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성산칼럼] 방방곡곡에 미술관- 정종효(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팀장)

  • 기사입력 : 2016-02-04 07:00:00
  •   
  • 메인이미지

    대한민국의 미술관은 몇 개나 될까? 2015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을 대표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이 과천과 서울에서 3관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시립·도립 등 공립미술관이 50개, 대학미술관이 11개, 삼성 리움, 대림, 환기미술관 등 개인이나 기업이 운영하는 사립미술관이 140개로 전국의 미술관은 모두 203개 정도이다. 광역단체를 기준으로 평균 15개 정도의 미술관이 있다는 계산이다. 2003년에 전국의 미술관이 66개였던 것에 비하면 약 3배 이상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당시 경남에는 마산의 문신미술관이 유일한 미술관으로 운영되고 있었으나 지금은 8개로 늘어났다.

    사립미술관은 세 가지의 유형으로 나눠진다. 기업에서 운영하는 경우와 작가가 본인의 작품을 중심으로 전시와 운영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그리고 사비를 투자해 개인이 미술관을 운영하는 경우이다. 미술관의 위치도 공공미술관과 사립미술관은 조금 다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공공미술관이 인구밀집지역에 근접해 관람객의 접근성이 용이한 위치에 있는가 하면, 사립미술관은 대부분이 도심의 외곽에 자리 잡고 있다. 근래에 설립된 미술관일수록 더 그렇다. 저렴한 부지, 수려한 환경과 조용한 분위기, 지역적 특징을 선택하는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위치의 사립미술관은 문화예술의 소외지역을 해소시켜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공립미술관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골고루 채워주고 있는 것이다.

    작년 9월부터 올해 초에 걸쳐 전국의 사립미술관 교육프로그램 평가를 다녀왔다. 정부의 문화융성정책으로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돼 문화예술 관련 기관이나 프로그램에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교육프로그램도 이때 진행됐다. 가까운 진주미술관에서 멀게는 강원도 정동진 부근의 하슬라미술관, 그리고 광주의 우제길미술관까지 각각의 특징을 잘 살려 운영되고 있는 미술관들이었다.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진주미술관에서는 장애복지시설에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미술을 통해 소통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만들어 그들만의 또 다른 세계를 상상할 수 있게 했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조각공원을 조성하고 있는 강원도의 하슬라미술관은 미술 관련 영화를 보면서 재해석하고 설명을 더해 이해를 돕는 동시에 영화 속의 작품을 시도해 보게 하는 색다른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청도의 영담한지미술관은 산골에 자리 잡은 소소한 전시공간을 가진 미술관으로 원거리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 한지의 우수성을 체험하면서 시와 노래와 더불어 소통의 공간을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광주 외곽에 자리한 우제길미술관은 인근 군인을 초청해 인문학 강연과 음악회를 열어 미술전시와 함께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장병과 같이했다.

    그러나 인터뷰를 통해서 공통된 고민거리를 들을 수 있었다. 운영 비용이다. 공립미술관은 국비나 지자체 비용으로 운영되지만 사립미술관은 적은 정부지원금 외에는 모든 비용을 자부담으로 해결해야 한다. 작품을 팔 수도 없고 입장수입에 거의 의존해야 하는 미술관의 운영은 상상속의 화려함과 우아함의 대상은 아니다. 인건비와 전시경비, 프로그램 진행비 등 기타 운영비가 소요되는 사립미술관은 ‘다음 세대에서는 재앙이다’라고 할 만큼 운영이 힘들다. 이에 대한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도 장기적 안목에서 중요한 사안이겠지만 일반인의 관심과 참여도 중요하다. 방방곡곡 조금만 둘러보면 찾을 수 있는 미술관과 전시시설. 적극적인 참여와 활용이 사립미술관이 장수하고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공생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정종효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