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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재산과 이야기의 힘- 정영길(원광대 교수·세계특허허브국가 추진위원회 운영위원)

  • 기사입력 : 2016-01-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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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과 애플, 특허 싸움에서 과연 누가 이길까? 두 기업 간의 특허 전쟁이 5년째를 맞고 있다. 이 특허소송에서 지는 쪽은 아마 천문학적 손해를 입게 될 것이다. 금세기 들어 규모가 가장 큰 특허 전쟁이기 때문이다. 배심원들은 삼성의 유명한 상품들이 애플의 여러 특허를 침해하였다고 매우 불리한 평결을 내린 바 있다. 이 특허 전쟁에서 애플이 삼성을 도살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애널리스트들도 있다. 이런 재판에서는 배심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들을 어떻게 설득시키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특허소송이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열릴 수 없을까? 한국인도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날이 오려나.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재판을 국제공용어로 진행하고, 필요한 만큼 권위 있는 외국 전문 법조인을 초빙판사로 모셔 오면 된다. 인천 송도 같은 데 국제특허법원을 만들면 세계 각국의 특허 분쟁을 조정하거나 재판을 전담하는 것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지리적 특성과 더불어 종교다원주의 사회라는 장점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슬람권 국가는 물론 유교나 불교 등 다른 종교를 따르는 국가 입장에서는 기독교적 전통이 강한 미국이나 유럽에 가서 재판을 받는 것을 망설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종교에 대한 편견이 거의 없다. 원불교와 같은 민족 종교는 물론 기독교 불교 유교 이슬람교 등 다양한 종교가 자유롭게 상생의 꽃을 피우고 있다. 이것은 우리의 좋은 자산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특허 분쟁 해결의 중심지로 육성하자는 목표 아래 세계특허(IP) 허브국가 추진위원회가 재작년 결성됐다. 여야(새누리당 정갑윤 국회부의장,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와 민간인(이광형 KASIST 미래전략대학원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국회의원 64명을 포함한 추진위원과 각 분야의 운영위원들이 참여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위원회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면 국제 특허소송에서 한국인의 배심원 참여도 가능할 것이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소송에서 보듯 배심원의 역할은 자못 크다. 배심원들을 설득시키는 것이 소송의 승패를 가늠한다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방법은 무엇일까? 그 동인(動因)은 다름 아닌 이야기의 힘이다. 특허 분쟁의 대상이 되는 상품이나 기술, 디자인 등의 탄생 배경을 배심원에게 그럴듯하게 설명해 주면 좋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잉태되었다는 것을 구체적 사실에 근거해 입증하면 된다. 그러면 배심원들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스토리텔링은 설득의 곁쇠다. 특정 상품이나 기술이 탄생되는데 이와 같은 시련과 실패가 있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가능한 극적인 구성을 통해 전달하면 주효하다.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하면 그 상품이나 기술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고 특허의 독창성을 담보하는 데도 유리하다.

    지금까지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은 따로국밥이었다. 문학만 하더라도 전통적인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과학기술을 비롯한 다른 영역과 교감하려는 의지가 박약했던 편이다. 그러다 보니 문학을 전공하는 청년의 일자리도 줄어들었다.

    이제는 통섭을 통해 문학도 다양한 분야의 일자리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 전통적 글쓰기도 좋지만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외연을 확대해 나가야 할 때다. 과학기술이나 지식재산과 연계한 스토리텔링도 그중 하나다. 마침 올해 고용노동부에서 상품 및 공간 스토리텔러를 양성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무형의 지식재산과 문화예술의 융합을 전략적으로 추구해 나가면 창의적 두뇌자원이 선순환하여 한국이 지식재산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영길 (원광대 교수·세계특허허브국가 추진위원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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