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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산다 (4) 30대 워킹푸어의 홀로 집 구하기

  • 기사입력 : 2016-03-09 15: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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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자 살기에 많지도, 적지도 않게 월급을 받고 있지만, 여러 가지 사정이 겹치며 월급은 매달 지갑을 잠시 경유해 다른 곳으로 간다. 지난달 설 보너스로 숨통이 잠시 트이나 싶더니 조카 1호부터 5호까지에게 지갑을 여는 바람에 살림살이는 여전히 팍팍하다. 아, 조카 앞에 장사 없다.

    그럼 월급이 왜 통장을 잠시 스쳐 지나가는지 한 번 열거해보겠다.(혀 내두를 준비를 하시라.) 대학을 졸업하고 상경해 취업준비를 하면서 학원비와 생활비, 주거비로 500여만원을 빌려 현재 500여만원이 남아 열심히 갚고 있다.(절레절레) 취업을 했으니 차를 사야했다. 차 할부금으로 1700여만원을 빚져 현재 1600여만원이 남았다.(30개월이 남은 건 더 슬픈 일.) 한 달에 꼬박꼬박 50만원씩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빠져 나간다. 그밖에 언젠가 내가 죽었을 때 가족에게 안겨줄 사망보험금을 위해 보험을 들고 있고, 전화요금과 각종 세금, 차량 보험료가 꼬박꼬박 빠져 나간다. 최근에 치아 치료로 500여만원을 추가로 빌려 역시나 열심히 갚고 있다.

    더욱 슬픈 건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사실. 주거비가 또 발목을 잡았다. 비교적 저렴한 대학가라고 하지만 30만원에 가까운 금액은 꽤 부담스러웠다. 직장 생활 8개월 차. 이렇게 나는, 돈을 벌면 벌수록 가난해지는, 이른바 워킹푸어(working poor)가 돼 가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지은지 20여 년은 족히 돼 보이는 건물은 우풍에 매우 취약해 겨울엔 이불 안에서 한 발짝도 나가기 싫을 정도였다. 욕실엔 창문도 없어 늘 습기가 찼다. 세탁기도 한 대라서 8세대가 치열한 눈치게임을 펼쳤다. 왕복 4차선 도로 바로 옆이라 소음에도 무방비로 노출됐다. 새벽 한 시면 취객들이 늘상 도로를 점거하고 노래자랑을 해대는 통에 푹 잠들기 어려웠다. 이뿐이랴! 옆방에 사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은 곧잘 여자친구를 데려왔다. 방과 방 사이의 소음에도 취약했다. 삶의 질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었다.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생활을 이어나갔지만, 나는 지금보다 무리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조용한 나만의 공간이 절실히 필요했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 방구하기 어플로 조용하고 깨끗한 방을 알아봤으나 보증금이 저렴하면 월세가 비싸고, 월세가 싸다 싶으면 지금 사는 방과 큰 차이 없어 보이는 방이 널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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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0/35 게시물을 보고 가면 신축이 아닌 탓에 실망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어플을 삭제하고 직접 거리로 나갔다. 회사 주변을 크게 세 구역으로 나눠 신월동, 사파동, 사림동을 하루에 2시간씩 일주일 간 답사를 했다. '강남 위에 상남'이란 말이 있어 상남동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분리형 원룸을 기준으로 해 신축인지 아닌지 여부에 따라 전세와 월세, 전·월세로 나눠 샅샅이 누비고 다녔다. 신축 월세는 대체로 1000/40, 신축이 아닌 경우 500/30, 300/25 선에서 물량이 쏟아졌다. 전세는 신축이 무려 8000~1억원, 신축이 아닌 경우도 5000~6000만원은 족히 나갔다.

    전·월세일 경우 가격이 탄력적으로 형성돼 있는데, 비교적 깔끔하고 조용한 곳은 4000/20, 5000/15 정도였다. 서울 신림동에서 살았던 신축 원룸이 500/45 선이었는데, 창원 주거비도 그에 못지 않았다. 신월동>사파동>사림동 순으로 가격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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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 시장에서 잘 찾아 보기 힘든 분리형 원룸. 신축이라 해서 가보니 10년은 족히 돼 보이는 건물. 역시나 실망만 하고 발길을 돌렸다.

    방을 알아보던 중 부동산중개사무소도 들렀는데, 요즘 방구하기 어플로 사람들이 방을 많이 구하는 탓에 중개가 영 시원치 않다는 푸념도 들었다. 거리에선 '학생 방 구하나봐?' '좋은 방 있는데'라며 영업을 하시는 분들도 많았다. 이 분들에 따르면 방구하기 어플 탓에 세입자 찾기가 퍽 힘든 모양새였다. 또 조금이라도 싼 방을 구하기 위해 발로 뛰는 취준생들도 거리에서 더러 만났다.

    먹고 살기 힘든 세상임을 또 한 번 실감하며 '나는 다행히도 취업했으니 그래도 나은 편이구나'하고 나를 위로했다. 그 취준생들은 마음에 드는 방을 구했을까.

    우여곡절 끝에 내 공간을 얻었다. 힘들게 구한 방은 아래 사진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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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 구한 방 모든게 다 새거다!!!!!!!!!!!!

    지은지 6개월 된 신축 분리형 원룸으로 내가 첫 입주였다!(얼쑤)

    역시나 안에 있는 모든 제품은 새 물건! 드럼세탁기도 딸려 있고, 욕실은 창문도 있고, 세면대도 있다. 방에는 햇살도 잘 들어오고 꽤 널찍했다. 무엇보다 도로가가 아니고 한 층에 3곳 밖에 입주하지 않아 무척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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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이 분리돼 요리를 해도 옷에 냄새가 잘 배이지 않아서 안성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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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넓진 않지만 채광이 좋은 편. 창문이 많아 환기도 잘 된다^_^

    500/40을 고집하던 주인 아주머니와 마라톤 협상 끝에 500/35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도시가스라 난방비는 좀 걱정되지만 이번만큼 만족스러운 방을 구한 적은 처음이었다.


    언젠가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면 투룸으로 옮기고, 전세로 아파트도 구할 날이 오겠지? 내집 마련은 언제 할 수 있을까? 우선 열심히 일하자.

    어쨌든 무사히 새 집에 입성했다.

    ※다음 주에는 혼남의 '현실적인 원룸 셀프인테리어' 편이 이어집니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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