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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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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현대 결혼식 유감- 정정헌(마산대 외래교수)

  • 기사입력 : 2016-01-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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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이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삼포세대’라는 말이 있다.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라는 것이다. 현재 이들에게 직면하고 있는 암울한 시대적 아픔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표현 같아서 씁쓸하다. 불안정한 취업과 기약 없는 준비과정, 치솟는 전셋값, 과도한 생활비용 등으로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미루거나 아예 포기한다는 자조 섞인 말이기 때문이다. 정치인을 비롯한 사회 지도자들은 저마다 국가가 직면한 문제들을 걱정하고 해법을 제시하지만 한민족의 명운이 걸린 이보다 더 시급한 것이 어디 있을까 싶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 문제를 자칫 방치하거나, 시기를 놓쳐 고착화된다면 인구가 부족한 일부 국가들처럼 조만간 우리나라도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는 정책이 도입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단기간에 저비용으로 필요한 인구수를 손쉽게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외척 자제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해를 넘기지 않기 위해 서둘러 날을 잡았단다. 그런데 결혼식장을 찾을 때마다 늘 느끼는 것은 예식절차나 방법이 너무 자유분방해 심지어는 가볍게까지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는 물론 현 세태를 반영한 신풍속도로 이해할 수 있겠지만, 결혼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의례 중 하나로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이라는 의미에서 좀 더 진중하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갖게 된다. 이런 개성적인 결혼식이 자칫 결혼의 신성함을 잊게 하는 것은 아닌지 저어되기 때문이다.

    전통시대의 결혼은 주지하다시피 가문끼리의 결합이었다. 그래서 결혼 상대자의 얼굴도 한 번 보지 못하고 결혼식을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사주가 중요한 몫을 차지했다. 사주 속에 상대방의 성격이나 외모, 현재와 과거 미래가 모두 담겨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최근에는 주례 없이 양가 부모의 축사로 대신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혹자는 전통 결혼식에서도 주례 없이 결혼식을 올렸기 때문에 별반 차이는 없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전안례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이는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나무기러기를 신랑이 신부 집에 들고 가서 혼인 담당 신(神)인 칠성신에게 양가의 혼인을 신고하는 의식이다. 물론 기러기는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매개물로 기능한다. 결혼은 인간의 문제이기 이전에 신의 관여로 가능하다고 여겼던 것이다. 이와 같이 전통시대의 결혼은 신성함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다.

    또 불도 있다. 불은 신성한 밤의 시간을 상징한다. 결혼이 신성하다는 증거로 불을 밝혔던 것이다. 이런 흔적은 현대결혼식장에도 남아있다. 예식이 시작되기 전의 양가 화촉이 그것이다. 불을 밝힘으로써 실내를 더욱 밝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신성한 밤의 시간으로 전이시키는 것이다. 제사상이나 비손을 할 때 불을 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예전에는 혼례상에 닭이 있었다. 닭은 다산과 입신양명과 축귀의 상징이었다. 결혼을 통해서 자식 많이 낳고, 신랑은 벼슬살이를 하고, 양 가문에 좋은 일만 있기를 염원하는 바람을 닭에 담았던 것이다.

    시대와 세태가 변해도 결혼식은 여전히 신성한 의식이다. 하객들에게 흥을 돋아 주는 보여주기식의 이벤트성 연출은 지양돼야 한다.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결혼이 개인적인 결합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성의 또 다른 시작이기 때문이다. 흔히들 부부의 인연을 천생연분이라고 한다. 이 말 뜻은 전생에서부터 맺어졌던 부부의 인연이 현재에 이어지고, 다시 죽을 때까지 부부로 살다가 죽음 이후에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만큼 결혼이 신성하고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거리로 만든다는 의도도 좋지만 결혼의 신성함과 새로운 인생의 출발 의미를 새겨 본다는 점에서 다시 생각해 볼 문제이다. 바쁘게 살다 보니 잊어졌던 우리의 가치관을 다시 들여다보고 끄집어낼 때이다.

    정정헌 (마산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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