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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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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다시 배고픔의 시절로- 배종일(대신회계법인 공인회계사)

  • 기사입력 : 2016-03-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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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산다는 것은 결국은 먹거리의 문제다. 잘 먹으면 잘 사는 것이고 못 먹으면 못 사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는 먹을 게 별로 없던 나라였다. 역사가 기록된 이래로 우리 선조들은 배고픈 삶을 이어왔다. 오죽하면 보릿고개라는 말이 생겨났겠는가?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어른 어린이 할 것 없이 살과의 전쟁을 하고 있다. 눈만 뜨면 각종 다이어트 장삿속에 장단 맞춰 춤추고 있는 오늘의 대한민국 어른들은 옛날에는 듣도 보도 못한 성인병을 말 그대로 성인이라면 한두 가지쯤은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잘 먹고 있다. 잘 살고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잘 먹고 잘 살게 된 이유는 명백하다. 지구 역사상 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짧은 시간에 기적적으로 경제가 발전했기 때문이다. 한 개인으로 말하자면 찢어지게 가난했던 사람이 죽어라고 일만 해서 단기간에 벼락부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성장의 혜택은 당연히 경제를 발전시킨 당사자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요즘 연일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바와 같이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국가들 중 노인빈곤율이 최고로 높다고 한다.

    빈곤율은 대한민국의 전체 가구를 제일 소득이 높은 가구부터 낮은 가구까지 순서대로 세워서 딱 중간에 있는 가구의 소득을 기준으로 이 중간가구 소득의 50%이하에 속하는 가구의 비율을 말한다. 예를 들면 2015년 4인 가족 기준 대한민국 중간가구 소득이 월 420만원인데 이를 한 사람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1인당 월 100만원 정도가 중간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금액의 50%인 월 50만원의 소득이 빈곤율을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대략 50% 정도라고 하니 대한민국 노인들의 절반은 월 50만원의 소득도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고물가시대에 어떻게 노인부부가 월 100만원도 안 되는 수입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인가? 흔히 말하는 인간다운 생활(?)은 꿈도 꾸지 못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지구 역사상 가장 빠르게 경제성장시킨 주역들이 역설적이게도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가난해지고 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일까?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고 또 그러한 원인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기도 하겠지만, 우선 급한 것은 노인들의 소득수준을 높이는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두 가지 방법이 떠오른다. 하나는 노인들에게 연금을 많이 지급하는 것이다. 먹고살고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준이 될 때까지 연금지급 액수를 높이면 된다. 또 다른 하나는 노인들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노인들이 근로활동을 하는 대가로 소득이 높아지게 만들면 된다. 이 두 가지 방법 중에서 좋은 것은 노인연금의 절대적 액수를 높이는 것이지만 웬만큼 국가재정이 튼튼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유지할 수 없는 정책이다. 그렇다면 남는 방법은 단 하나, 노인들의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어쭙잖은 일자리는 다음과 같다. 노인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치안과 방범활동에 노인인구를 활용하는 것이다. 희망자의 신청을 받아서 노인 두세 명이 한 조가 되어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야간순찰을 하고 그 대가로 월급을 지급하면 노인들의 소득수준도 높이고 지역의 치안질서도 확보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경찰력을 유지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방법 중의 하나는 여성 노인인력을 공공육아에 이용하는 것이다. 젊은 부부의 육아부담을 덜어 줌으로써 출산율도 높이고 노인들의 소득도 증가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세상 모든 일이 급하게 진행하다 보면 항상 이런저런 문제를 일으킨다. 급하게 성장한 경제의 부작용들이 이제부터 대한민국에 하나둘씩 나타날 것이며 우리의 숙제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배종일 (대신회계법인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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