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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공격적인 복지 ‘투자’가 필요하다- 김명찬(인제대 상담심리치료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5-12-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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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아동학대 사건’으로 인해 여론이 뜨겁다. 친아버지와 동거녀에 의해 상습적인 폭력에 시달렸고,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 굶주림에 시달리다 어른들 몰래 집을 빠져 나와 세간에 알려지게 되었다. 아이의 친아버지가 저지른 ‘범죄 행위’는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고 여겨진다. 실제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들 역시 하나 같이 ‘공분(公憤)’을 표하고 있다. 분노할 일이고, 화를 낼만한 일이 맞다. 동시에 이러한 분노와 화를 어디로 향하게 할 것인지, 어떻게 학대가 줄어든 세상을 만드는데 사용해야 할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아동학대에 관한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대체로 아동학대는 대를 이어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학대를 저지르는 부모의 60% 정도가 어린 시절에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해럴드경제, 2015.12.22.) 학대를 경험한 사람들은 대체로 낮은 자존감을 보인다. 자기 자신을 비하하고 신뢰하지 않으며, 타인을 경계하고 필요 이상의 적대감을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러한 성향이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학대를 경험한 사람은 대체로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학대를 ‘대물림’하는 경향을 보인다.

    아동학대는 어느 정도 ‘사회 문제’의 양상을 보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아동학대 및 방임실태와 정책과제’에 따르면 학대나 방임 같은 문제가 주로 빈곤 가정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아동복지지출 규모가 OECD 34개국 중 32위에 그치고 있다(조선일보, 2013.11.26.)는 점을 감안할 때, 아동학대와 같은 문제는 ‘복지의 부실’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렇게 주장하면 이것도 저것도 ‘다 국가 탓’이냐고 반문할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부가가치세를 내는 나라로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라면이나 껌 한 통을 사더라도 10%의 세금을 공평하게 내고 있다. 따라서 ‘세금에서 복지를 위한 지출을 늘릴 것인가’의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일일 뿐이고, ‘무상’도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사람만큼 중요한 자원은 없다. 자원도 없고 그렇다고 중국이나 일본처럼 내수시장만으로 살 수 있는 인구 수 1억이 채 안 된다. 우리나라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잘 키워 세계 속에 내 보내야만 살 수 있는 나라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우리는 지금껏 교육에 기반해 인적자원을 키워냄으로써 성장해 왔다. 농경 사회의 특성상 많은 자녀를 낳았고, 그 중 똑똑한 자녀를 집중교육시켜 가족을 일으키는 구조로 발전해 왔다.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자녀를 많이 낳지도, 키우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출산률 1.25명으로 OECD국가 중 꼴찌다. 과거에 비해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요하고 놓쳐서는 안 되는 사람이 되었다. 따라서 앞을 내다보고 해야 할 일은 경제적 번영을 위해서라도 사회적 빈곤을 해결하고 복지를 확충하는 일이다.

    학대와 빈곤 속에서 자란 사람이 자신감을 가지고 생활인으로 잘 기능하기란 불가능하다. 사회에 짐만 안 되도 다행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복지는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 미래의 질을 결정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인천 아동학대 사건’은 어쩌다 일어난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낮은 자존감’, ‘근거 없는 적대감’을 가진 사람들을 양산하는 사회 구조는 모두를 불행하게 한다. 안전한 환경 속에서 정서적·경제적 지원을 받은 사람이 많아지고, 사회가 제공하는 질 좋은 양육과 교육을 받은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 결과적으로 국가에 득이 된다. 복지는 시혜나 지출이 아닌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보험’이다. 정부는 속히 ‘건강한 장기 투자’에 우선적인 역량을 집중하기를 바란다.

    김 명 찬

    인제대 상담심리치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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