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남신문은 창간 70주년이 된다. 그런 만큼 신년벽두를 장식하는 신춘문예 당선작은 독자를 설레게 하는 빼어난 작품이기를 소망하면서 심사에 임했다.
응모된 작품들은 시조의 기본에 충실한 작품들이 주종을 이뤄 예년에 비해 향상된 모습을 보여 흐뭇했다. 고질적 문제점으로 지적된 음풍농월, 영탄조의 서정성을 배제하고 구체적이고 현실에 바탕을 둔 작품이 많았기에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향상됐다는 느낌에 비해 타고난 가인의 기질을 지닌 단 한 편의 절창을 고르기엔 다소 역부족이었다는 아쉬움이 있다.
마지막까지 선자의 손을 떠나지 못한 작품으로 이진의 ‘콘센트’, 백윤석의 ‘사과나무 절집’, 정성호의 ‘금빛 질경이’가 논의됐다. ‘콘센트’는 단수 정형의 특징을 잘 드러내 줬을 뿐만 아니라 상당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초장과 중장의 가쁜 호흡에 이어 숨결을 고르며 마침표를 찍는 종장의 흐름이 눈길을 끌었다. 그에 비해 ‘사과나무 절집’은 사과나무와 농부의 땀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 눈길을 끌었고, ‘금빛 질경이’는 가장 낮고 척박한 곳에서도 잎을 틔우는 생명의 경외에 눈길을 주는 모습이 좋았다.
백윤석씨는 단아한 서정에 비해 낡은 시어에 의존하는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고, 이진씨는 여러 가능성을 보여줬음에도 함께 보낸 다른 작품에서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이 가장 결정적인 흠결로 지적됐다.
우리는 긴 논의 끝에 정성호의 ‘금빛 질경이’를 당선작으로 뽑았다. 작품들의 고른 성취로 미뤄볼 때 습작의 과정이 튼튼했음을 확인했고, 그런 만큼 안정된 보법과 이야기를 전개하는 힘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다. 물론 시상의 전개와 참신함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었지만 노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으리란 믿음은 있다. 한국시조단을 짊어지고 갈 동량으로 성장하기를 기원하면서 응모한 모든 분들의 정진을 빈다.
(심사위원 이달균·서일옥)
이달균
서일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