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혜진
나의 사거리에도 앵두가 켜집니다. 자주 정체되고 시도 때도 없이 클랙슨을 눌러 댔습니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을 빈손으로 걷고 있었습니다. 올해도 그냥 넘어가는구나, 하는 마음으로 가로수 길은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때마침 당선 전화를 받았습니다.
봄이지만 우리 도시, 신호등의 봄은 봄이 아니었습니다. 눈이 아프도록 세상을 들여다보면 이미지가 펼쳐진다고 했습니다. 몇 개의 방향을 가진 사거리입니다. 저마다의 역할로 떠나가고 돌아와도 아무도 안부를 묻지 않는 횡단보도 앞에서 나는 그들의 안부를 묻는 배역을 담당하고자 합니다. 누군가의 발걸음에 젖어 있는 불안, 아픔, 무서움, 그리고 절규까지 치명적인 아름다움이 될 수 있도록 시를 그리겠습니다. 비록 멈칫거리는 붓질일지라도.
어둠 속에서 촛불을 밝혀주신 김영남 선생님, 늘 독특한 상상력을 갈구하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막막한 가로수 길에서 제 시의 원근법을 쥐여주신 심사위원님들과 경남신문사에 감사드립니다. 저의 당선을 기원하며 마음을 모아주신 분들에게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신비디움 꽃대의 행운을 전송해준 친구 김분홍 시인, 시를 사모하는 김유진 시인에게 하루 9할의 시간이 어서 시와의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늘 격려와 충고 아끼지 않은 스터디 선배님들 고맙습니다. 내가 시로 좌절하고 시로 서러워할 때 단 한 번도 시를 탓하지 않고 격려해주며 내 편이 돼준 남편 신용찬씨, 아들 채훈, 그리고 언니들, 오빠, 저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모든 분들을 사랑합니다. 그럼 제 배역에 어울리는 막을 올리렵니다.
△1962년 함안 출생 △마산대학교 졸업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재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