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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동유럽의 파리 ‘프라하’

이 도시의 낭만에 취해 나 즈드라비(Na zdravi, 건배)

  • 기사입력 : 2016-01-2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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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기대가 컸던 나라는 바로 체코 프라하였다. 예전 ‘프라하의 연인’이라는 드라마를 인상 깊게 봤던지라 프라하에 가게 되면 꿈에 그리던 여행지에서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될 것만 같았다.

    아니, 꼭 어제의 낯선 이를 오늘의 사랑스런 연인으로 만들고야 말겠다고 다짐을 하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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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타강 건너 흐라차니 언덕 위 프라하 성의 야경.

    6월 중순임에도 프라하의 날씨는 꽤 쌀쌀했다. 가장 중요한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아 회색빛 하늘 때문에 프라하의 첫인상은 낭만적이라기보단 과거 공산주의 동유럽 국가의 느낌이 더 강했다. 시계를 보니 11시 20분 전. 서둘러 구시가 광장 천문시계탑으로 향했다. 광장의 명물인 천문시계는 매시 정각 나팔소리와 함께 12사도 인형이 창문으로 나와 춤을 춘다고 했다. 다행히도 5분 전에 도착을 했는데 어마어마한 인파가 벌써 자리를 잡고 정각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11시 정각. 천사조각 양 옆에 있는 창이 열리고 종소리와 함께 그리스도의 12사도가 창문으로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졌다. ‘설마, 이게 끝? 이게 다야?’ 기대가 컸던 탓일까. 헐레벌떡 시간에 맞춰 뛰어온 나의 노력이 허무함으로 내 몸을 관통하고 지나갈 때 바로 옆 구시청사에서 지금 막 결혼식을 끝낸 부부가 피날레 행진을 하고 있었다.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만들고 있는 프라하의 연인들을 바라보니 덩달아 내 마음까지 행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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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하면서 현지인들의 결혼식을 볼 때가 제법 있는데 시청이나 성당에서 소박하게 올리는 결혼식 장면은 볼 때마다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라하의 연인들에게 장미꽃과 쌀 한 줌을 뿌리며 축하를 건넸다. 이 기분을 이어 프라하의 낭만이 흐르는 ‘카를교’로 향했다. 블타강을 가로지르는 프라하에서 가장 오래된 아름다운 돌다리 카를교는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과 수많은 한국인들로 북적거렸다. 어마어마한 인파에 카를교의 낭만은커녕 사람들에 떠밀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직진을 하게 됐다. 카를교 위에는 거리 음악가, 초상화가, 기념품가게 노점까지 더해져 더 북새통이었다. 너무 많은 인파에 카를교의 낭만을 제대로 누리지 못해 살짝 실망했다. 프라하가 한국인들이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 1위를 차지한 적이 있다고 하더니 그 말이 사실인 듯했다. 엄청난 인파 사이에서도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카를교 좌우 난간에 있는 서른 개의 성인조각상들이다. 그중에서 8번째에 해당하는, 머리에 다섯 개의 별이 반짝이는 조각상 앞에 서면 반짝반짝 광택이 나는 부조를 볼 수 있다. 성 얀 네포무츠키 석상의 부조를 만지면 행운이 찾아온다고 하니 나 역시 사람들의 행렬에 동참해 행운을 기대하며 손바닥을 갖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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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프카의 작업실(파란색)이 있는 황금소로.


    카를교를 건너면 오르막길이 나오게 되는데 흐라차니 언덕 위에 우뚝 솟은 멋진 성이 바로 그 유명한 프라하 성이다. 프라하 성을 향해 언덕길을 오르다 보니 힘은 들지만 블타강 반대편 구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전경을 만끽할 수가 있어 좀전 카를교의 실망감을 잊게 만들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성’이라 알려진 프라하 성은 뾰족한 고딕양식 건축물이지만 바로크 양식이 혼재돼 있다. 성 안에는 대통령 관저, 성비트 대성당, 구왕궁, 화약탑, 왕실, 여름궁전, 수도원, 미술관, 정원 등이 있는데 특히 성비트 대성당은 마주하자마자 그 규모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높이만 124m.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뒷목이 뻐근해지는 것 같았다. 한번에 카메라에 담을 수도 없을 만큼 규모가 엄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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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코 맥주 ‘부드바르’를 따르는 종업원.


