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경남시론]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 서휘(창원문성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6-03-07 07:00:00
  •   
  • 메인이미지

    우리글에는 마음과 관련된 단어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사회가 각박하기도 하겠지만 모든 것이 마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중에 ‘심지’란 단어는 ‘심지가 곧다’의 형태로 쓰입니다. 심지가 곧다는 말은 촛불을 켤 수 있는 초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초라는 것은 기름과 심지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깨끗한 기름과 정밀한 솜씨로 만들어진 초일지라도 심지가 제대로 박혀 있지 못하면 불꽃이 제대로 피어오를 수 없습니다. 좋은 집안, 훌륭한 교육을 받아서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만약 심지가 똑바로 박혀 있지 않는다면-마음이 올바르지 않는다면-오히려 그 능력만큼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칠 수 있습니다.

    아마도 마음과 관련된 단어 중에서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 중에 하나는 ‘양심’이란 단어일 것입니다. 이 양심이란 단어는 ‘찔리다’, ‘무디다’ 또는 ‘닳고 닳았다’와 함께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이겠지만, 오늘은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상형문자에 나타난 양심의 모양을 근거로 설명하기로 합니다. 인디언들이 사용한 상형문자에서 사람의 양심은 세모와 동그라미의 형태로 표현된다고 합니다. 세모는 아이들의 양심이고, 동그라미 모양은 어른들의 양심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나쁜 짓을 하면 어린이는 스스로 무척 마음 아파하는 반면, 어른은 양심의 가책을 덜 느낀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세모꼴 모양의 양심이 죄의 크기만큼 회전을 하면서 뾰족한 모서리로 마음을 긁기 때문이며, 어른의 양심은 살아가면서 모서리가 점점 닳아지고 무뎌져서 죄의 크기만큼 회전을 하여도 별로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를 비롯한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있었던 그 솔직하고 정직했던 푸르고 푸른 젊은 시절의 맑고 향기 나는 서슬 퍼런 양심이 그립습니다. 그래서 서슬 퍼런 양심에 가슴이 찢겨져 늘 가슴앓이를 했던 그 젊음이 그립기만 합니다.

    마음과 관련된 단어들 중에서 우리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단어는 ‘사단(四端)’이란 단어일 것입니다. 사단이란 맹자의 유교철학 중에서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 즉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관련된 마음의 모양들이기 때문입니다. 사단은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의 네 가지 마음을 뜻합니다. 측은지심은 타인의 불행을 불쌍하게 생각하는 마음으로 인 (仁)의 시작이 되는 마음입니다. 수오지심은 불의를 미워하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으로 의(義)의 근본이 되는 마음입니다. 사양지심은 서로 양보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예(禮)의 기본이 되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시비지심은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마음으로 지(智)의 시발점에 해당되는 마음입니다.

    이와 같은 네 가지 마음 중에서 가장 핵심적 요소는 측은지심입니다. 측은지심이란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졌을 때,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달려가서 구하고 싶어 하는 마음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와 같은 측은지심이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의 근본이 되는 것입니다. 측은지심을 실천하는 방법은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는 마음과 행동입니다. 그리고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는 마음이 결국은 배려가 되는 것입니다. 또한 상대방이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판단될 때 우리에게 믿음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저는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는 마음이 곧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합니다. 힘이 있을 때는 물론이고 힘이 없을 때에도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하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그 선택의 조건 중에서 우리가 첫 번째로 고려해야 할 요소가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 휘 (창원문성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