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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산다 (3) 이별에 대처하는 혼남의 자세

  • 기사입력 : 2016-02-11 15: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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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기 위해서
    어느 날 불같은 사랑을 했고
    잊을 수 없어 매일 울었고
    우리는 또다시 한 번 더 남이 되지 않기 위해서
    적당한 사랑을 해야 해서 슬펐고…

    -안녕하신가영의 '우리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기 위해서'의 노래가사 가운데 일부-


    제법 많은 이별을 경험했다. 그전에 제법 많은 이들을 만나고 사랑했다. 내가 첫눈에 반해버린 사랑도 있었고, 채 익지 않은 여드름을 쥐어짜듯 아직 영글지 않은 마음을 터트려 흉터만 남은 사랑도 있었다. 길게는 4년을 이어간, 짧게는 채 두 달이 못간 사랑이, 나에게, 있었다. 그리하여 나 혼자 솔로 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건 안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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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별 후 주말이 조금 심심해질 땐 맥주와 함께 보고 또 봐도 좋은 드라마를 봅니다.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의 한 장면. /구글 이미지/

    마음을 더하면 되는 처음과 달리 마음을 덜어내야 하는 이별의 순간은 늘 어렵고 한없이 슬프다. '또 이렇게 끝이 나는 건가'라는 허망함이 먼저 오고나면 어디서부터 이별의 전조가 있었는지 뒤돌아보게 된다. 결국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이별을 택한 것이란 결론에 다다른다.

    이별의 순간은 앞선 경험에 상관없이 늘 아프지만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는 경험과 어느 정도 비례하는 것 같다. 살아야 하고, 일 해야 하고, 또 다음 사랑을 해야 하니까 이별 후 잘 대처해야 한다. 이별 후 며칠을 잘 대처하면 의외로 얻는 교훈도 많은 것 같다. 지난 사랑에게서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잘 곱씹어보며 다음 이별의 상황에는 이렇게 대처해 보자.(어차피 다들 헤어질 거 알아두면 좋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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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영화 '봄날은 간다' 中 /구글 이미지/

    첫째, 걷어차였을 때다. 상대방의 변심일 경우에 온 힘을 다해 며칠 간 상대를 미워해야 한다. 온.힘.을.다.해. 이 때는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린답시고 '지도 힘들어서 그랬을 거야' 따위의 동정을 하면 안 된다. '연락하기만 해 봐라. 욕을 퍼부어버릴거다' 굳게 마음을 먹어야 한다.(찬 사람이 먼저 연락하는 일은 잘 없지만.) 이를테면 이렇게 미워해야 한다. '결국 지 맘이 변해서 헤어지자 하면서 온갖 이유는 다 갖다부치네. 뭐 나를 위해서 헤어진다고? 개뼈다귀 같은 소리하네. 이래놓고 딴사람 만날거면서!'

    이렇게 격렬하게 상대를 미워하고 나면 미움이 동나는 순간이 오는데, 그 때부터는 상대가 이별을 마음먹게 만든 원인이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나와 상대의 잘못이 뭐였는지 보이고, '나라면 헤어지자고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고, 결국 이별에는 한 쪽만의 잘못만은 아니란 것을 깨닫는다.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이별의 원인이 느껴진다.

    그러니 일단 우선 미워하라! 더이상 미워할 수 없을 만큼. 그런 시간이 지나면 미움은 줄어들고, 좋은 추억을 많이 안겨준 사람이라고 아름답게 기억할 수 있다. 먼저 연락하는 건 자충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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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10년이나 된 드라마 연애시대. 이별의 순간 늘 생각나는 드라마다. 이 장면에서 감우성은 "이 바다에 내 사랑을 맹세해. 부서지는 파도에 사랑을 맹세해"라고 사랑의 서약을 한다. /방송화면 캡쳐/

    둘째, 반대의 경우다. 인정해야 한다. 내 맘이 변했고, 더이상 관계를 이어나갈 자신이 없다는 사실을. 이때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이별을 마음먹은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악역은 내가 맡아야 한다. 상대를 위해서 헤어지는 게 좋겠다는 어설프고 불명확한 이유를 어영부영 갖다부치며 미안하다는 말로 포장하면 큰코다친다.


    강조하건대 왜 이별을 결심했는지 정확하고 뚜렷하게 말해야 한다. 이를테면 '처음엔 니가 나한테 잘 해주던 것들이 다 좋았는데, 익숙해지니 내 성격과 맞지 않는 부분이 너무나 많더라. 우선 서로 대화를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다. 내가 못된 거 안다.

    나는 내가 조금만 참으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힘이 들어서 안 되겠다.' 충분히 사과하되, 왜 헤어지고 싶은지 상대에게 정확히 알려주는 일이 중요하다. 연애도 결국 관계다. 내 마음이 중요한 만큼 상대의 마음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나 이제 새로운 일에 적응도 해야하고, 너한테 잘해줄 자신도 없고…'류의 이별통보는 절대 안 된다.

    차였을 때는 대체로 자기가 '피해자'라는 생각 때문에 죄책감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찰 때는 그 반대. '좋은 사람인데 내가 찼다'는 죄책감이 꽤 오래 가는 경우가 많다. 그 죄책감을 오래 가져야 한다. 충분히 미안해 하고, '다시는 그러지 말자'는 반성을 반드시 해야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와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이별에 잘 대처하는 일. 나를 위해서, 상대를 위해서 잘 헤어져야 한다.

    나는 이렇게 잘 했냐고? 아니요. 1도 잘하지 못했다. 차이고 나서는 '니가 우째 그럴 수 있냐'며 매달리고 질질 짤아재끼고, 반대의 상황엔 늘 떠난 마음을 포장하느라 솔직하지 못했다. 반성. 또 반성.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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