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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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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신데렐라의 이웃은?- 구필숙(전 창원시 육아 종합지원센터장)

  • 기사입력 : 2016-01-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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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여자 어린이 사이에서는 신데렐라가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우스개 이야기가 있다. 신데렐라는 고생만 하고 구박만 받기 때문에 싫다는 것이다. 이 동화 속에서 신데렐라가 고생을 한 것은 계모 때문이고 고맙게도 신데렐라를 불쌍히 여겨 도와주는 이웃(동물들까지)이 있어 해피엔딩으로 끝나기에 웃을 수 있었다. 지금 우리나라를 들썩이는 아동학대 사건은 계모도 아닌 입양모도 아닌 친부모가 저지른 것이기에 울 수도 없고 할 말도 없을 뿐이다.

    “모든 아동학대에는 징조가 있다. 주변과 이웃이 아이의 간절한 눈길을 외면하지 않고 관심을 더 가졌더라면….” 학대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말이다. 1년 전 즈음에 필자가 게재한 칼럼 ‘훈육과 학대’를 쓸 때에도 어린이집의 아동학대 사건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지금 또다시 아동학대 사건이 세상을 온통 분노와 염려로 덮어버렸다. 차마 입에 올리기조차 부끄러울 뿐이다. 체벌을 가족 문제나 훈육으로 치부하는 우리 사회의 관대함은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가 학대의 징후를 알면서도 신고하지 않는 것, 부모의 분풀이성 폭행 그리고 언론과 사회가 사건 터진 후에야 터뜨리는 일시적인 반성으로 이어지고 있고 이 모든 과정은 그저 반복될 뿐이다.

    아동학대 가해자의 82%는 부모다. ‘내 자식 내가 다스리는 데 웬 참견이냐?’식의 빗나간 친권 의식이 아동학대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유난히 ‘그래도 자식은 부모가 키워야 한다’고 믿는 나라다. 법이나 사법부 판단도 그 정서적 바탕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아동학대와 폭력에 있어서만큼은 그 신화가 깨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영국 의회는 지난 3월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만으로도 최고 징역 10년을 선고할 수 있게 한 ‘신데렐라법’을 통과시켰다. 정서 학대 여부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별할 것인지 등의 반발도 많았지만 훈육이라는 명분을 갖고 체벌로 나아가지 못하게 폭언이나 방임 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9월 아동학대 특례법 적용 이후 많은 개선이 있었고 보육현장에서는 아동학대 예방교육의 노력도 있었지만 정책이나 방안보다도 알면서 실천하지 않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부모의 인성 결핍 등을 돕기 위한 부모교육의 확대, 보육 교사들의 처우개선을 통한 보육환경 개선 및 어린이와의 감수성 있는 상호작용을 위한 교사 교육 등 더욱 실제적이고 촘촘한 제도 개선도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부모가 자랄 때 받은 결손의 상처들로 인해 오는 인성의 결함들이 이러한 정책이나 단회적인 교육으로 변화되기에는 어려울 것이다.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우리 부모 개개인의 변화된 시각과 결단이 필요하다.

    부모들을 상담하다 보면 의외로 위축되고 죄책감에 눈물 흘리는 부모를 많이 접하게 된다. 세상은 금수저 운운하고 있고, 온통 대단한 부모의 활약이 블로그를 장식할지라도 위축되지 말자! 좋은 부모가 아닐까 봐 겁낼 필요도 없다.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건 대단한 부모가 아니라 그냥 부모이면 충분하다. 그냥 내 말을 듣고 공감해주는 부모다. 최근에 끝난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에서 우리는 그저 평범한 부모들로부터 얼마나 큰 감동을 받았는지 떠올려보자. 그리고 그 이웃들은 또 우리에게 얼마나 따뜻함을 선사했는지.

    길에서 강도를 만난 이웃을 도운 사람은 제사장도 아니고 레위인(제사장을 돕는 자)도 아니고 가장 멸시받던 사마리아인이라는 성경의 이야기처럼 진정한 도움을 주는 이웃은 누구이어야 하는가?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세상 아이를 제 부모에게만 맡겨둘 수 없는 세상이다. 우리는 지금 그 누구의 진정한 이웃이 되고 있나요?

    구필숙 (전 창원시 육아 종합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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