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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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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두레밥상의 밥정(情)- 김 경(시인)

  • 기사입력 : 2015-12-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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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래 공명을 느껴 은근히 애모하는 고전 속 글귀가 있다.

    ‘불천노(不遷怒), 불이과(不貳過)’로 자신의 노여움을 다른 이에게 옮기지 않고, 같은 잘못을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논어’ 속의 글귀이다.

    노나라 애공(哀公)이 제자들 가운데 누가 가장 배움을 좋아하냐고 공자에게 묻자, 안회(顔回)라고 대답하는 내용 속에 있다.

    간혹 세간에는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는’ 그야말로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자신의 기분에 따라 상대를 대하고, 바깥 일로 인한 갈등이나 불만을 대의명분 없이 공적 일과 결부시켜 풀어내는 것은 소인배의 전형에 다름 아닐 것이다.

    지난 9일 경남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심사에서 사천시 예산이 무더기로 삭감되는 일이 발생했다.

    사천시 예산의 삭감 규모가 애초 상임위 삭감 19억7700만원에서 11억6000만원으로 삭감 규모가 일부 줄어들기는 했지만 삭감된 예산들은 지방도 확장공사를 비롯해 하도준설사업, 소하천정비사업 등 지역민의 숙원사업 지원 예산이다.

    앞서 지난달 11월 30일 경남도의회 본회의에 ‘항공 MRO 사천 유치 대정부건의안’이 상정됐으나 찬성 12명, 반대 0명, 기권 27명으로 부결됐다.

    사천시 예산의 삭감과 ‘항공MRO 사천 유치 대정부건의안’ 부결의 사유가 무소속 단체장의 ‘사업추진 의지 부족’이라는 석연치 않은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불문곡직하고, 한 지역의 국책 사업과 예산을 두고 보여주는 경남도의회의 모습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도의회는 도민의 대표기관으로, 경남도민의 뜻과 의견을 수렴하여 도민과 함께하는 대의기구이다.

    사천시민 또한 경남도민이다. 더군다나 넉넉치 않은, 열악한 사천시 재정에서 2016년 한해 살림살이 꾸리기에는 한 푼이 절실한 현실이다.

    바라건대 ‘일개 도의원’이라는 말에 격노했다는 도의회는 도민, 안으로는 사천시민의 민심을 보듬어 진정한 도민의 대의기구로써의 역할을 다해 주기를 기대한다.

    옛말에 ‘서로 간에 견해가 다르다고 해도 깨닫고 제대로 소통 한다면 이보다 더 큰 선(善)은 없다’고 했다.

    이는 자신의 중심을 지켜 감정에 휩쓸리지 않으며, 다른 사람과 관계맺음을 잘하고, 시행착오에서 얻은 배움을 통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나아지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사천시장과 경남도의회는 어색한 그 여백을 어떻게 채워야 할까?

    경기침체와 고용불안으로 우울한 경남의 한해가 가고 있다. 세모에는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이 더욱 절실한 때다.

    한해가 가기 전에 소원했던 이들과 따뜻한 밥 한 그릇 마주하며 정을 나누어야 할 일이다. 꾸미지 않고 넘치지 않는 마음으로 마주하는 밥상은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만남 이후에 내내 되새기고 싶은 그런 밥정(情)의 사람, 감정의 사립문을 반쯤, 은근히 열어놓고 된장국 한 그릇을 나누는 사람,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나이테가 늘어나듯 정(情)이 두터워진다.

    그렇게 두터워진 정은 그동안 불편했던 것을 문득 다시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경남도의회와 사천시도 한해가 다 가기 전에 부디 밥정(情)을 가득 차린 두레밥상을 마주하기 바란다.

    지역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며 그간의 불편했던 감정을 풀어내며 여백을 채우기를 바란다.

    더불어 모든 이들이, 남의 감정을 거스르거나, 해치는 일 없이, 새롭고 달고, 은근한 하현달 같은 그런 2016, 병신년(丙申年) 한 해를 살게 하소서!

    김 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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