봉사를 해주니 괜히 생색만 내는 것 같고 해당 복지재단에서도 크게 반기는 모습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눈을 돌린 것이 외로운 노인들과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이었다.

    장유청실회가 홍실회와 함께 매년 장유지역의 노인 600~700명을 초청해 대대적인 경로잔치를 베풀고 장유지역 아동센터에서 식사를 하는 아이들에게 오리고기 등의 배식봉사를 하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동사무소에 쌀을 기증하는 일도 연례행사다. 노후 주택에서 힘들고 어렵게 생활하는 이들을 위해 회원들과 함께 힘을 모아 집수리도 해주고 말끔히 청소해주는 것도 청실회가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봉사사업의 하나다.

    “아동센터에서 식사하던 아이들이 고기를 먹으면서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어요.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살맛이 나죠.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제가 두 배나 더 행복함을 느껴요.” 활짝 웃으며 자신의 일을 소개하는 그의 얼굴에 진정한 행복감이 배어 있는 듯하다.

    그는 남을 돕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을 아무 대가 없이 나누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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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민씨가 봉사자들과 함게 지역센터 아이들을 위한 오리고기 요리를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봉사할 것”

    봉사활동을 시작한 계기를 물었다.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생을 마감하시는 분들을 보면 그렇게 편하게 보일 수가 없어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언젠가는 가야 할 인생을 살면서 뭔가 뜻있는 일을 하고 가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죠.”

    이 부총재는 주변에서 함께 같은 뜻으로 봉사를 하는 회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더 큰 행복을 느낀단다. 회원들 모두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지만 봉사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열정을 보인다고 말한다. 모두 바쁜 시간을 쪼개 봉사활동을 하지만 행사 때마다 참여율이 90%를 웃돈다고 자랑도 한다.

    단위회장직을 내려놓고 부총재의 자리로 옮긴 그는 장유청실회에서는 이제 평회원 자격이지만 아동보호센터 어린이들에게 실시하는 급식을 현재 격월에서 매달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회원 모두 자영업을 하고 있는 만큼 매달 급식 재료를 마련하고 요리해 배식하는 일이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반드시 추진해볼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지난 10월 김해시가 시상하는 김해자원봉사상을 받았다. 그간 여러 차례 경남도 자원봉사상 등을 받을 기회가 있었지만 “그 정도로 한 일이 없다”며 다른 회원들에게 양보했다는 후문이다.

    최근 받은 김해시자원봉사상도 수상을 하지 않겠다고 시상식장에 가지 않은 것을 담당 공무원이 대신 받아 가게를 찾아와 전달했다.

    “수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늘 하신 말씀이 있었지요. ‘죽으면 없어질 몸,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든 부지런히 움직여라’고요. 어머니 말씀처럼 내 몸 내가 움직일 수 있는 한 몸 아끼지 않고 좋은 일 좀 해볼랍니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창문 밖에는 유난히도 찬바람이 거세게 불었지만 창살 사이로 스며드는 작은 햇살은 더없이 따사로웠다.

    글·사진= 허충호 기자 chhe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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