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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꼬] 따뜻한 경남에서 만나는 겨울 섬여행

일상 탈출 매뉴얼 ① 섬을 찾는다 ② 숨을 내쉰다 ③ 쉼을 즐긴다

  • 기사입력 : 2015-12-23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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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시 외도 보타니아 리하우스에서 바라본 비너스 가든. 원래 초등학교 분교 운동장이 있던 곳으로 외도 보타니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소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성승건 기자/


    ‘일상탈출’. 여행이란 그런 것 아닐까. 일상에서 벗어나 나를 찾고 그 힘으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는 것. 겨울이 깊어지고 있다. 온통 두꺼운 옷에 휩싸인 것처럼 마음마저 닫아놓기보다는 일단 떠나보자.

    한겨울이라지만 경남은 우리나라에서도 제주도에 비견될 만큼 따뜻한 곳이다. 특히 경남에서도 거제와 통영은 52개의 유인도와 161개의 무인도가 포진해 아름다운 섬들이 많다. 비움과 사색의 묘미가 있다는 겨울 섬여행, 떠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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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도 보타니아 전경.

    ◆환상의 섬, 거제 외도 보타니아

    거제시 일운면 해금강 부근에 떠 있는 작은 섬 외도(外島) 보타니아(Botania).

    ‘환상의 식물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외도 보타니아는 겨울에 피어난다 해서 동백(冬柏)이라 불리는 동백꽃이 70%를 차지하고 열대식물이 많아 사계절 초록을 자랑하고 있다.

    휴가 인파가 몰리는 여름이면 관람객에 떠밀려 제대로 구경조차 못하겠지만 겨울에 찾는 외도는 ‘나만의 섬’이라고 착각해도 될 만큼 한적한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지난 1969년 이창호·최호숙씨 부부는 태풍 때문에 하룻밤을 머문 것이 인연이 돼 섬을 사들인다. 외도는 14만4889㎡의 면적에 80m 높이의 절벽으로 둘러싸인 척박한 섬이었다. 밀감을 심고 돼지를 키웠지만 실패하고,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식물을 키우는 것이라는 데 착안해 시작한 일이 오늘날의 외도가 됐다. 일개 섬을 1000여 종의 식물이 자라는 이국적인 섬으로 탈바꿈하기까지 고생이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선착장을 만드는 데만 6번의 실패를 겪고 태풍으로 모든 것이 날아가기도 했다. 지금은 연간 100만명이 다녀가고 누적 관광객이 1800만명을 넘어서는 남해안 대표적 섬으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섬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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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 외도 보타니아 소망의 등대.

    외도는 거제 구조라, 도장포, 장승포, 해금강, 학동, 와현 유람선선착장 6곳에서 출발할 수 있다. 외도에 도착하면 주어진 시간은 1시간 30분. 타고 왔던 유람선을 다시 타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 34대의 유람선이 입항하는데 여름과 겨울의 일출 30분 후, 일몰 30분 전에 첫 배가 뜨고 마지막 배가 들어온다. 외도가 첫 배를 받는 시간은 오전 8시다. 이것도 날씨가 좋을 때 일이다. 외도는 섬이기 때문에 기상이 악화되면 배가 들어가지 않는다. 일 년에 기상 악화로 평균 45일가량은 배가 뜨지 않는다. 외도에 가고 싶다면 먼저 날씨부터 알아보는 게 순서다.

    지난해에는 안전한 입항을 위해 외도 선착장에 방파제를 완공했고, 여기에 외도를 형상화한 빨간 등대를 만들어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등대는 안전 때문에 내부가 공개되지 않지만 외도 등대는 내부를 둘러볼 수 있게 해 새로운 재미도 주고 있다. 내부가 공개되는 국내 1호 등대이기도 하다.

    외도는 섬 전체가 거대한 식물원이자 산책로다. 10년 전 780종의 식물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지금은 1000여 종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용설란과 50년 된 백련초, 쉽게 볼 수 없는 바나나꽃, 야자수, 유카리, 선인장 등 ‘선인장 동산’에서는 낯설고 이국적인 아열대 식물들이 “어서 오세요”라며 반기는 듯하다.

