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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언제까지 문제풀기 능력으로 학생을 뽑을 것인가- 김경모(경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 기사입력 : 2015-12-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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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24일부터 전국 197개 4년제 대학에서 정시 모집이 진행 중이다. 전체 모집인원의 32.5%를 선발할 계획이다. 정시모집 비율은 근년 들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비해서는 2.3%p 감소했다. 정부의 쉬운 수능 기조가 지속되면 이 같은 감소 추세는 향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대입제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어김없이 진행된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여러 차례 변화돼 왔다. 본고사가 전격적으로 폐지된 1980년까지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출제한 대학별 고사, 소위 본고사에 의해 학생을 뽑았다. 정부는 대학예비고사 등의 국가고사 성적이나 고교 내신 성적의 반영을 권장하기도 했지만 이들은 부수적인 평가요소에 불과했다. 이 시기 대학입시와 관련한 정부의 주된 역할은 부정입학을 감시하는 등 대학입학의 사회적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은 1982학년도부터 본고사가 폐지되고 그 자리에 국가가 출제한 대학입학학력고사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들어오면서 크게 바뀌었다. 이로 인한 긍정적인 결과는 대학입시의 사회적 공정성이 일층 높아진 것이다. 그 대가는 대학입시와 관련한 대학의 자율성이 떨어진 것이다. 국가고사 위주의 대입선발제도의 부정적인 측면은 대입과 관련한 개별 대학의 무기력이 심화되고 무임승차심리가 높아진 것이다. 20년 넘게 지속된 국가고사 성적 위주의 학생선발 관행을 통해 대학들의 서열화는 심화됐다. 논술이란 형태의 대학별 고사가 여전히 실행되고 있지만 이는 국가고사가 주지 못하는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한 보조수단일 뿐이라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늦은 감은 있지만 개별 대학들은 자신들이 어떤 학생들을 뽑아야 하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뽑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지금부터라도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투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2007년부터 시행된 입학사정관제가 10년이 안 된 짧은 시간에 어느 정도 정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입학사정관제가 핵심이 되는 학생부 종합전형이 근년 들어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것은 이를 방증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고사 1~2점 차로 합격 불합격이 갈리는 것을 당연시하는 문화에 젖어 있다면 입학사정관 전형을 계승한 학생부 종합전형의 절차와 결과는 아직도 마음에 안 차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개별 대학이 수행한 종단연구에서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이 학점이나 학교생활 만족도, 취업률에 있어 보여주는 더 나은 결과는 이제 그러한 생각을 털어버려도 좋음을 보여준다.

    주지하듯이 우리나라 고등학교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도 압도적으로 높다. 대학교육에 대한 열망이 학생이나 학부모 모두 높다. 이는 문제이기도 하고 힘이 되기도 한다. 힘이 될 수 있는 것은 경제학적 용어를 빌린다면 대학이전 교육의 내용과 방법이 대학입시제도에 매우 탄력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대학입시제도가 고등학교 나아가 그 이하의 교육을 바꿀 힘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요 대학이 새롭게 대학입시를 바라보면 한국의 교육이 바뀔 수 있다. 그리고 이제는 이를 결정하고 실행할 때이다.

    언제까지 우리 학생들에게 문제풀기를 강요할 것인가? 모범적인 교육 개혁 나라들이 더 이상 개인적인 수준에서의 지식 습득 능력보다는 협력적 문제해결능력을 강조하고 이를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음을 알고 있으면서 언제까지 그와 대척점에 있는 교육을 학생들에게 강요하다시피 할 것인가? 협력적 문제해결 능력은 대학들이 받아들이는 학생들의 다양성을 전제로 한 것이다. 지역적, 계층적으로 학업 능력의 측면에서도 다양한 학생들을 개별 대학이 고민한 인재상을 바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지역의 거점대학들을 비롯한 명문대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

    김 경 모

    경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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