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6일 (화)
전체메뉴

[기획] 고휘훈 기자의 월드비전 베트남 동행 취재기

100원짜리 동전의 기적, 빈곤의 땅에 희망을 짓다
베트남 후엉호아에 핀 희망
학교 없고 배고픔·질병만 가득

  • 기사입력 : 2016-01-28 22:00:00
  •   
  • 한 무리의 아이들이 공터에서 깡통을 차고 있었다. 아이들은 모두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아이들이 깡통을 차면 슬리퍼는 벗겨졌다. 깡통을 차고 슬리퍼가 벗겨지고, 슬리퍼를 신고 다시 깡통을 차고. 수백번을 반복하는 끝을 알 수 없는 놀이가 계속됐다.
    메인이미지
    월드비전 경남본부의 후원으로 베트남 후엉호아에 지어진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아이들. 한 남자아이가 수업 중 환하게 웃고 있다.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이들은 이 과정을 묵묵히 반복하고 있었다.
     
    문득 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교실과 운동장을, 깡통을 차도 벗겨지지 않는 신발을, 깡통 대신 축구공을 줄 수 있다면 웃음소리가 더 커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메인이미지


    베트남 후엉호아로 떠나다

    지난 18일 오전 10시 30분께 나는 베트남 하노이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베트남을 찾는 이유는 월드비전 경남지부가 후원하고 있는 후엉호아(Huong Hoa) 지역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월드비전 경남지부는 지난 2007년부터 후엉호아 지역 학생 2700여명을 지원하고 있다.

    후엉호아가 월드비전의 후원 지역으로 선택된 이유는 베트남에서도 열악한 환경으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후엉호아는 베트남 중부 훼(Hue) 지역 쾅트리(Quang Tri)성에 있으며 라오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훼 지역에서 대략 4시간 정도 차를 타고 도달할 수 있는 곳으로 높은 고산 지대에 속해 있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20개 마을로 구성돼 있으며 총 주민 수는 8만여명이다. 산악지역에는 수십 개의 소수민족이 거주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공인하는 민족 수는 54개에 이른다고 한다.

    월드비전은 이 지역에 총 5곳의 사업 본부를 두고 지원사업을 수년째 이어가고 있다. 이번 방문에는 도내 18개 시군에서 온 초·중학교 교장선생님과 창원교육지원청, 경남도교육지원청 관계자 등 19명이 참여했다.

    메인이미지
    월드비전 주관 ‘사랑의 빵 동전 모으기’ 캠페인을 통해 지어진 후엉린 지역 쿡 초등학교 모습.


    빈곤의 땅 후엉호아

    후엉호아의 주민 대부분은 농사를 짓는다. 하지만 농지는 전체 면적의 12.5%밖에 되지 않고 대부분 땅은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들어 사정이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농업기술과 기반시설이 부족해 생산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편이다. 때문에 주민 약 30%가 식량 부족으로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다. 의료기관도 부족해 지역주민 대부분이 질병에 노출돼 있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아이들이다. 이곳 초등학교는 중앙 지역 학교를 제외하곤 산간 오지에 학교들이 많다 보니 시설이 열악한 곳이 많다. 이러한 학교들은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교실을 1~2곳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아 제대로 된 교육이 진행되기 쉽지 않다. 반면 상대적으로 학생 수는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업을 이어가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아이들이 많다.

    메인이미지
    창원초등학교 박혜숙 교장(왼쪽)과 결연자 호 티 티어의 만남. 호 티 티어가 박 교장이 가져온 선물을 보고 있다.


    경남에서 모아진 동전, 기적을 만들다

    요즘 세상에 동전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기껏해야 자판기 음료수나 커피를 사 먹을 수 있는 정도나 될까? 하지만 이곳 후엉호아 지역에서는 동전으로 이룩한 작은 기적을 여기저기에서 만나볼 수 있다.

    지난 19일 후엉호아 지역에서는 초등학교 완공식과 기공식이 한꺼번에 진행됐다. 이 작은 기적은 지난 2년 동안 경남지역 학생들로부터 ‘사랑의 빵 동전 모으기 캠페인’에 모금된 동전으로 마련된 것이다. 이날 후엉호아 후엉린(Huong Linh)지역의 쿡(cook)이라는 초등학교는 지난 2014년 도내 모금된 동전을 통해 1년여 공사기간을 거쳐 완공됐다.

    같은 날 인근 지역에서는 훙(Hoong) 초등학교의 기공식이 열렸다. 훙 초등학교 역시 지난해 도내 초·중학교 학생들로부터 모금된 동전으로 기금이 조성돼 아이들이 비와 더위를 피해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전망이다.

    메인이미지
    후엉호아 아이들이 월드비전 일행을 환영하고 있다.


    호 티 티어(Ho Ti Tieu)가 보내는 편지

    내 이름은 호 티 티어(13·여. 베트남 후엉호아의 후엉풍(Huong Poong) 지역에 살고 있다. 8학년으로 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1학년인 셈이다. 오늘 멀리 한국에서 온 나의 후원자를 만났다. 여성분이었는데 현재 창원의 한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라고 한다. 지난해 9월부터 나를 도와주고 있다.

    나는 그녀 덕분에 학교를 수월하게 다닐 수 있고 생활에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나를 보기 위해 직접 이곳까지 와주었다는 것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녀를 만난 자리에서 첫 질문으로 “피곤하지 않냐”고 물어봤지만, 그녀는 웃으면서 전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해 주었다.

    한국에서 가져온 선물이라면서 내 앞에 선물 상자를 펼쳤다. 다들 처음 보는 물건들이었다. 머릿속으로는 수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다른 친구들과 달리 내가 사는 곳은 오지에 있기 때문에 가족 말고는 낯선 이들을 만나는 일에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감사의 표현을 잘하지 못해 아쉽다.

    나는 경찰이 되고 싶다. 경찰들의 제복을 보면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오늘 나의 후원자를 만난다고 해서 집에서 작은 선물을 준비해왔다. 밥을 담을 수 있는 대나무 그릇인데 그녀가 마음에 들어할지 모르겠다.

    그녀는 나에게 눈이 예쁘다고 말해주었다.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 후원자를 직접 만날 수 있어서 너무나도 기뻤다. 그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메인이미지
    한 여자아이가 물통을 들고 집으로 가고 있다.


    월드비전 경남지부는

    월드비전은 가난과 불의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어린이, 가정, 지역사회와 함께 일하는 국제구호 개발단체다. 1950년 미국의 선교사가 한국의 전쟁고아를 돕기 위해 세워진 뒤 세계적인 구호단체로 성장했다. 한국은 1991년까지 해외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아오다 자체적인 모금 활동을 통해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바뀌었다. 결연 후원으로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매월 3만원씩 정기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아이들은 교육을 받을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또 아이들 부모에게도 소나 닭, 염소와 같은 동물을 제공해 일자리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수익 창출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특히 ‘사랑의 빵 동전 모으기’는 얼마 되지 않는 동전 모금을 통해 학교를 지어주는 의미 있는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월드비전의 자세한 사업 내용과 다양한 후원 방법은 월드비전 홈페이지(www.worldvision.or.kr)나 전화(월드비전 본사 ☏ 02-784-2004, 경남지부 ☏ 055-255-9393)로 문의하면 된다.

    글·사진= 고휘훈 기자 24k@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고휘훈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