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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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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김수복

  • 기사입력 : 2016-03-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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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서 바람의 소문에 실려 온 꽃잎들

    창문에 얼굴을 대고 뚫어져라

    나를 들여다본다



    저놈들, 에미를 떠나와

    미색에 빠져 기웃거리다가

    미궁에 빠졌겠지



    나도 대여섯 살 무렵

    삼천포 앞바다 비단 폭에 빠져

    떠밀려서 저녁이 되도록 길을 잃고 죽을 뻔했다



    이놈들아, 빨리 돌아가

    ☞ 사람의 일생을 황당한 자존심으로 밀고 가게 하는 것이 있다. 여러 번의 파선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낙관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 있다. 쥐뿔도 없이 살아도, 고대광실 따위 쳐다보지 않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어린 날의 바다! 물비늘 번쩍이는 비단 폭에서 알몸으로 자맥질한 시간! 눈부신 빛의 세례를 받은 사람, 세상의 잡스러운 금가락지 따위에 모가지를 밀어 넣지 않는다. 주먹만 한 별에 취했던 사람, 세상의 잡스러운 곁불 따위에 손을 내밀지 않는다. 그러하니, 시인일 수밖에! 어릴 적 바다, 그 황홀한 미궁에서 아직도 헤매는 그대, 시인일 수밖에!

    이중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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