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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누구나 갈 수 있는 그러나 아무나 갈 수 없는 '네팔 히말라야'

  • 기사입력 : 2015-12-30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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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말라야 신들께 기도 올리고

    해발 5545m 칼라파타르 오르는

    15일 일정 트레킹 시작

    고산병에 걸리지 않도록

    천천히 걷는 것이 기본 원칙

    설산 마을 풍경도 잠시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걷는

    인내의 시간들 계속

    마침내 정상에 오르면

    말을 잃게 하는 설산 풍경

    대자연의 장대함 앞에

    인간은 한없이 겸손해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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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발 4750m에 위치한 고쿄마을의 롯지(숙소) 모습.


    황정민 주연 영화 ‘히말라야’를 보고 난 후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25일 동안 히말라야 품속으로 들어가 내가 마주했던 그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에베레스트 트레킹을 마치고 루돌프 사슴처럼 코끝이 빨갛게 화상을 입은 내게 네팔인들이 건넨 한마디가 잊히지 않는다. 에베레스트가 당신의 코에 키스한 거라고….

    네팔 수도 카트만두 공항을 출발해 에베레스트 국립공원의 입구 루클라 공항으로 가기 위해 미니 비행기에 탑승했다. 자동 시스템이 아닌 사람이 직접 비행기에 짐을 싣는 모습에 놀랐고, 탐승객이 20명도 안되는 작은 비행기에 승무원이 있어 놀랐다. 나눠준 귀마개가 귀지가 붙은 누런 솜이라 또 놀랐고, 하늘에서 바라본 히말라야 산맥의 아름다움에 놀랐고, 착륙할 때 비행기가 산에 부딪치는 줄 알고 또 놀랐다.

    엄청난 굉음과 떨림을 내며 비행기는 이륙했고 히말라야 협곡 사이를 곡예하듯 비행했다. 루클라 공항은 해발 2850m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위치의 공항인데 절벽에 경사진 채로 만들어졌다. 심지어 활주로의 길이도 460m. 그래서 비행기가 착륙할 때는 경사면을 올라가면서 속도를 줄이고, 이륙할 때는 경사면을 따라 내려 가면서 절벽에서 그냥 솟구친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 1위에 뽑힌 루클라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공항 밖으로 나와 보니 포터와 가이드를 알선해주겠다는 현지 여행사 직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다행히 나는 네팔 친구의 도움으로 미리 가이드와 포터를 정하고 왔던지라 혼란에 빠지지 않고 유유히 공항을 빠져나와 루클라 시내에 있는 롯지(숙소 겸 레스토랑)로 향했다. 배낭을 내려 놓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가이드가 ‘물 한잔 마실래’하고 물어봐서 오케이했더니 물 한 컵에 300루피(420원). 아, 가이드가 물어봐서 공짜인줄 알고 달라 했다가 괜한 돈을 날린 묘한 기분. 지금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인데 그 당시에는 그것 또한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게다가 가이드가 짐을 들어줄 포터라며 소개해준 아저씨는 너무나 작고 왜소한 데다가 심지어 등산화도 신고 있지 않았다. 키는 150㎝가 될까말까 했는데 내 짐까지 잘 들고 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고 운동화로 설산 트레킹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가이드에게 불안한 눈초리를 보냈더니 ‘Don’t worry. He is strong.(걱정하지마, 그는 강해)’라 말하며 문제 될 게 없다는 식이었다. 서로 통성명을 하고 최소한의 짐만 남기고 포터에게 배낭을 넘겨주는데 나의 짐을 누군가가 대신 들어 준다는 게 이토록 부담스런 일이 될 줄 몰랐다. 어쨌든 가이드와 일정을 의논하고 약 15일 일정으로 해발 5545m 칼라파타르 정상까지 무사히 잘 다녀올 수 있게 히말라야 신들께 기도를 드리고 첫발을 내딛었다. 첫날 일정은 해발 2623m 팍딩까지 약 4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했다.

