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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용이 나는 개천을 만들자- 조기호(경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

  • 기사입력 : 2016-01-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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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연말 두산베어스 왼손타자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구단과 맺은 입단계약 소식이 화제가 됐다. 그의 성공 스토리 중에서도 연습생 출신 최초의 메이저리거라는 것이 돋보인다. 연습생 신분으로 국내 프로야구 무대에 들어온 김현수의 노력이 얼마나 각별했을지는 굳이 말이 필요없을 것이다. 다만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이러한 개인의 성공이 한국 야구계가 오랜 기간 쌓아온 여러 제도적 기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조금 미흡해도 잠재력과 성장성에 주목한 선수 발굴, 소속 선수에 대한 체계적 훈련, 실력에 따른 공정한 기회 제공, 철저한 성과 보상에 따른 동기부여, 선수별 과학적 분석에 근거한 재도전 기회 제공 등 한국야구계의 다양한 지원이 김현수 같은 스타를 양성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시각을 바꿔 이러한 상황은 야구계에만 적용되는 것인가? 경제계, 특히 우리 경제 실핏줄과도 같은 소상공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정책적 배려와 경제적 기반, 경제주체간 연대의식 등 배경이 충분히 조성돼야 성공하는 소상공인이 양산될 수 있다. 어두운 경제전망이 수년간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응력은 취약하고, 사업자 중 50대 이상이 절반 이상인 소상공인의 경제적 어려움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연습생’으로 자영업에 진입하는 것과 진배없다.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선 당연히 사업주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대략 300만 중 매년 80만 사업체가 폐업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자영업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는 사회적 기반이 선행돼야 소상공인의 경제적 자립이 실현될 수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차별되는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보다 쉽게 창업하고, 미래 가능성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창업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 준비된 사업가를 배출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의 사업화 구상, 구체적 창업준비, 경영실무, 자금조달 등 실효성 높은 교육을 대폭 확대해 충분히 훈련받은 후에 업계로 진출하도록 유도한다.

    해당 업계에서 어느 정도 자립기반을 형성해서 인정받으면 노고를 보상받는 환경도 필요하다. 영세기업이 어렵게 다져놓은 영업근간을 유통망과 자금력이나 계약상 우월한 지위로 무력화하는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상거래 관행도 철폐돼야 할 것이다. 보호업종 지정, 카드 수수료율 조정, 경비 세제혜택 확대 등 정책적 배려로 자영업자 소득이 어느 정도 보전될 경우, 나라 경제 전체적 소비진작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도전자가 언제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소상공인의 경우 생존율이 20%에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된다. 제대로 된 통계도 미흡하다. 근로자에 비해 4대 보험 가입률은 현저히 낮고, 퇴직금도 없어 중소기업중앙회의 노란우산 공제 제도가 사실상 유일한 안전망으로, 창업에 실패하면 경제적 회생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성실하게 일했지만 실패한 소상공인이 다시 재도전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이 더욱 확대돼야 하는 이유다.

    소상공인 안정적 자립을 위한 선순환 생태계 조성에는 다양한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경남신용보증재단도 금년 3만5500개 업체에 7000억원의 신용보증을 지원해 금융 기반의 한 축을 담당하고자 한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도록 개천을 다듬고 만들어서 올 한 해 경남 곳곳에서 스타 소상공인이 주목받고 있다는 기분 좋은 소식을 기대한다.

    조기호 (경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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