    외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가진 ‘비너스 가든’은 예전 3명의 학생이 다녔다는 분교 자리에 들어서 있다. 이곳은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이 연상될 만큼 아름다운 석축물과 곳곳에 배치된 조각상이 푸르디푸른 거제 바다와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이 된다. 한적한 ‘비너스 가든’을 걷노라면 내가 왕이라도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비너스 가든’을 지나면 ‘천국의 계단’이 있다. 섬 주인이 맨 처음 밀감농사를 짓기 위해 심었던 3000그루의 밀감나무와 매서운 바닷바람을 피하기 위해 심은 방풍림용 8000그루의 편백나무는 한파와 태풍으로 실패했지만 그때의 빈 울타리가 남아 아름다운 ‘천국의 계단’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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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도 보타니아에 핀 바나나꽃.

    외도는 하루에 1만5000명밖에 들어오지 못한다. 한 번에 3000명이 넘으면 관람을 제대로 할 수 없어 횟수를 제한하고 있다. 유람선 시간 때문에 관람시간도 제한돼 있어 외도의 숨겨진 비경을 다 볼 수 없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박용태 관리부장은 “외도의 콘셉트는 일상탈출이다. 관람객들이 식물원 구경에 집중하고 자연을 느끼며 힐링하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면서 “외도에서 꽃구경을 하려면 봄과 가을이 좋지만 섬 전체가 낙엽송이 거의 없는 사철나무로 이뤄져 있어 사계절이 비슷해 번잡한 여름보다는 겨울이 관람하기에는 더 좋다”고 귀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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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지인듯 섬인 듯 ‘거제’

    거제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섬으로 10개의 유인도와 52개의 무인도가 있다. 와현해수욕장·구조라해수욕장·학동몽돌해수욕장·함목몽돌해수욕장 등 해수욕장만 17개나 된다. 무엇보다 거제섬을 한 바퀴 도는 일주로는 절경 그 자체다. 해안선 길이만 386.74㎞로 푸른 바다와 맞물려 가도 가도 심심한 곳이 없다. 섬을 한 바퀴 도는 데는 4시간가량이 소요된다.

    거제에는 8경(景)이 있다. 해상공원인 외도와 ‘바다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해금강, 드라마와 영화 제작으로 유명해진 바람의 언덕과 신선이 내려와 풍류를 즐겼다는 신선대가 있다. 일몰이 압권이고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는 여차~홍포 해안, ‘한국의 소리 100선’에 선정될 만큼 몽돌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아련해지는 학동몽돌해변, 닭과 용의 형상으로 거제의 중앙에 우뚝 솟아올라 거제 전역이 내려다보이는 계룡산도 있다. 동백의 비밀을 간직이라도 한 듯 섬 70%가 붉은 동백숲으로 이뤄진 지심도, 노부부가 정성을 만들어낸 ‘수선화의 천국’ 공곶이는 반드시 가봐야할 곳이다.

    이외에도 해산물이 풍부한 ‘이로운 물의 섬’이라 불리는 이수도와 윤씨 삼형제의 효성으로 바닷길이 열린다는 윤돌도, 최근 다리가 놓이면서 육지가 된 칠천도도 들러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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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찔 황홀한 등반코스로 유명한 사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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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대와 조화 이루는 이국적 풍경 소매물도.

    ◆눈길 닿는 곳 모두가 비경인 ‘통영’

    예향의 도시 통영은 한려수도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다. 42개의 유인도와 109개의 무인도가 있는 곳이다.

    최근 통영에서 가장 핫한 곳은 장사도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배경으로 김수현과 전지현이 나오면서 젊은이들이 가보고 싶어 하는 섬이 됐다. 역시 유람선을 타야만 갈 수 있는 곳으로 통영과 거제 양 지역에서 출발한다. 장사도에 들어가면 2시간의 관람시간이 주어진다. 장사도에는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 풍란과 석란 등 10만여 그루의 나무가 있고, 천연기념물인 팔색조도 살고 있다. 가달팽이전망대, 승리전망대, 다도해전망대, 미인전망대가 한려해상을 시원하게 내려다보게 하고, 12가지 조각상이 있는 야외공연장에서는 연화도와 대덕도, 소지도, 좌사리군도 등 주변의 섬들을 구경할 수 있다. 섬 형상이 긴 뱀처럼 놓여있다고 해서 장사도(長蛇島)라 불린다.

