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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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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청춘을 편곡하라- 장효영(남해대학 관광과 교수)

  • 기사입력 : 2015-12-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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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자에는 TV나 라디오 등 어디에서나 음악방송 프로그램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대체적으로 걸 그룹의 경쾌한 리듬과 춤곡에서 얼굴을 가리고 노래 실력을 겨루는 ‘복면가왕’, 가수가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일반인들과 경연을 벌이는 ‘히든싱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가수들의 노래를 듣다 보면 다소 옛 노래라 할 7080 시절의 노래가 맛깔나게 요즘 취향에 맞도록 재편곡돼 세련된 감각에 호소력 있는 가수들이 열창하며 부르는 노래는 듣기만 해도 속이 시원하다. 행여 다음 노래방에서 도전해 보고픈 욕망이 솟구칠 정도로 감동적인 곡들이 많다.

    관객의 조용한 긴장감과 초조한 기대감을 뚫고서 잔잔히 전주곡이 흐르면 가수들은 세상을 구원할 듯한 당당함으로 무대로 등장한다. 자신만을 위한 곡조로 전문화된 편곡의 선율 위에 음조의 극치에 달하는 순간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가슴 졸이게 하고 감동으로 눈물짓게 만든다. 노래의 클라이맥스에 이르러서는 목청껏 소리 질러 자신은 물론 감상하는 이들 모두에게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음악은 이래서 좋은 것인가 보다.

    열창은 우리의 숨을 멎게 하고, 긴장된 감성을 일순에 해소시켜 주기도 한다. 어쩌면 이토록 주어진 공간 위에서 세상을 정지시킬 정도로 벅찬 정서를 한량없이 한꺼번에 폭풍 치듯 쏟아낼 수 있도록 절제된 곡으로 재해석해 낼 수 있을까? 가수를 정확히 이해하고서 그에게 적합한 톤으로, 그가 가진 기량을 최대한 뽐낼 수 있도록, 노래를 새롭게 편곡해 내는 편곡자의 외침을 가수는 무대에서 영웅이 되어 세상에 포효한다. 가수의 음색과 음량 그리고 기량에다 원곡의 예술적 감각을 덧붙여 새로운 감성을 우리에게 선사하는 이는 편곡, 그건 또 다른 예술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서양 격언에 ‘Hit the iron while it is hot’(일에는 때가 있다)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 사회가 높은 비용으로 길러낸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20~30대를 위한 신나는 전주곡과 그들의 기량이 용솟음치는 행진곡을 준비해야 한다. 왜냐하면 바로 이때가 그들이 출연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기대와 불안으로 대기실에서 출연을 기다리는 가수처럼 우리의 젊은이들 역시 사회에 대한 첫 무대를 애타게 바라고 있다. 전주곡에 맞춰 그간의 감춰진 끼와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도록 사회가 청춘을 편곡해야 한다. 청춘의 끼가 자발적으로 넘쳐나도록 우리 사회는 형형색색의 곡을 2016년이 다가오기 전에 되돌아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지난 12월 3일 통과된 내년 예산 중 아쉽게도 교육예산이 53조2000억원으로 0.5% 상승했다. 사회복지가 5000억원, 보육료가 1442억원이 증액됐고, 여기에 학교 환경개선사업 등의 명목으로 누리예산 3000억원을 우회적으로 지원하는 등 이곳저곳에 복지관련 예산은 늘어났다. 아동복지와 노인복지에 대한 수혜범위는 늘어만 가고 있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학교를 나서는 이들을 위한 예산 확대 노력은 아쉽게도 챙겨지지 않거나 소홀한 느낌을 준다. ‘능력중심’, ‘핵심능력’, ‘스펙 없는 사회’ 등 규격화될 수 없는 젊음의 마그마를 굳어진 틀에다 넣어 몰딩하려고 하는 것은 그들을 위해 편곡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대로 너희가 따라 부르라는 수동적 기능에 대한 강요나 강제와 다름없다.

    어느 청춘시인은 취업을 시와 같다고 고백하면서 ‘시집이 팔린다면 대학원에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집에 갈 것 같습니다’라고 고백한다. 세상의 구호인 ‘경쟁력’과 ‘경쟁사회의 생존논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에 천착하겠다는 생명의 선언과 같은 말은 신선한 감동이다. 2016년은 젊음이 노래하고 그들이 활기 치는 멋진 곡을 준비해야겠다.

    장효영 (남해대학 관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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