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작가칼럼] 매듭에 대하여- 성선경(시인)

  • 기사입력 : 2016-03-04 07:00:00
  •   
  • 메인이미지

    지난 2월 말일부로 약 30년을 다니던 학교를 명예퇴직을 했다. 내 생애의 또 하나 매듭이 지어진 것이다. 모든 일에는 시종(始終)이 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말이다. 어쩌면 시작보다 끝맺음이 더 중요하다 하겠다. 이 끝맺음을 중요시하는 사자성어들이 많다. 유종(有終)의 미(美)가 그러하고, 시종일관(始終一貫)이 그러하다.

    그러나 이 끝맺음을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작심삼일(作心三日)이니, 용두사미(龍頭蛇尾)니 해 사람들은 비판을 가한다.

    생각해보면 학교를 졸업해 졸업장을 받는 일도 끝맺음을 하는 일이요, 글을 써서 책을 묶는 일도 매듭을 짓는 일이다.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나는 이 매듭을 짓는 일을 매우 중요시한다. 교직 30년의 퇴직, 나는 또 하나의 매듭을 지었다. 나는 이 매듭을 지을 수 있게 도와주신 천지신명(天地神明)에게 감사를 한다. 30년을 견뎌준 내 몸에게 감사하고, 30년을 견뎌준 내 마음에 감사하고, 30년을 곁을 지켜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다.

    나는 사람의 운명(運命)은 그 생각과 태도에 따라 변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이럴 때에는 어쩌면 대나무의 마디처럼 태어나면서 이미 운명(運命) 지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지난 30년을 생각해보면 갈등도 수없이 많았고, 갈림길도 수없이 많았다. 그런데 내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생각해보면 어찌 운명(運命) 지어진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대나무처럼 이미 죽순에서부터 마디 지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운명론(運命論)에 빠지게 된다.

    매듭을 잘 짓는다는 것은 예술(藝術)이다. 모든 삶이 그러하고 모든 인생이 그러하다. 매듭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있을 수 없다. 모든 일이 그러하고, 모든 관계가 그러하고, 모든 삶이 그러하다. 그리하여 실로 만드는 매듭도 예술이지 않은가? 여인들의 노리개로 사용되는 매듭이 공예품으로 애용되는 것은 어쩌면 인생에서 매듭이 가장 중요하다는 가르침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의 결론인 매듭.

    평생을 잘 살다 마지막 이 매듭을 잘못 지어 후회하는 일들을 나는 자주 보아왔다. 이 매듭을 잘 지어야 한다는 말로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용을 다 그리고 마지막 눈동자를 그린다는 말이다. 이 한 점이 바로 그 그림을 완성한다는 뜻이다. 화룡점정이라. 매듭의 중요성을 이 말처럼 잘 표현한 성어가 또 있을까?

    모든 매듭이 그러하듯 처음 출발부터 매듭작업이 시작된다. 그림을 그릴 때도 그러하고, 글을 쓸 때도 그러하다. 시종일관(始終一貫)한다.

    모든 시작이 그 끝인 매듭을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간다. 농사를 짓는 일에서부터 공부를 하는 일까지 그 끝인 매듭을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간다. 오랜 기다림 끝에 그 그림이 완성되듯 그 끝인 매듭을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간다. 그 마지막인 화룡점정(畵龍點睛)을 향해.

    나는 오래전부터 내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해 고민해 왔고, 설계를 해왔다. 이제 나는 다시 출발점에 섰다. 나의 이 새로운 삶에 대한 설계가 계획대로 시종일관(始終一貫) 했으면 좋겠다. 어쩌면 내 생애의 마지막 매듭이 될 이 계획이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천지신명(天地神明)이 도와 화룡점정(畵龍點睛)했으면 좋겠다.

    성선경 (시인)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