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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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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도내 복합문화 공간

  • 기사입력 : 2015-12-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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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월 한 달 새 ‘공간’이란 이름을 담은 두 곳이 창원에 생겼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에스빠스 리좀’과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 ‘스페이스펀’이다.

    두 곳은 입을 맞춘 듯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전시와 공연, 강의, 휴식까지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특히 지역민들에 색색의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문화적 다양성을 높이고, 사람들을 모으고 연결시킨다는 데서도 닮은 꼴이 있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각각의 개성이 뚜렷하다. ‘공간’을 바탕으로 두 곳은 어떤 이야기를 펼쳐 나갈까. 그들의 공간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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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이스 펀

    누구든 재미있고 편하게 만나는 ‘연결 공간’



    “이 파란색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연결되고, 많은 것들을 경험하면서 삶이 풍부해졌으면 좋겠어요.”

    30일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펀 (SPACE FUN)’이 문을 연다.

    창원의 한 오피스텔에서 사람들을 모아 소셜다이닝, 원데이클래스, 작은 마켓 등을 여는 ‘펀빌리지’를 운영했던 정은경(31) 대표가 ‘공간’을 마련했다.

    ‘스페이스펀’은 지난 9월 20일 지역 청년문화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던 대학선배 안성현(35) 대표가 그에게 투자하겠다고 나서면서 시작됐다.

    안 대표는 ‘공간’을 내줬다. 스페이스펀이 자리한 이 2층짜리 주택 건물은 안 대표의 아버지가 직접 지어 그가 중2 때부터 15년간 살았으며 지금까지 부모님이 살고 있는 특별한 곳이다. 이 때문에 건물의 골격도 그대로 살려 리모델링했다.

    소규모의 사람들을 연결시켜주거나, 마켓 등의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다른 공간을 빌려야 했던 펀빌리지였지만 스페이스펀은 넓은 공간을 직접 가짐으로써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게 진화했다. 이곳이 해냈으면 하는 역할을 다 담은 이름을 생각하다 보니 교집합은 ‘공간(스페이스)’만이 남아 ‘스페이스펀’이 됐다. 이 같은 ‘공간’이 생겼다는 소식에 오픈도 하기 전에 이미 문화와 관련된 수업을 열거나 대관을 하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씨네마캣에서 하는 영화창작 아카데미가 진행될 예정이며 오는 1월 6일에는 김광석 추모공연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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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 1층의 공연과 전시가 열리는 커뮤니티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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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층 목욕탕 콘셉트의 카페와 편집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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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이스펀 모습.

    스페이스펀에 가면 목욕탕에 온 듯한 착각이 들 것이다. 벽면의 푸른 타일과 군데군데 매달린 수도꼭지, 벽 한쪽에 나란히 서 있는 샤워기가 눈에 띈다.

    정 대표는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찾는 곳이 목욕탕이라고 생각해 콘셉트로 잡았다”며 “연령 제한 없이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즐길 수 있는 폭넓은 콘텐츠들을 다룰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다”고 말했다.

    스페이스펀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연결되는 재미를 경험하는 공간’을 지향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공간을 허투루 품지 않고 다방면으로 쓰이도록 설계했다. 1층은 카페로 사람들이 편하게 드나들며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인 동시에 일부는 독립출판물과 사회적 기업 제품, 개인의 이야기가 담긴 브랜딩 제품 등을 판매하는 편집숍의 역할을 부여했다.

    지하 1층은 공연과 전시, 세미나실, 영화상영회 장소로 쓰이도록 만든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프로젝트 빔, 음향장비를 구비했고, 스탠드 좌석을 마련했다. 전시를 진행하는 갤러리 역할을 해내기 위해 벽도 일부러 흰색으로 칠했고 천장에 레일을 깔아 전시작품들을 비출 수 있도록 조명을 설치했다.

    “주변에서 벽에다 흰색 칠하는 걸 극구 반대했지지만 이곳은 다양한 장르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공간 하나까지 놀리지 않고 우리지역 작가 작품을 전시하고 싶어서 흰색을 고집했다”며 “여기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강의도 들으면서 번뜩이는 창작물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2층은 스페이스펀의 사무실 겸 소규모 강의를 진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잔디를 깐 옥상은 ‘옥상 판타지’라는 이름을 달고 옥상 영화상영회, 소셜 다이닝(낯선 사람과 밥먹기 모임), 옥상마켓 등으로 쓰이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스페이스펀에서는 무엇을 하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을 지지하고 그 사람들끼리 엮어줄 계획을 갖고 있다. ‘스펀서(스페이스펀에 서식하는 사람들의 줄임말)’를 모집하는 것이다. 관심사를 공유하기 위한 만남의 장을 열어준다.

    영리적 목적이 더 강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받는다.

