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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총선 이후가 더 걱정이다- 김재익(논설실장)

  • 기사입력 : 2016-01-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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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가 밝았지만 국민들에게 희망을 건네야 할 정치는 달라지는 게 없다. 해가 바뀌면 구태를 벗어던지려고 노력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국내 정치에는 안 통하는 얘기인 듯하다. 정치권 파행이 점입가경 (漸入佳境)이다.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국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귀를 닫은 것인지 이런 비난마저도 들리지 않는 것 같다.

    국회의원 선거구가 무효된 지 7일째를 맞고 있다. 선거구가 실종되는 초유의 사태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야 정치권은 급할 게 없다는 듯한 모습이다. 현역 의원들은 느긋하기까지 하다. 선거구의 조정 가능성이 높아 노심초사하는 일부 의원들을 제외하면 전혀 긴장 모드가 아니다. 그에 반해 정치 신인들만 마음이 바쁘다. 후원회를 등록하고 홍보물을 발송하는 등 상대적으로 유리한 현역을 따라잡기 위해 뛰어야 하지만 선거구 무효로 지연되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선거구 무효를 입법 비상사태로 보고 선거구 획정안을 직권상정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무산될 듯하다. 선거구 획정위를 통해 획정안을 만들겠다는 구상 자체가 안일한 생각이었다. 선거구 획정위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독립기구로서의 지위를 부여받았다. 그럼에도 그동안 활동은 독립적이지 못했다. 위원 9명 중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을 제외하고는 여야가 추천한 4명씩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 축소판’이나 마찬가지여서 의견 일치를 보기 어려운 구조이다.

    획정위원 9명 가운데 의사결정은 6명이 찬성해야 의결되기 때문에 여야의 대리인으로 구성된 획정위에서 획정안을 마련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새누리당은 이런 문제점에 대해 획정위의 의결 요건을 3분의 2 찬성에서 과반 찬성으로 완화하는 개정안을 5일 국회에 제출했다. 소 잃기를 경험한 후 외양간 고치기에 나섰다.

    선거구 획정은 또다시 구태를 답습하는 시나리오로 가고 있다. 과거에도 선거구 획정은 벼랑 끝에서 타결되는 악습을 되풀이한 바 있다. 1996년 15대 총선의 경우 선거 73일 전인 1월 27일에 획정안이 확정됐고, 2000년 16대 총선 때는 선거 65일 전에 국회를 통과했다. 최악은 2004년 17대 총선이었다. 선거를 불과 37일 앞둔 3월 초에 마무리돼 선거운동과 선거관리에 어려움이 컸다. 2008년 18대 총선은 선거 47일 전에, 2012년 19대 총선 때도 선거 44일 전에 선거법이 개정됐다. 악순환의 뿌리가 깊음을 알 수 있다. 오늘로써 20대 총선이 97일 남았다. 정치권이 과거에 비해 아직 양호하다는 생각을 가질까 봐 우려된다.

    선거구 실종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요 쟁점법안 처리와 맞물려 교착 상태가 오래갈 수 있다. 이럴 경우 정치신인들은 현역 의원에 비해 현저하게 불리해진다. 현역 의원의 사실상 선거운동인 의정보고 활동을 제한해달라는 요구도 그 때문이다. 현재 선관위 방침대로라면 지난달 31일까지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은 출마예정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다. 손발이 묶여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것이다. 총선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선거가 연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결국 과거처럼 타결돼 급하게 선거를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이번 선거만큼은 유권자가 깨어 있어야 한다. 선거 때만 되면 머리를 조아리는 그들 가운데 누가 참 일꾼인지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 잘못 뽑아 4년 내내 후회 말고, 생산성 높은 지역 선량을 선출해야 한다.

    이번 선거구 무효 사태에서 정치신인들의 문제 제기가 단순히 불만 표시 차원에 그치지는 않을 듯해 보인다. 현역 의원과의 현격한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며 선거무효소송을 줄줄이 제기할 가능성도 크다. 선거구가 무효되는 초법적인 상황을 초래해 놓고도 문제 해결에 뒷짐인 현 정치 상황은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다. 4·13 총선 이후가 더 걱정이다.

    김재익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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