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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4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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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3) 보사교은(報謝敎恩)- 가르쳐 준 은혜에 보답하여 감사하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6-03-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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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교(佛敎)의 가르침에 사은(四恩 : 네 가지 은혜)이 있다. 부모의 은혜, 스승의 은혜, 삼보(三寶 : 佛, 法, 僧)의 은혜, 군주의 은혜이다. 도교(道敎)에도 사은이 있는데, 삼보 대신에 천지의 은혜를 들고 있다.

    어느 은혜나 값지지 않은 것이 없고, 또 모름지기 갚지 않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특히 공부를 하는 사람에게는 스승의 은혜가 가장 중요하다.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은 공부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여덟 살 되던 여름에 부친을 잃었다.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더 충격적인 일을 당했다. 12월 초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니, 양복 입은 사람들이 구두를 신은 채 방이고 창고를 들락날락하면서 고함을 치고 벼 가마니를 들어내고, 곳곳에 붉은 종이를 붙이고 있었다. 온 동네 사람들이 구경와 있었다.

    이것이 차압이라는 것이었다. 선친(先親)이 돌아가시기 직전에 우리 고향에 중학교를 설립하려고 했는데 설립 비용을 인근 금융조합 ‘농협의 전신’에서 대출을 받았던 것이다. 그 뒤로는 학교에서 돌아오다가 우리 동네 가까이 오면 집에 들어가기 싫고, 동네 사람 보기도 창피해 무슨 죄인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종의 유년기 우울증 같은 것이었다. 그러는 중에 우연히 ‘글 읽기’에 재미를 붙여 우울한 감정을 잊을 수 있었다. 책에만 눈을 박고 있으면 세상 모든 걱정을 잊을 수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설날 아침에 단군신화(檀君神話)를 읽고 나서부터 국사(國史)에 심취해 국사에 관한 책을 구해 보았다. 읍내 헌책방에서 고등학생들 국사 참고서를 사와서 다 외울 정도로 수도 없이 읽었다.

    그러다가 국사를 잘하기 위해서는 한문을 몰라서는 안 되겠다 싶어 한문 공부를 시작했다. 서당에도 안 가고 혼자 한자 옥편을 외웠지만, 한문 문장은 전혀 해석이 안 됐다. 국어사전에서 뽑아 고사성어사전을 만들어 다 외웠지만, 여전히 한문 문장 해석은 안 됐다. 그 뒤 한문에 문법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고등학교 때 유명한 교수들에게 한문 문법을 묻는 편지를 보냈다.

    연세대학교 교수 연민(淵民) 이가원(李家源) 선생만이 자기가 지은 ‘한문신강(漢文新講)’에 문법에 관한 내용이 있으니 사 보라는 답장이 왔다. 그 책을 보니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 같았다. 6개월 뒤에 한문 편지를 지어 보냈더니 또 답장이 왔다. 이렇게 해서 30년 가까이 한문으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제관계를 맺었다.

    항상 필자를 이끌어주고 나무라고 격려하여 한문학자로서 성공할 수 있게 해 주었다. 필자에게는 비교할 데 없는 큰 은인이다.

    지난 2월 말 ‘연민 이가원 평전’이라는 책을 지어 필자 후원회의 도움으로 간행했다.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고 감사하는 조그만 성의를 표하려는 뜻에서였다.

    * 報 : 보답할 보. * 謝 : 감사할 사.

    * 敎 : 가르칠 교. * 恩 : 은혜 은.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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