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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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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SNS 통한 공개수사

전파·파급력 강해 수사 도움
법적 근거 없어 남용 가능성
대상 선정 등 까다로운

  • 기사입력 : 2016-02-02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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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개월 동안 꼬리가 잡히지 않던 아동 성추행범이 경찰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수사를 통해 붙잡혔다.
     
    SNS 공개수사는 사건 용의자를 검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남용될 여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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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스북 통해 용의자 붙잡아=경남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는 미성년자를 강제 추행한 혐의(성폭력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A (19)씨를 검거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 창원의 한 놀이터에서 여자 아이들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CCTV 분석, 탐문수사, 수배 전단 배포 등 7개월 동안 용의자의 행방을 쫓았지만, 성과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성폭수사대 직원이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성추행 사건 경위와 용의자 사진이 담긴 전단을 게재했고, 이틀 만에 A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

    ◆SNS 공개수사, ‘공개수배’ 다르다?= SNS를 통해 범인을 신속하게 잡았다는 측면에서 경찰의 진화된 수사 능력에 많은 이들이 찬사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SNS 공개 수사는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사실상 ‘공개수배’와 비슷하기 때문에 피의자 인권 침해 여지가 있다.

    공개수배는 경찰이 지명수배나 지명통보를 하고도 6개월이 지나도록 검거하지 못한 중요 범죄 피의자를 제보를 통해 체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수사 방식이다. 경찰은 범죄수사규칙에 따라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어 체포영장 또는 구속영장이 발부된 자 등에 한해서만 시행하고 있다. 대상 선정도 외부 전문가를 포함하고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해야 하는 등 까다롭다. A씨에 대한 전단이 SNS상에 게재되기 전에 ‘공개수배’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 인터넷 ‘공개수배’ 문제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0년 ‘공개수배제도에 대한 법령 및 관행 개선 권고’를 통해 인터넷 공개수배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인권위는 인터넷 공개수배가 누구나 접근 가능한 ‘전파성’과 ‘파급력’이 강해 사건 해결을 실현하기 적합한 수단이라고 평가되지만, 유·무죄 확정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보존될 수 있다는 점에서 피의자의 인격권을 침해할 우려가 커 공개수배된 자의 정보가 인터넷에 전파되지 않도록 기술적 장치 및 법적인 제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SNS 공개수사 제도 정비 필요

    = SNS 공개수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김진혁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성추행범의 경우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거나 하지 않으면 공개수배 대상에 올라가기도 힘들다. 그러다보니까 이 건의 경우 경찰의 필요 때문에 SNS 공개수사를 한 것 같지만, 사실상 ‘공개수배’와 똑같이 돼버렸다”며 “SNS 공개수사가 자주 활용된다면 기존 ‘공개수배’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내규나 법적 근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태영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이 용의자 전단을 SNS에 올린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법적 근거를 만들고 사용 범위를 정하는 등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휘훈 기자 24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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