    CF 때문에 일명 쿠쿠다스 섬으로 불리는 소매물도는 진시황의 신하 서불이 불로초를 구하러 3000명의 동남동녀와 소매물도에 왔다가 아름다움에 반해 서불 일행이 이곳을 지나갔다는 뜻의 서불과차(徐市過此)를 새겨놓았다. 썰물 때면 소매물도와 등대섬이 하나의 섬으로 연결된다.

    갈매기의 섬 홍도는 통영에서도 50.5㎞나 떨어진 곳이다. 사방이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천연기념물 제335호인 괭이갈매기의 서식처로 유명하다.

    국내 최대 후박나무가 있는 우도는 누워 있는 소의 형상이라고 해서 불린 섬이다. 천연기념물 제344호로 생달나무 세 그루와 후박나무가 엉켜있다. 구멍섬이라고 하는데 소의 꼬리부분에 해당하는 곳에 가로 세로 4m가량의 네모반듯한 구멍이 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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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출·일몰 한자리서 볼 수 있는 곳 비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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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 뒤덮은 붉은 동백숲 지심도.

    불교와 관련된 섬도 많다. 바다 한가운데 핀 연꽃이라는 연화도는 멀리서 보면 봉오리진 연꽃 모양이다. 고승 연화도인이 입적하면서 자신의 시신을 수장(水葬)할 것을 유언했는데 바다에 던진 도인의 몸이 연꽃으로 변해 연화도가 됐다는 전설이 있다.

    욕지도는 사슴들이 뛰어놀아 녹도(鹿島)라 불렸지만 노승이 ‘도(道)’를 묻는 질문에 ‘욕지도 관세존도(欲知島觀世尊島)’라며 이 섬을 가리키면서 시작됐다는 설이 있다. 섬을 따라 긴 해안일주도로는 절경 그 자체다. 솔섬 사이로 떨어지는 낙조는 주민들이 내세우는 최고의 자랑거리다.

    뭍에서 툭 삐져나온 곳이라는 뜻과 표류하던 일본인들이 이 섬여인들이 너무 예뻐서 일본말로 미인을 일컫는 ‘비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설이 있는 비진도는 맑은 풍취와 함께 기암괴석과 산야초, 해산물이 풍부하다. 일출과 일몰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곳이다.

    자연이 제공하는 풍성한 먹거리와 아름다운 풍광 때문에 숨겨진 다도해의 보물섬으로 불리는 노대도, 섬의 형세가 하늘을 나는 새의 모양을 닮아 ‘새섬’이라 불리기도 하는 학림도, 옥녀봉 등 등반코스로 유명해진 사량도 등 통영의 섬은 어디를 가나 신비스럽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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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향과 육수가 일품인 통영 굴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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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 대구탕은 시원하고 국물이 얼큰.

    ◆놓칠 수 없는 맛

    통영과 거제는 청정지역인 바다를 끼고 있어 해산물이 풍부하다. 그중에서도 미국과 일본 등 세계로 수출하는 굴이 많이 생산된다. 특히 통영 굴은 국내 굴 생산의 70%를 담당하고 있다. 겨울이 제철이며 날것으로 초장에 찍어 먹어도 좋지만 굴 껍질째 구워먹는 굴 구이는 굴향과 뜨거운 육수가 곁들여져 겨울철 별미다.

    겨울철 거제에서 반드시 먹어야 할 음식 중 하나는 대구다. 머리와 입이 커서 이름 붙여진 대구(大口)는 회귀성 어류로 거제와 진해만을 떠났다가 겨울이면 다시 거제, 진해만 일대로 돌아온다. 대구탕은 물론 찜도 일품이고 겨울해풍에 잘 말려 국을 끓이거나 고추장에 찍어 먹어도 좋다.

    거제가 자랑하는 또 하나의 먹거리는 유자다. 연평균 기온이 13도 이상에서 잘 자라는 유자는 거제의 기후에 적합하다. 따뜻한 물에 타서 차로 마시면 풍부한 비타민C가 기분을 돋워준다.

    거제는 멍게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주로 4~6월 채취하지만 겨울에는 냉동 보관했다가 사계절 먹는다. 멍게비빔밥은 양념과 버무려 참기름·깨소금·김가루 등을 넣고 밥과 함께 비빈 것으로 일품이다. 싱싱한 생선으로 끓인 맑은 탕도 곁들여 먹어야 제맛이다.

    이현근 기자 san@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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