    백두산을 제외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 한라산도 1950m인데 히말라야 트레킹은 시작부터 2000m가 넘는 고도에서 시작을 한다. 그래서 고산병에 걸리지 않도록 천천히 걸어야 하는게 히말라야 트레킹의 기본 원칙이다. 걷다보면 현지 네팔리들이 ‘비스따리 비스따리’라고 말하는데 우리말로 천천히란 뜻이다. 초반 트레킹 구간은 길이 험하지 않아 한국인 특유의 ‘빨리 빨리’ 개념으로 본인의 체력을 믿고 무리하게 되면 트레킹 중반에 반드시 고산병이 온다. 트레킹 중에 만난 한국 산악회 어르신들은 일주일 정도의 빡빡한 일정으로 여행 계획을 잡고 하루에 고도를 1000m 이상씩 올리면서 기본 8시간씩 걸었는데 나중에 카트만두에서 다시 만났을 때는 일행 중 3분의 1은 중간에 고산병 증세로 중도하산했다고 했다. 이렇게 하산이라도 하게 되면 다행이지만 고산병이 심해져서 의식을 잃게 되면 생명까지 위험해진다. 하루에도 수십번의 헬기가 히말라야 상공을 날아오르는데 헬기 소리만 들어도 또 누군가가 위험하구나 싶어 괜시리 맘이 무거워졌고 가이드 말처럼 천천히 걸으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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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발 5000m까지 짐을 싣고 올라가는 야크 행렬.

    히말라야 품속으로 들어오면 예전 우리의 시골 모습과 아주 흡사한 풍경이 이어진다. 그래서 정겹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아직까지 이국적인 느낌은 없다. 풍경에 취하기보단 오늘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을 뿐이다. 해발 3440m 남체바자르까지 가는 3일째 트레킹이 가장 힘든 날이었다. 체력적으로 단련이 덜 되기도 했고 메마른 돌길과 계단이 연속적으로 이어져 지루함의 연속인 길이었다. 4시간 정도면 될거라 예상했지만 점심시간까지 포함해서 8시간이나 소요됐다. 아직까지는 설산 가까이 가지 않아 낮에는 꽤 더워 땀을 무지하게 흘렸지만 체온변화가 심하면 감기에 걸리거나 고산병 확률이 높아진다고 해서 샤워나 머리감기가 트레킹 내내 금기시된다. 트레킹이 끝날 때까지 머리를 감지 못한다는데 과연 그 찝찝함을 견뎌낼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남체바자르(3440m) 이후 고도가 높아질수록 히말라야의 온도는 더 내려갔다. 너무 추워서 양치만 하고 잔 날이 태반이었고 추워서 물티슈로 얼굴 닦는 것조차 하지 않았던 날도 더러 있었다. 히말라야에서 청결함이란 사치였다. 누가 씻겨 준다고 해도 마다했을 것이다. 정확히 13일 만에 머리를 감았는데 그 상쾌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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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째 도저히 길이라고 믿기지 않던,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고갯길로 알려진 촐라패스(5330m)를 8시간 걸려 통과했다. 전날 어마어마한 눈이 내려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지는) 구간이 덮여버리고 길도 사라져서 가이드도 두손 두발 모두 동원해 네발로 걸으면서도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니 정말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이 구간에서 만큼은 경력도 소용없는 듯했다. 대자연의 장대함 앞에 인간은 겸손할 수밖에…. 10일째 에베레스트를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칼라파타르(5550m)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몇 발자국 내딛는 것이 너무나도 힘에 겨웠다. 공기가 희박하다는 게 확연히 느껴졌고 눈앞에 보이는 열 발자국 거리도 한참을 걸려 걸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느꼈고 한발짝 내딛는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됐다. 그렇게 오로지 나의 두 발로 도착한 해발 5550m 칼라파타르 정상에서 에베레스트를 마주하는데 촌스럽게 펑펑 울고 말았다. 눈앞에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 에베레스트(8848m)가 우뚝 솟아 있고 그 주변으로 로체(8414m), 눕체(7861m) 등 수많은 산들이 이어져 히말라야 산맥을 이루고 있었다. 눈 앞에 설산 봉우리들이 경이롭다 못해 존경스러움으로 우뚝 서 있었다. 말을 잃게 만드는 풍경이었고 세상이 멈춘 느낌이었다.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나에게 히말라야를 허락해준 히말라야 신들에게 감사했고 나의 배낭을 책임져주고 길잡이가 되어준 가이드와 포터에게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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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팔의 대중적 음식인 달밧.


    △ 무학산 등산로보다 잘돼 있어 누구나 갈 수 있다. 다만 3000m 이후부터는 고산병이 올 수도 있으니 일정을 넉넉하게 잡아 고도에 적응하면서 천천히 올라야 한다.

    △ 혼자 가든 둘이 가든 그룹으로 가든 가이드·포터는 꼭 필요하다. 예상치 못한 사고가 날 수도 있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고산지대에서 내 몸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 자신의 체력을 너무 믿지 말고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 고산병 때문에 흡연·음주·샤워는 절대 금지다. 고산병에 걸리면 무리하게 트레킹을 해서는 안된다. 무조건 고도를 낮춰 하산해 휴식을 취해야 한다.

    △가이드와 포터는 아랫사람이 아닌 나의 짐과 안전을 책임져주는 친구임을 명심하고 프렌드십을 발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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