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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철수한 안철수, 문재인의 운명- 오인태(시인·문학평론가)

  • 기사입력 : 2016-02-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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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와 국민의당 지지율이 가파르게 내려 꺾이다가 천정배의 국민회의와 합치면서 잠시 주춤해졌다. 여기서 반등할지 더 추락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한번 꺾인 기세가 다시 살아날 것 같진 않다. 아직 안철수는 ‘새정치’에 대한 답안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니, 그가 이미 내놓은 답안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뿐더러, ‘새정치’와는 거리가 먼 탓이다.

    조사에 따르면 탈당 직전인 12월 8일만 해도 호남에서 안철수 지지가 35%에 이르던 것이 사흘 뒤엔 13.2%로 곤두박질쳤다. 혁신위원장 제의와 문안박연대 제안을 거부한 채 끝까지 혁신전대를 고집하던 안철수는 자신이 한 축을 맡아 창당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을 기어이 뛰쳐나오고 말았다. 다음 날, 안철수의 탈당에 대해서 새정치연합 지지층에서는 45.7%가 ‘잘못한 결정’, 29.7%가 ‘잘한 결정’이라고 응답했다. 호남권에서는 47.2%가 ‘잘못한 결정’, 34.7%가 ‘잘한 결정’이라고 했다. 보다시피 이때만 해도 야당지지층이나 호남에서 탈당에 아주 냉담하지는 않았다. 안철수가 입에 달고 살다시피 하던 ‘새정치’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기대는 금세 무너졌다. 탈당 다음 날 안철수 의원의 4·19민주묘지 참배에 동행한 국민의당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國父)’로 평가해 논란을 일으켰다. 호남여론이 안철수와 국민의당에 등을 돌리면서 호남은 다시 더불어민주당을 정통야당의 적자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어떤 변화의 조짐과 추세가 나타나면 급속히 결집하는 호남민심의 특징을 감안하면 호남여론의 향방은 분명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잖아도 최근 대선주자 지지도조사에서 안철수는 호남에서 문재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지율에 2위 자리까지 박원순 시장에게 빼앗긴 걸로 드러났다.

    안철수주가 하락세인 데 견줘 문재인주는 상승세를 타서 대권주자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문재인에게는 안철수와 비주류의 탈당이 오히려 반전의 기회가 된 셈이다. 탈당의 배수진을 치고 끊임없이 문재인을 흔들어대던 사람들이 제 발로 나가줬으니 문재인은 비로소 대표로서 권한을 소신껏 행사하며 혁신안을 과감히 밀어붙일 수 있었겠다. 당명도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꾸고 탈당파들 자리에 새 얼굴들로 채웠다. 탈당파 대부분은 국민의당으로 다시 모였다. 면면을 보면 ‘새정치’는 안철수가 만든 국민의당이 아니라 안철수가 철수하고 없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 모양새다.

    탈당이 시작될 무렵 스무명 이상의 줄줄이 탈당을 호언하던 국민의당은 지금 원내교섭단체를 꾸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비리 혐의로 재판 중이거나 검찰의 수사대상으로 지목된 사람이라도 가리지 않는다. 85억여원의 국고보조금 앞에서는 ‘혁신’이고 ‘새정치’고 ‘정체성’이고 모두 팽개쳐버린 성싶다. 야권 지지자들이 정치인 안철수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이유가 명색이 대안야당을 표방하며 만든 국민의당의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과 실망에서 비롯된 것임을 모르는 걸까.

    문재인은 ‘경제민주화’의 상징인 김종인을 영입해 선대위원장과 비대위원장 자리를 맡겨 놓은 채 대표직을 내려놓고 평당원으로 돌아갔다. 김종인은 당대표가 직접 하기 거북한 일들을, 문재인은 당대표로서 하기엔 눈치 보이는 일들을 이제 운신의 제약을 덜 받고 해나갈 수 있을 테다. 대표직 사퇴 다음 날 문재인이 처음 한 일은 경찰의 물대포 진압으로 중태에 빠져 입원 중인 농민운동가 백남기씨 병문안이었다.

    집안단속을 끝내고 대권행보의 신발 끈을 조여 맨 문재인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강단과 의지에 찬 눈빛이 예전 같지 않은 게 내 눈에만 그런가. 달라진 정치인 문재인의 운명이 기대된다.

    오인태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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