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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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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 장하빈

  • 기사입력 : 2016-02-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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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년필은 제 뚜껑 열어 꽁무니에 끼우는 순간

    긴 부리와 금빛 날개깃 달린

    펠리컨으로 태어나지



    잉크빛 바다에서 부활한 펠리컨은

    섬 기슭에 둥지 틀고 알을 낳기도 하다가

    붉은 사막으로 날아가 긴 부리로 산란한 발자국 남기기도 하지



    한때 나도 방바닥에 날개 펼치고 부리 내민 채

    모래 경전 속에서 밤새 부활을 꿈꾸며

    내 심장 쪼아 그 피로써 사막을 온통 붉게 물들인 적 있지



    펠리컨이 날개깃 접고 서랍 속에 다시 깃들이는 순간

    긴 부리도, 긴 부리가 남긴 발자국도 사라지고

    사막은 저 혼자 어둑어둑 빈집으로 돌아가지

    ☞ 그대에게 들키기 싫은 마음 튜브에 담아 가슴에 꽂고 다니다가, 나도 모르게 흘러나와 하얀 옷에 번지기도 했던가. 한겨울 사랑니 앓던 밤, 아메리카 들소의 간처럼 뜨끈뜨끈한 그리움 찍어 꽃 편지 쓰기도 했던가. 독한 마음으로 또박또박 적은 이별, 뚝뚝 떨어지는 그대 눈물 몇 방울에 산발처럼 흩어지기도 했던가. 더운 심장에 고여 있던 눈물이 시가 되어 흘러나오던 깔대기…. 낡은 라디오 곁에 누워 있다. 지나간 한 시절의 유해처럼. 이중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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