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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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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새로운 해고- 민태식(내외법무법인 변호사)

  • 기사입력 : 2016-02-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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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국회의원들과 예비후보자들이 공천 받으랴 또 선거운동하랴 바빠야 하겠지만 선거구 획정이 늦어졌고 정부, 여당이 선거구획정 못지않게 노동개혁(?)법안을 이번에 꼭 통과시키겠다고 야당을 압박하고 야당은 이를 거부하고 있어 현재 국회는 하는 일 되는 일은 없이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정부가 요구하는 내용은 비정규직의 사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자는 것, 파견직의 범위를 확대하자는 것, 저성과자 해고를 도입하자, 취업규칙 변경을 쉽게 하자는 것 등으로 하나같이 야당이나 노동계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인 데다가 자칫 제정했다가 역풍이 불어 선거에서 여당에 많이 불리할 수도 있는데도 밀어붙이는 데에는 다른 급한 사정이 있는 것인지 의아할 지경이다.

    국회에서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정부(노동부)는 지난 1월 22일 일반해고지침을 제정해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현재까지 법률상 해고는 정리해고와 징계해고가 있는데, 정리해고는 회사 경영 형편이 어려울 경우 일정 비율의 직원들이나 특정 사업 부분의 직원들을 일괄하여 해고하는 것이고, 징계해고는 근로자가 잘못한 행위를 한 경우에 그 책임으로서 해고하는 것이다. 노동부가 발표한 새로운 해고는 소위 ‘저성과자 해고’라는 것으로서 그 내용을 보면, 전체 근로자 중에서 실적이나 능력이 현저히 낮아서 주위 동료들에게 부담이 되는 경우에 가능하다고 한다. 저성과자 해고를 시행하려면 먼저 노사가 참여해 객관적 평가기준을 마련해야 하고 저성과자라고 평가돼도 먼저 교육훈련을 통한 능력개발의 기회를 줘야 하고 그래도 개선이 없으면 배치전환 등으로 해고 회피 노력을 해도 업무능력 개선이나 태도 변화가 없으면 해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의 능력은 각기 우열이 있을 수밖에 없고 실적은 차이가 나겠지만 주위 동료들에게 부담이 될 정도의 저성과자가 현실의 사기업에 존재할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혹 기업들에게 마음 편하게 근로자를 해고하는 손쉬운 수단을 주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사실 법률이나 지침으로 제정되기 이전에 기업들에서는 소위 저성과자 해고를 시행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실적이 낮은 경우에 본사와 영업점을 1, 2주 간격으로 오가게 한다든가, 산 정상에 가서 사진 찍어 오라 하거나 길거리에서 전단지 배포하기, 외부 명함 10장 받아오기 등 직무와 무관한 일을 시켜서 자존심을 짓밟아 스스로 사표를 쓰게 한 회사가 있었고, 또 다른 회사는 거주지에서 먼 곳으로 발령낸다든가 종전 업무와 관계없는 생소한 업무를 배정한 뒤 업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주의, 경고를 거쳐 해고를 하는 등 저성과자를 괴롭히는 것을 넘어서 일부러 저성과자를 만들어 내기까지 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이다.

    현재까지 법원에서는 정리해고, 징계해고만 인정하지 법률로 제정되지 않고 노동부 지침으로 만든 저성과자 해고를 인정해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노동부 지침도 마련된 마당에 세계적인 불경기가 계속되고 기업들은 회사 운영하기 어렵다고 아우성치면서 저성과를 근로자의 책임인 양 포장하고 징계해고처럼 꾸며서 해고하는 일이 계속되다 보면 판사들의 마음이 바뀔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기업 경영의 자유가 확보돼야 하는 것도 중요하고 반면에 근로자의 일할 권리와 생존권도 무시할 수 없다. 조화와 타협이 쉽지 않다면 다른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즉 근로자에게 충분한 금전적 보상과 새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과 서유럽 수준의 사회보장이 확보된다면 사용자에게 해고의 자유도 인정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민태식 (내외법무법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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