    “커피 한 잔 더 팔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 물론 이윤을 내야 공간을 운영하기 때문에 영리적이어야 하지만 주된 것이 아닌데 잘못 비쳐질 때는 속상하다”며 “편집숍에 브랜드를 입점시킬 때도 지역에 있다 보니 위탁판매를 못하고 전부 사입해야 해서 재고부담이 있다. 그래도 시도하는 건 사양사업인 성냥을 되살리기 위해 만든 ‘오이뮤’ 성냥처럼 특별한 이야기가 있고, 뛰어난 디자인을 갖고 있는 제품들을 직접 봐야 여러 가지를 꿈꾸는 사람들이 생겨날 거라 생각해서다”고 말했다.

    편견을 벗기 위해 정 대표는 지역청년문화기획자로서 공적인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서 열린 지역문화전문인력양성사업에 참여해 전국적으로 40명을 뽑는 데 발탁돼 얼마 전 수료했고, 창원문화재단의 오색난장 등 시민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그는 이 공간에서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고, 이야기를 꿰어 나가면서 우리지역 문화가 풍성해지는 것을 꿈꾼다.

    그는 “이곳 구석구석을 볼 때마다 무엇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상상하면서 만들었다”며 “사람들이 스스로의 가능성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이름처럼 재미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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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빠스 리좀

    누구든 오래도록 머물며 즐기는 ‘열린 공간’

    지난 23일 마산 창동예술촌 내 예술영화전용 상영관과 갤러리, 카페, 게스트하우스를 갖춘 ‘공간’ ‘에스빠스 리좀’이 탄생했다. 에스빠스는 ‘공간’을, 리좀은 ‘땅속으로 뻗어나가는 뿌리줄기’를 의미하는 프랑스어다.

    “좋은 공간은 사람들을 오래 머물게 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에요.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창동에 더 오래 머물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서 이 공간은 시작됐습니다.” 에스빠스 리좀을 설립한 ACC프로젝트협동조합 하효선 대표의 말이다. 개관 첫 주 5일 동안 하루 평균 30여명이 영화를 관람하고 있고, 입소문을 타면서 에스빠스 리좀을 방문하는 사람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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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네아트 리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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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 리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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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스트로 리좀.

    좋은 공간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 ACC프로젝트협동조합은 에스빠스 리좀의 공간을 유기적으로 꾸몄다. 지하 1층을 독립예술영화전용 극장인 ‘씨네아트 리좀’, 3층은 매표소·카페인 ‘비스트로 리좀’과 전시공간인 ‘갤러리 리좀’, 4층은 ‘게스트하우스 리좀’으로 구성했다. 리좀 각각이 작게는 저마다의 기능을 하면서 크게는 한 공간으로의 기능도 하는 셈이다. 3층 비스트로 리좀에서 만난 조외제(58)씨는 “지하 극장에서 개관 상영작을 보고 이곳에 올라왔다”며 “단편 영화를 보고 곧장 집으로 돌아가기가 아쉬웠는데, 이곳에서 차를 마시면서 여유롭게 전시도 볼 수 있어 한곳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내고 가는 느낌이 든다”고 만족해했다.

    에스빠스 리좀은 공간 내의 유기적 구성 외에도 창동을 열린 공간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도 함께 하고 있다. 하 대표는 “공예촌-예술촌-에스빠스 리좀을 연결하면 창동의 반경도 넓어지고, 사람들이 하루를 창동에서 머물 수 있게 된다”며 “지역 영화계, 창동예술촌과 연계한 반나절 프로그램 등을 개발할 것이다. 이를 통해 마산 원도심에 문화예술적 환경을 조성, 복합예술을 기반으로 도심재생을 이루려는 게 목표다”고 설명했다.

    지난 23일 오후 5시 30분부터는 에스빠스 리좀의 개관식이 열렸다. 지하 1층 시네아트 리좀에서 올해 부산국제단편영화제 개막작인 스페인 영화 ‘마지막 상영(나초 푸인테스 감독·2014·14분)’을 무료상영하는 것을 시작으로 3층 갤러리 리좀·비스트로 리좀에서는 개관기념전시도 함께 열렸다. 개관식에서 만난 사람들은 에스빠스 리좀의 공간적 의미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개관기념전을 열고 있는 서양화가 한홍수씨는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공간이다”며 “민간에서 이런 공간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열려 있는 공간으로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영화 ‘똥파리’의 주연 배우로도 유명한 영화감독 양익준씨는 “기존에 있던 문화예술공간도 사라지고 있는 추세에 만들어진 대단한 공간이다”며 “예술의 다양성을 꽃피울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개관식에 이은 뒤풀이 자리에서는 운영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려왔다.

    ACC프로젝트협동조합 서익진 고문은 “씨네아트 리좀의 경우 한 명이 영화관람을 하면 티켓값 6000원 가운데 순익이 채 2000원도 남지 않는다. 좋은 뜻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마산문화원 이승기 영화자료관장은 “우리 지역에서 처음 생긴 복합문화예술공간이라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며 “많은 도민들이 이곳을 찾아야 제2, 제3의 복합문화예술공간도 생겨날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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