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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지배할 수 있을까?- 김동규(고려대 명예교수)

  • 기사입력 : 2016-03-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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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이세돌과 알파고(AlphaGo)라는 인공지능 간의 바둑대결에서 인간지능이 인공지능에 3회 연속 패배한 후 1승 하면서 세계적인 화두가 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언젠가는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능가하면서 인류는 기계의 노예로 전락하고 마는 시대가 도래하지 않을까 하는 예측이 가능하다는 전망을 낳고 있다.

    이에 관하여 영국의 천재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교수는 ‘100년 안에 인류가 인공지능을 갖춘 기계에 종속되고 결국 인류는 멸망에 이를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을 하고 있는가 하면, 페이스북의 CEO인 마크 저크버그는 ‘인공지능이 사람을 살리고 우주와 지표 아래를 탐사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나이로 치면 겨우 두 살밖에 안 되는 알파고가 평생을 바둑으로 보내면서 세계적인 정상에 오른 이세돌을 여지없이 돌파하는 실력을 발휘하는 것을 보면, 작가 이문열의 표현대로 ‘왠지 으스스하다’는 것은 틀림없다고 하겠다.

    과연 미래세계에서 우리들이 해야 할 모든 일들을 인공지능(기계)이 대신함으로써 인간은 모든 노동으로부터 해방되면서 행복한 삶이 가능할까에 대한 물음에는 결코 아니라고 본다. 왜냐하면 인간의 본능은 아무것도 안하고 사는 것보다는 무엇인가 일을 해야만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고 만족하는 이른바 성취욕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는 이것을 유적존재(類的存在)라는 개념으로 노동을 인간의 본질로 설명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은 아무것도 안 하면서도 마음대로 즐기고 놀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인간은 무엇인가 늘 생각하고 창조하는 과정에서 참다운 만족감을 갖는 본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령 마음대로 돈을 쓰면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지 하라고 해도 1년도 못 가서 실증이 나면서 일없이 논다는 것만큼 괴로운 것이 없음을 느끼게 마련인 것이다. 독방에서 노역도 안 시키고 지내는 죄수들 가운데는 오히려 일을 시켜달라고 사정을 하는 경우와 비슷한 현상이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되더라도 인간의 감성세계까지는 대신할 수 없을 것이다. 만일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성세계까지 대치 가능한 기술로 발전된다면 인간들과 대립되는 제2의 신인류가 등장하면서 엄청난 문명세계가 도래할 것이다. 이것은 과학문명에 의한 기계인간의 탄생으로 인류사에 무서운 재앙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본능에 어떤 임계점을 두어야지 무한하게 방치할 경우 인공지능이 인간의 유일한 가치인 노동의 영역까지 탈취하게 된다면 인간은 결국 기계의 노예로 전락하면서 인간성은 완전히 말살되고 말 것이다. 상상으로도 무서운 세계이다. 이러한 임계점이란 인공지능에 의한 의료기술의 개발이나 자연자원의 개발에 따른 편리함과 복지사회의 구현 등인 것이다.

    모든 것을 기계에 맡기고 인간들은 아무것도 안 하고 놀기만 한다. 지상천국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결국 인간들은 이상한 환경 속에서 이상한 삶의 형태로 변하면서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공지능도 인간지능에 의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한계점으로 그렇게는 안 될 것이라고 이어령 교수는 단정하고 있기도 하다.

    김 동 규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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