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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개취 갤러리 (4) 당신의 '유디트'는?

  • 기사입력 : 2015-12-21 13:3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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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디트(Judith)와 홀로페르네스(Holofernes)는 구약성서의 '유디트서'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B.C 2세기께 홀로페르네스를 대장으로 하는 아시리아의 군대가 이스라엘을 침략해 베툴리아를 점령하고 근방의 예루살렘으로 진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때 젊고 아름다운 과부 유디트는 아름답게 치장한 후 하녀를 데리고 홀로페르네스의 기지로 들어갔다.

    유디트를 본 홀로페르네스는 한눈에 그녀에게 반해버렸고, 그녀를 저녁만찬에 초대한다. 유디트는 홀로페르네스에게 술을 권하여 만취하게 한 후 그가 잠든 사이 목을 잘라버렸다. 유디트는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음식 바구니에 넣고 하녀와 함께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의 목을 베툴리아 성벽에 매달았다. 다음날 그 장면을 본 아시리아 군대는 서둘러 퇴각했다.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용맹스럽고 대담하고 게다가 지혜까지 갖춘 유디트의 이야기는 수많은 미술 작품의 소재거리로 끊임없이 회자되곤 했는데 작가에 따라 용맹한 유디트에서부터 가련한 여인의 유디트까지 해석이 각양각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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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티첼리의 유디트.

    '비너스의 탄생' 등 이탈리아 초기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화가인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1445년 3월 1일~1510년 5월 17일)의 유디트. 보티첼리의 유디트는 이미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자르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유디트 뒤를 따르는 하녀는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이고 가고 있으며, 유디트의 얼굴에선 살인을 저지르고 나온 사람 같지 않게 차분하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오른손에는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친 칼을, 왼손엔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 나뭇가지를 쥐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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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치아노의 유디트.

    보티첼리가 그린 유디트에는 목을 베는 장면이 아니라 이미 목을 베어서 하녀가 머리에 이고 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 반면, 티치아노(Tiziano Vecellio, 1488-90년께~1576년)의 유디트는 종교화에 등장하는 성모의 모습이 표현돼 있다.

    도상학적으로 성모를 상징하는 흰색 속옷과 빨간색 겉옷, 그리고 푸른색 숄이 그것이다. 목이 잘린 홀로페르네스의 얼굴은 평온하기 그지없고 그러한 표정을 유디트는 차분하게 응시하고 있다. 홀로페르네스는 죽음을 통해 안식을 얻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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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라바조의 유디트.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1571년 9월 29일~1610년 7월 18일) 태어난 마을의 이름인 카라바조(Caravaggio)로 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의 유디트는 앳된 모습으로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막 자르고 있는 장면을 묘사했다.

    가녀린 몸매에 얇은 팔을 지닌 유디트는 얼핏 보아서도 칼을 들 수 있을지도 의문스러울 정도다. 미간을 약간 찡그린 모습에서 다분히 억지로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옆에서는 하녀가 살인을 재촉하고 있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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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틸레스키의 유디트.

    젠틸레스키(Artemisia Gentileschi, 1593년 7월 8일~1651년/1653년)의 유디트는 카라바조와 그것과는 완전하게 상반되는 모습이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어떠한 두려움이나 주저함 없이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고 있다. 살기 위해 홀로페르네스는 저항해보지만, 유디트 옆에 있는 하녀 역시 만만치 않은 힘으로 그를 제압하고 있다.

    젠틸레스키가 여성 작가라는 점에서 유디트의 모습은 바로 자신을 모습과 욕망을 담고 있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도 있겠다. 실제로 그녀는 미술 수업을 받을 무렵 동료 남자 학생에게 강제로 몸을 빼앗긴 적이 있으며 그 후 긴 재판을 거쳤지만, 강간한 남자는 무죄로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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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림트의 유디트

    클림트(Gustav Klimt, 1862년 7월 14일 - 1918년 2월 6일)의 유디트는 뭐라고 할까, 앞서 언급한 작가들의 해석들을 초탈한 경지에 이른 모습이다. 클림트가 관능적인 여성의 육체를 주제로 많은 작품을 남겼다는 측면에서 그의 유디트는 팜므파탈적인 요소가 강조된 느낌이다.

    홍조를 띤 그녀의 표정에서 성적 만족감이 느껴지며, 반투명한 옷에서 아름다운 몸매가 드러난다. 오른쪽 아래에는 목이 잘린 홀로페르네스의 얼굴이 위치해 있는데 그의 표정은 고통스럽다기보단 나른함과 평화로움을 읽을 수 있다.

    자, 당신의 유디트는 무엇인가? 고휘훈 기자 24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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