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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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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 이가림

  • 기사입력 : 2016-02-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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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무더기 동백꽃인 양

    변두리 눈밭에서 피어나는 것

    숨어서 더욱 타오르는 것

    강아지도,

    구두닦이도,

    자전거 수리공도,

    몸 파는 아가씨도

    서로 다투어 꽃송이를 꺾는가

    둥그렇게 둥그렇게 어우러져

    언 손들을 내뻗고 있구나

    노을빛인 양 물든 인간의 고리

    ☞ “절대세계, 피안, 무한, 불가시의 영역에 있을 법한 비전 같은 것을 꿈꾸는 이상주의적 탐구의 태도보다는 보다 구체적인 생명 현상에 대해 깊이 파고드는 현상학적 입장에 서고 싶다”고 시인은 말했다. “이제는 자잘하고 고달픈 사람의 일뿐만 아니라 우주적 교감의 경이로움에 눈을 떠, 생명의 뜻을 캐낼 줄 아는 쟁기꾼으로서의 시인이고 싶다”고 시인은 말했다. 시인의 전반기와 후반기를 대변해 주는 말이다.

    “시는 삼 초 예술이다”고 시인은 필자에게 말한 적이 있다. 그에게 있어 시는 ‘순간의 꽃’이었던 것이다. 그의 꽃은 이 땅의 버려진 변두리 얼어붙은 눈밭에서 붉게 피어났다. 그의 꽃밭에는 울타리가 없었다. 구두닦이도, 몸 파는 아가씨도 한 송이씩 꺾어 간직할 수 있었다.

    시인들만의 골방에서 자위하는 시가 아닌, 얼어붙은 손에 온기가 될 수 있는 시를 그는 지향했다. 울타리 없는 시의 모닥불 곁에서 사람과 세상이 훈훈해질 수 있는 그런 시를! 이중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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