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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8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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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8) 호가호위(狐假虎威)- 별 것 아닌 사람이 권력자를 등에 업고 설친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6-01-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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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우는 개과에 속하는 동물로서 옛날 이야기에 많이 등장한다. 주로 교활하고, 약고, 간사하고 변덕 잘 부리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로 많이 쓰인다. 경상도 사투리로는 ‘야시’, ‘여시’ 등으로 쓰인다.

    호랑이는 다른 동물을 잡아먹고 사는데, 어느 날 여우를 한 마리 만났다. 속절없이 잡혀 먹이게 된 여우가 태연하게 “나는 여러 동물들의 왕이니 당신이 나를 잡아먹지 못할 걸”하고 능청을 떨었다. 호랑이가 어이가 없어 “네놈이 무슨 동물의 왕이냐, 왕은?”라고 비웃었다. “내 말 못 믿겠다 이거죠? 그러면 내가 앞서 갈테니, 당신은 내 뒤를 따라와 보시오. 내 위세가 얼마나 대단한지. 모든 짐승들이 나만 보면 바로 혼비백산(魂飛魄散)해서 달아날 것이오. 내가 여러 동물들의 왕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확인해 보시죠”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호랑이는 그럴 리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여우가 워낙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바람에 여우의 요청대로 따라나섰다. 여우가 앞에 가고 호랑이가 그 뒤에 따라갔는데, 뜻밖에도 모든 짐승들이 여우를 보자마자 다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며 도망쳤다.

    호랑이는 그 광경을 보고 여우를 여러 동물들의 왕으로 인정해 주고 잡아먹지 않았다. 호랑이는 끝내 여러 짐승들이 여우를 보고 도망간 것이 아니라, 여우 뒤에 있는 자기를 보고 도망갔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자신의 속이 허한 사람이 다른 배경을 잘 끌어댄다. 훌륭한 조상 자랑, 형제 자랑, 친구 자랑, 동문 자랑 등 누구와의 관계를 끌어와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자기 밖의 힘을 끌어와 자신의 위세를 높이려는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능력과 인격을 짐작할 수 있다. 자기의 능력과 인격으로 세상을 살려고 해야지, 바깥의 남의 것을 끌어와 자기를 돋보이게 하고 우위를 차지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맹자의 말에 “형제를 끼고서 벗을 사귀지 말라(不挾兄弟而友)”라는 말이 있다. ‘친구를 사귈 때 출세한 자기 형제의 세력을 등에 업고 자기의 위상을 높이려고 하지 말라’는 뜻이다.

    요즈음 총선이 다가오니까 공천 경쟁이 치열해진다. 유력한 당의 공천을 받아야 선거에 결정적으로 유리해진다. 모두가 대통령과 가깝다는 것을 내세우기 위해 대통령과 함께 찍은 대형 사진을 내걸거나, 관계된 문건을 인쇄해서 돌리고 있다. 정말 대통령과 친한지 대통령에게 인정을 받았는지도 확인 안 된 상황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이나 그 밖에 자리에 당선되는 것은 대통령과 친하냐 친하지 않느냐는 그렇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국회의원으로서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가 더 중요하다. 요즈음은 선거가 바로 혁명이다. 유권자가 능력 있고 사람 된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우를 호랑이로 간주하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되겠다.

    *狐 : 여우 호. *假 : 거짓 가.

    *虎 : 범 호. *威 : 위엄 위.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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