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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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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뿌리내린 중국 민초의 고단한 삶

■ 황하의 물결

  • 기사입력 : 2016-01-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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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G-2로 부상한 중국.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죽의 장막이 걷히면서 중국인이 몰려들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살아가는 중국인은 조선족 약 70만명, 한족 30만명을 합해 100만여명. 올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여행객인 유커는 600만명, 곧 1000만 시대가 온다.

    그간 정부 차원의 고위급 회담, 기업 진출 등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하지만 삶의 밑바닥에서 하루하루 먹고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 땅의 중국인 이야기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황하의 물결’은 그러한 민초들과 더불어 어둡고 얼어붙은 현실을 담은 최초의 책이다.

    지난 1989년 천안문민주화운동 직후 한국으로 피신한 중국 민주인사들의 고뇌와 목소리를 담은 첫 책이기도 하다. 중국에서 가장 우수한 소수민족인 조선족이 고국에서 겪는 설움, 13억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 최대 민족인 한족이 한국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며 겪는 애환이 서려 있다. 한국 최대의 차이나타운인 대림동에서 중국인들과 살을 부대끼며 동고동락한 서울중국인교회 최황규 목사의 체취가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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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시장은 국난에 가까웠던 IMF 당시뿐만 아니라 지금도 한국 경제성장의 중요한 발판이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머리와 가슴에 남아 있는 역사적 상처 탓인지, 이 땅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중국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저자가 처음 중국인을 만난 건 1999년, 탈북자들의 고통이 한국 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한 무렵.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했다가 한국으로 피신한 중국 반체제 민주인사를 우연히 만나게 됐다. 한국에서 고립된 그를 차마 외면할 수 없어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함께 지내며, 국내외 언론에 난민들의 실상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코리아타임즈’, ‘코리아헤럴드’, ‘뉴스메이커’ 등에 기사화되면서 사각지대에 놓인 난민인권 문제가 한국 사회에 이슈화됐다.

    이 같은 노력으로 한국에서 추방 위기에 놓인 외국인들이 난민 신청을 할 수 있게 됐고, 200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중국 민주인사들이 난민으로 인정되는 결실을 낳았다.

    이후 저자는 서울조선족교회에 합류해 우리와 같은 핏줄임에도 고국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조선족의 합법체류 및 자유왕래를 위해 몸을 던졌다. 그들은 고용주들의 부당 노동행위 강요, 임금 체불, 비인격적 대우, 성폭력 등을 견디고 감내해야 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불법체류’, ‘강제추방’, ‘비인간적 삶’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질기게 이어졌다.

    책에는 그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고초들은 물론, 조선족이 불법체류자 신세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법의 잣대로만 처리하려는 법무부의 행태를 드러낸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민간 차원에서 한국과 중국의 우의를 세워 나가는 데 긍정적 촉매가 돼 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최황규 저/홍성사 간/1만5000원

    전강준 기자 jkj@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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