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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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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날개 -명예퇴직2 - 김일태

  • 기사입력 : 2016-03-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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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가 되려 하고 있다 아내는

    삼십오 년 달고 다니던

    보이지 않는 날개를 떼려 하고 있다

    키위새 같은 게 무슨 천사냐며

    한 번이라도 제대로 날아 보겠다던

    희망을 접겠단다



    몇 번의 고비 때마다

    새 됐다

    우스갯소리로 내색하던 아내가

    진짜 새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이다



    날개가 꼭 나는 데만 쓰이냐며

    둥지 속 아프고 시린 상처 덮고 보듬는

    그런 날개 단 새 되는 게 낫지 않겠느냐며

    겨울 나러 새끼들 거느리고 찾아든

    우포늪 흰뺨검둥오리 소리로

    아내는 말했다

    ☞ 말(言)에 마음이 격동되고 말에 밑줄을 긋는 시절이 있다. 젊은 시절이다. 이 땅에서 중년을 지나가다 보면 우습게 보이는 것이 말이다. 정치인의 말이든, 종교인의 말이든, 제법 대단하다는 선생의 말이든, 말이란 말은 대개 우습게 들린다. 공자처럼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불혹(不惑)’이 된다. 말에 혹하지 않게 된다. 말이 멀어질수록 절절히 다가오는 것이 ‘품’이다. 아프고 시린 상처 덮고 보듬어 주는 품. 자신만을 들어 올리는 ‘비상’의 날개가 아니라, 여럿을 품는 ‘품’의 날개. 이 날개가 바로 천사의 신분증이다. 아내들이여, 이 땅의 말 없는 품들이여, 지상의 천사들이여…. 이중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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