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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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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사천시의 육국장과 육과장- 정오복(사회2부 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6-01-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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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천시는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올해 초 인사에서도 신설 우주항공국장과 4개 과 과장을 6개월 후 퇴직자들로 발령냈다. 30여년 공직생활 끝에 정년을 불과 6개월 앞두고 서기관·사무관으로 승진한 이들로선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6개월 국장’, ‘6개월 과장’이란 뜻으로 ‘육국장’과 ‘육과장’이란 말로 희화화되고 있다. 신조어의 기저에는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감정이 깔려 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지난 연말 퇴직한 구 모 전 산업건설국장은 재임 6개월 동안 국 산하 10개 과 업무를 파악하는 데도 시간이 벅찼던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직 출신이다 보니 더욱 그랬다. 그런데도 우주항공산업도시 사천의 기틀을 마련할 신설 우주항공국장에 또 ‘육국장’을 임명했다.

    이렇게 되면서 오는 6월이면 행정국장·우주항공국장·농업기술센터 소장·시의회 사무국장 등 국장급 보직 5명 중 4명이 동시에 퇴직해 인적 자원의 단절마저 우려된다.

    더욱이 해양수산과장은 연이어 ‘육과장’으로 임명하면서 해양수산업무의 연속성에 문제점이 노출되지 않을까 염려될 지경이다. 더군다나 육과장의 경우 1개월 반의 사무관 교육마저 받아야 하기 때문에 공백이 크지 않을 수 없다.

    대개의 경우 인사발령 후 업무 인수를 받아 세부적 업무 파악, 관련 단체와의 협력 도모, 또 현안사업을 어떻게 추진해 성과를 낼 것인지, 신규 사업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하기까지 3~5개월은 걸린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육국장이나 육과장으로선 업무 파악을 제대로 못하거나 해도 어설프게, 또 업무파악을 했더라도 일 좀 할 만하면 퇴직하게 마련이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한 부서에서 최소 1년 6개월은 근무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행정기관의 인사는 공공성이 최우선이다. 인사로 인해 지역이 어떻게 변화하고, 정책이 어떻게 입안되고 전개돼 지역발전을 가져올 것인지를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한다. 연공서열이나 인정을 앞세우는 인사는 종친회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이젠 향우회에서도 안 통할 정도다.

    조선의 현군 정조의 어록 일득록(日得錄)에 보면 ‘적체를 소통시키는 것만을 위주로 하면 인재를 고르는 데 실책을 범하기 쉽다’고 경계했다. 또한 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어 첫 번째 급선무로 인재를 배양하는 것보다 앞서는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덕망과 능력을 겸비한 인재는 저절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 선순환의 조직이 길러내는 것이다.

    정오복 (사회2부 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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