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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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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국제유가 폭락에도 등유값 안 내려가는 이유는?

타 유종 비해 수요 적고 보관비용 부담 커
세금 비중, 휘발유·경유보다 낮아
취급주유소 적어 가격담합 의혹도

  • 기사입력 : 2016-01-2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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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유가 기조 속에서 ‘서민 에너지’인 등유만 예외적인 가격 추이를 보이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재작년 말 배럴당 100달러를 맴돌던 국제유가는 꾸준히 하락해 현재 30달러선 붕괴를 앞두고 있는 반면 경남지역 등유값은 ℓ당 1200원대 초반에서 현재 700원대 후반으로 약 30% 하락에 그쳤다.

    같은 기간 휘발유·경유값도 1900원대에서 1200원대로 비슷한 비율이 하락하긴 했지만, 등유는 이들에 비해 유류세 비중이 낮은 것을 감안하면 유통비용의 하락폭이 세태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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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 창원시 의창구의 한 주유소에서 고객이 차량에 기름을 넣고 있다./전강용 기자/

    ◆가격 요지부동 세금탓?=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Opinet)에 따르면 국내 유종별 유류세는 보통휘발유 기준 ℓ당 교통세 529원에다가 교육세(교통세의 15%), 주행세(교통세의 26%)이며 자동차용 경유의 경우 교통세 375원에 교육세(교통세의 15%), 주행세 (교통세의 26%)로 산정된다.

    반면 등유의 경우 ℓ당 개별소비세 63원과 교육세(개별소비세의 15%)로 다른 유종에 비해 세금 비중이 크지 않다. 때문에 휘발유와 같이 세금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오피넷 사이트 메인화면에 표시된 유가 가격구성표에 따르면 ℓ당 1380원 기준 세금은 899원으로 전체 가격의 65.1%를 차지했고, 주유소·대리점 마진은 81원(5.9%)에 그쳤다.

    지난달 기준 등유의 국제가격은 ℓ당 354원이다. 여기에 유류세 182원가량이 붙더라도 정유사에서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은 ℓ당 560원 안팎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난달 경남지역 주유소에서 판매된 평균 등유값은 ℓ당 850원 내외로 무려 유통단계에서 300원 가까운 마진이 발생한 것이다.

    ◆계절품목… 보관 부담 커= 등유는 통상적으로 팬히터, 스토브, 온풍기 등 난방기에 사용되는 계절품종에 가깝다는 점이 다른 유종과는 가격구성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정유업계는 설명한다.

    창원 진해구 석동 소재 셀프주유소에서 만난 김모(48)씨는 “등유의 경우 겨울에만 일시적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난방용으로 찾는 사람들이 일부 있어 들여놓기는 하지만 평균적으로는 수요가 없는 편이기 때문에 보관비용이 적잖게 많이 든다. 이렇다 보니 등유에 대해 주유소 마진은 다른 유종에 비해서는 높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등유는 농어촌 및 낙후지역의 배달 판매가 많아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회전율이 낮은 등유를 탱크에 장기간 보관하는 데 따른 기회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는 이유다.

    하지만 등유는 난방용 기기뿐만 아니라 농산물 건조기 등 서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품종인 까닭에 등유값의 요지부동은 부담이 크다고 소비자들은 주장한다.

    박순영(42·여·김해 구산동)씨는 “식당을 하는데 히터만으로 가게 전체 온도를 덥히기에는 비용 부담이 커서 등유 난로를 함께 쓰고 있는데 주유소 마진이 이렇게 큰 줄은 몰랐다. 소시민들이 주로 등유를 쓰는데 주유소 마진을 좀 낮췄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가격담합 의혹도= 등유 취급 주유소가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가격 경쟁도 치열하지 않아 시장이 결정하는 가격에 소비자들이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도 있다.

    27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국내 석유제품시장의 가격비대칭과 시장지배력’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5년 7월부터 2015년 4월까지의 국내 등유가격에서 비대칭성과 시장지배력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칭성이란 가격이 오를 땐 빨리 오르고, 내릴 땐 천천히 내리는 것을 말한다. 시장지배력이란 말 그대로 몇몇 업체가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말한다.

    연구진은 “해당 기간은 국제유가가 급락한 기간이다. 분석 결과 모든 제품에서 비대칭성이 나타났고, 특히 등유에서는 비대칭성과 시장지배력이 모두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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