    프라하 성 동문에서 비탈길을 내려가듯 돌길을 걸어가면 ‘황금소로’가 나온다. 17세기에 연금술사와 금 세공사가 모여 살면서 ‘황금골목’이라 불리게 됐다고 한다. 골목 이름에서조차 낭만이 묻어나는 황금소로에는 소설가 프란츠카프카가 작업실로 사용했던 no22. 파란색 집이 가장 유명하다. 100m도 안되는 짧은 골목을 처음 본 순간 그대로 빠져들었다. 동화 속 나라 같은 이 골목을 나 혼자 마주하고 싶어 사람들이 사라질 때까지 한참을 기다렸다. 색색의 집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데 울퉁불퉁한 황금소로의 돌길이 매력적이었다. 너무 짧은 길이라 아쉬움이 들 정도였다. 그 길을 벗어나지 못하고 내 발걸음은 자꾸만 황금소로를 맴돌았다. 지금 이 기분에 맥주 한 잔을 안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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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코식 족발 콜레노.


    체코에 가게 된다면 술을 즐겨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반드시 체코맥주를 맛보기를 권한다. 전국적으로 수백 개의 양조장이 있고 오리지널 상표를 단 맥주를 생산하고 있는데 그 종류만 해도 300종이 넘는다. 부드바르, 필스너 우르켈은 설명이 필요없는 세계적인 맥주다.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 체코식 족발 ‘콜레노’와 ‘코젤’ 맥주를 주문해 맛보는데, 한국 족발이 콜라겐의 쫄깃함으로 먹는다면 체코의 족발은 겉은 바싹하고 속은 부드러웠다. 같이 나오는 절인 양배추가 김치처럼 고기의 느끼함을 잊게 해주었다. 그리고 맥주는 할 말을 잃게 만들 정도로 맛났다. 내게 필요한 말은 딱 한마디였다. “나 즈드라비(Na zdravi)” 우리말로 하면 건배라는 체코어이다. 맥주잔을 부딪칠 때마다 체코어로 나 즈드라비를 외쳤다. 점점 발그레지는 볼,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된 콧노래, 배시시 새어나오는 웃음, 기분이 딱 좋을 만큼 취기가 올랐다.

    골목골목에 어슴푸레 어둠이 스며들 때 프라하 성 야경을 보러 블타강으로 향했다. 살짝 흐린 날씨 덕분에 하늘의 구름이 너무나 환상적이었다. 몽글몽글 피어오른 구름떼가 아름다운 프라하 야경을 더욱 빛나게 해주고 있었다.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멋있었다. 아름답다는 말로는 턱없이 부족한 풍경 앞에서 그저 바라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프라하의 밤은 낮과는 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다.

    공산주의에서 벗어나 지금의 자유를 얻기까지 근대사의 아픔을 여러 번 겪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체코는 아름다웠다. 동유럽 특유의 삭막하고 건조한 기운과 중세 유럽의 낭만이 공존하는 체코의 매력에 빠지는 건 시간 문제. 동유럽의 ‘파리’라 불리는 프라하는 쓸쓸하고 고독하면서도 활기차고 로맨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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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하 성에서 내려다본 시내 풍경.


    프라하 여행 팁


    △ 몰려드는 관광객들을 피해 이른 아침 카를교 산책을 꼭 해볼 것.

    △ 체코 화페는 코루나(kc). 공항 환전소보다 사설 환전소가 수수료가 저렴하지만 사기꾼들이 많으니 각별히 주의할 것.

    △ 천문시계탑 주변에 소매치기가 많아 소지품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정각 시계탑이 움직일 때 사진 찍느라 주의가 소홀한 틈에 소매치기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 트램, 지하철, 버스 등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는 승차권을 화살표 방향에 따라 직접 개찰해야 한다. 반대 방향으로 개찰하거나 개찰기에 넣지 않았을 경우 무임승차로 간주돼 벌금이 부과된다. 체코는 유럽 국가 중 가장 빈번하게 티켓 검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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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미정

    △ 1980년 창원 출생

    △합성동 트레블 카페 '소금사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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