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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게 있나요- 강맑실(사계절출판사 대표)

  • 기사입력 : 2016-02-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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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학교의 등록금이 무료예요. 대학도 마찬가지죠. 대학에 다니는 동안 정부에서 생활비를 대주니까 아르바이트 부담도 없고요. 독립해서 사는 대학생의 경우 매달 6000크로네(약 120만원)씩 나오거든요. 부모님과 함께 살아도 이 금액의 절반 정도 나오고요.”

    이런 나라가 있느냐고? 있다. 바로 행복지수 1위의 나라 덴마크이다. 여기 드는 비용은 모두 기성세대가 내는 세금으로 충당한다고 한다. 월급의 절반이 넘는 세금을 내기 때문에 대학생 복지 등 여러 복지가 가능하다. 이렇게 세금을 많이 떼여도 불만이 없는지 성인들에게 물어보면 그들은 한결같이 “나도 대학 다닐 때 그런 혜택을 누렸는데 당연한 것 아닌가”라는 답변을 한다고 한다. 덴마크에서 길을 찾다라는 부제가 달린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졸업 후 직장을 찾을 때까지 2년간은 정부에서 실업보조금을 주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자리를 충분히 고민해 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덴마크 학생들은 이처럼 대학 졸업 후는 물론, 학교 시스템 속에서 자신의 진로에 대해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여러 차례 갖는다. 덴마크의 초등학교는 우리나라의 중학교까지 포함한 9학년까지인데, 고등학교는 10학년이 아니라 11학년부터 시작한다. 10학년은 에프터스콜레(영어로 하면 에프터스쿨)인데 1년간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집중적으로 생각하고 훈련받을 수 있다. 진로 모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기숙학교인 ‘성인용 자유학교’에서 또다시 자신의 미래에 대해 탐색할 기회를 갖는다. 4년제 대학 진학률은 고등학교 졸업생의 40% 정도이며 40% 정도는 2년제 전문교육기관을 선택한다. 덴마크의 대학은 서열화가 없으며, 대학은 필수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에서 하나의 선택일 뿐이다. 이 모든 게 가능한 이유는 덴마크의 교육제도와 사회보장제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국민의 평등 의식과 연대 의식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열쇠 수리공이건 의사건 굴뚝 청소부건 교수건 서로에 대한 차별 의식이 없고,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걸 인정하는, 그래서 자신이 무슨 직업을 갖건 모두가 자존감을 가지고 살 수 있는 문화가 정착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중학교 1학년의 1학기, 2학기, 그리고 2학년의 1학기 중, 한 학기를 자유학기제로 시행한다. 한 학기 동안은 중간과 기말시험 없이 토론과 실습 등 참여 위주의 수업을 통해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는 학습 제도이다. 오전에는 국어, 영어, 수학 등 기본과목을 배우고 지필고사 없이 토론과 실습 등의 형성 평가를 한다. 오후에는 진로 체험이나 동아리 활동 등 학생들이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자신의 적성과 미래에 대한 탐색과 설계를 할 수 있도록 도입된 제도이다. 참 좋은 제도이자 꼭 필요한 교육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이 당장 우려하는 것은 대학입시이다. 성적이 떨어질까 봐 걱정인 것이다. 자유학기제 기간에 선행학습을 많이 할 수 있다고 선전하는 학원가가 호황을 누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과연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모는 학부모들만 탓할 수 있을까. 출신 대학의 꼬리표가 평생 따라다니고 직업의 차별화는 여전하다. 성적 최우선의 이런 사회에서 살아남게 하려고, 자식의 성적에 물불 가리지 않는 학부모들의 심정은 지극히 당연한 게 아닐까. 자유학기제 시행을 앞두고 실시한 어느 설명회에서 한 학부모는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학교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게 있나요?”라며 울분에 찬 항변을 했다고 한다. 사회의 계급화, 대학의 서열화, 연대 의식의 부재, 우리 사회를 뿌리부터 갉아 먹고 있는 이런 거대한 현상을 전면적으로 바로잡지 않는 한, 그 누가 이 학부모의 항변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까. 학교 성적은 한 인간의 수많은 자질 중 하나에 불과하다. 성적 하나로 삶이 송두리째 재단당하는 경쟁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은 지금 소중한 것을 얼마나 많이 잃어가고 있는가.

    강맑실 (사계절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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