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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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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명예훼손죄 오남용- 민태식(내외법무법인 변호사)

  • 기사입력 : 2016-01-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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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시장이 ‘희망제작소’라는 시민단체를 운영할 때의 일인데, 한번은 기자들에게 ‘국가정보원에서 희망제작소에 후원하는 기업들의 임원들에 대해 조사하고 압박을 하니 기업의 후원이 줄어서 재정적으로 단체 운영이 어렵다’고 말했고 이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자 국정원은 후원기업에 대해 압박한 일이 없는데도 박 시장이 허위의 사실로 국가(국정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우선 국가를 명예훼손 소송의 주체로서 인정하기 어렵고, 국가는 업무정당성과 청렴성과 관련해 비판과 감시를 받아야 하는데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정원이 국민을 상대로 소송하는 것은 국민의 비판,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므로 바람직하지 않고, 또 국가는 권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명예를 회복하는 능력이 충분하다’는 이유로 원고(국가, 국정원)패소 판결했다. 타당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 국회 청문회에서 박영선 의원이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사건 당시 대통령이 어디 있었냐고 질문했는데, 김기춘 비서실장은 뜻밖에 ‘모른다’고 답변했다. 여기서부터 소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관해 여러 가지 소문이 생겨났고 급기야 조선일보에서 ‘대통령을 둘러싼 풍문’이란 제목으로 비선 의혹, 사생활 의혹 등을 언급했고 곧이어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조선일보 칼럼과 내용은 비슷하지만 수준 이하로 대통령을 비난하는 글을 써서 산케이신문에 올리고, 글 내용이 국내에 알려지자 청와대가 발끈하고, 한 시민이 일본인 기자를 고발하자 검찰이 명예훼손죄로 기소하고 근래에 무죄로 판결이 선고됐다.

    판결 이유는, 가토 지국장이 소문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보도한 것은 사실이고 소문 내용이 허위인 것을 알았을 것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공적인 위치에 있는 대통령으로서의 지위와 일반인인 여성 개인으로서의 지위를 분리해서 해당 칼럼은 남녀관계 소문이 있는 일반인 여성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고 세월호 침몰이라는 중대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행적에 관한 것이었고 행적과의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은 남녀관계에 관한 소문에 관한 것일지라도 이에 대한 언론 자유가 폭넓게 인정돼야 하고 대통령을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썼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남보다 높은 지위에 오르거나 재산이 많거나 잘나거나 해서 권력을 가진 사람은 부러움과 동시에 시기의 대상이 되고 근거 없는 소문이나 의도적인 음해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소문이나 비난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것이 근거 없는 것이라면 그냥 무시하고 모른 체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사그라드는 속성이 있는데, 그러지 않고 일일이 발끈해서 대응하는 것은 오히려 쪼잔함의 표현이거나 제 발 저린 경우일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명예훼손죄 자체가 없는 나라도 꽤 많은 실정이다.

    법원에서 자주 명예훼손죄에 대해 비판, 표현의 자유를 우선하는 판결을 하는데도 기소를 하는 검찰의 행태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공적인 일과 관련된 것이라서 무죄 가능성이 많은데도 기소하는 것을 보면 진짜 유죄를 확신하는지 의문이고, 유죄를 확신하지도 않으면서 기소하는 것은 상부의 눈치를 보는 것인지 아니면 유무죄와는 상관없이 피고인에게 재판 받으면서 고생해보라는 속셈인지 알 길은 없지만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들 대부분은 모르고 있지만 천안함 침몰 후 5년 동안 진행돼 온 천안함 관련 명예훼손죄 사건에 대한 재판이 지난 연말에 심리를 종결하고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이달 25일 선고를 앞두고 있는데 그 결과도 자못 궁금하다.

    민태식 (내외법무법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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