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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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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딸아이의 짧은 치마와 학교 규칙- 황선준(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

  • 기사입력 : 2016-03-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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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딸아이의 중학교 2학년 때 외모는 아주 눈에 띄었다. 몸에 짝 달라붙는 짧은 치마는 앉으면 속옷이 보일 정도였고 흰 파운데이션에 짙은 눈 화장과 입술 화장을 했다.

    지켜보다 하루는 아내에게 “애 치마가 너무 짧지 않냐? 민망하다. 엄마가 얘기 좀 하면 어떠냐?”고 했다. 아내는 “내가 봐도 짧다. 그러나 당신이나 내가 잔소리하면 저 아이는 그런 짧은 치마를 적어도 2년은 더 입을 것이고 잔소리하지 않으면 아마 1년 이내 벗어던질 것이다”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중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아이는 다양하게 옷을 입었고 화장도 자연스럽게 했다. 당시 딸아이가 다니던 학교는 외모에 대한 아무런 규칙이 없었다.

    일부 학생들은 이미 초등학교 5~6학년 때 화장을 시작했다. 우리 아이가 중학시절에 화장을 시작한 것은 순전히 우리 집에서 아이와의 논의를 거쳐 내린 규칙 때문이었다.

    필자는 스웨덴에서 27년 가까이 살다 지난 2011년 9월 귀국했다. 스웨덴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외모에 대한 규칙이 없다. 규칙이 있으면 외모가 아닌 학습과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떠들거나 장난을 쳐서 학습을 방해하는 것과 왕따 및 폭력으로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엄금하고 있다. 이외 수업시간에 모자(캡) 착용이나 핸드폰 사용 등에 관한 규칙들은 학교마다 다르다. 일부 교사와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모자를 쓰는 것이 수업에 방해되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또 핸드폰은 수업에 활용해야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많이 논란이 되고 있는 두발이나 치마길이 또는 화장 등은 아예 규칙의 대상이 아니다.

    왜냐하면 학습에 방해가 되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문제에 규칙을 만들면 스웨덴 아이들은 틀림없이 인권침해라며 반발할 것이다. 집에서든 학교에서든 아이들과 관련된 규칙은 아이들의 참여와 동의 없이는 실효성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만들지 않는다.

    스웨덴에서는 이와 같이 ‘아이들의 안전’, ‘좋은 학습 분위기’, ‘왕따와 폭력 없는 학교’라는 아이들이 공감하는 뚜렷한 교육적 목적을 가지고 아이들의 참여와 동의를 얻어 규칙을 만든다. 이런 바탕에는 우리와는 사뭇 다른 인식이 있다.

    첫째, 아이들에게 가능한 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성장하도록 한다. 금지, 억제, 통제보다는 허용과 장려에 초점을 두고 있다.

    둘째,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규칙을 만들어 지키게 한다. 어른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규칙이나 금지를 통해 아이들에게 강요하기보다는 아이들의 자발적 인식과 행동을 유도해 낸다. 즉 옳지 않은 것을 토론과 논의를 통해 깨닫게 하는 합리적 사고방식을 아이들의 머릿속에 심어 주는 것이다.

    셋째, 부모나 교사는 이와 같이 아이들이 문제를 인식하게 하는 것과 동시에 아이들이 필요할 때 언제나 가까이 있으면서 지원하고 이끄는 역할을 한다. 통제 아니면 방임이 아니라 아이들의 의사와 결정을 존중하고 대화하며 올바른 길로 이끄는 역할을 부모와 교사가 한다.

    이러한 스웨덴 교육방식은 신학기의 우리 교육현장에 많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 교칙은 뚜렷한 교육적 목표를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벌점이나 처벌을 통해 아이들을 통제하려고 하는가? 우리 교칙은 아이들의 참여와 동의를 얻어 만들어졌는가? 그래서 살아있고 실효성이 있는가? 무엇보다도 얼마나 많은 규칙들이 우리 어른들이 진정으로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돌보려는 관심과 사랑에서 만들어졌는가?

    특히 아이들의 참여는 민주의식과 남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시민의식의 성장에 필수적이다.

    교육은 결국 이런 참여를 통해 아이들이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자유인(개인)이 되어 공동체(사회)와 더불어 살게 하는 것이 아닌가!

    황선준 (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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