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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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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이상적인 권력의 균형- 박한규(대한법률구조공단 홍보실장)

  • 기사입력 : 2016-03-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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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지배하여 강제로 복종시키는 힘’이다. ‘다른 것에 작용을 미치어 반응이나 변화가 일어나게 하는 힘’인 영향력과는 강제성 여부에서 확연히 구분된다. 근대시민사회의 사상적 바탕인 천부인권설의 관점에서 보면 이 권력이라는 것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모두가 동의한 절차에 의해서 인정된 기관에만 권력이 부여되며 또 그 행사는 아주 제한적인 상황에서 정해진 절차를 엄격하게 지킬 때만 정당한 것으로 인정된다.

    이 ‘모두가 동의한 절차’ 중 가장 중요한 제도 중 하나는 투표이다. 유권자의 자유의지에 의해 투표로 선출된 지도자에게 국민은 자신에게 부여된 천부인권 중 일부를 제한하거나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어떤 행위를 강제할 수 있는 힘 즉 권력을 부여한다. 그런데 이 권력에 대한 인식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두 가지 암묵적인 절대 조건을 내포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권력의 주체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과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주체가 바뀌고 또 누군가에 의해 견제를 받는다는 뜻이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교차로가 엉키는 경우는 그리 드물지 않다.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 신호등의 색깔이 무엇이든 일단 앞차의 꼬리를 물고 따라간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답은 아주 간단하다. 내 순서가 돌아올 가능성이 아주 낮거나 아예 없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순진하게 각각의 색깔이 정한 약속을 지키는 동안 약속을 지키지 않은 많은 자들이 내 순서를 가로채 간다. 이런 상황을 연속 두 번만 겪고 나면 부처님도 예수님도 공자님도 참고 기다리지 않는다. 기회가 있을 때 자리를 선점해야만 한다. 빨간 신호에 정지할 수 있는 이유는 곧 파란 신호가 켜진다는 믿음이지 지키지 않았을 때의 벌칙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다. 영원히 정지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군림하는 자와 군림당하는 자로만 구분되고 또 그 관계가 변하지 않는 대표적인 형태는 노예관계다. 지금도 사회 어느 구석에 이런 관계가 존재하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이제는 거의 사라지지 않았나 싶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만 해도 부부간의 권력은 잘 배분돼 있다. 사안에 따라 나누는 것이 보통이고 전체적으로도 어느 일방이 좀 더 많이 가질 수 있지만 그래도 전부(全部)와 전무(全無)의 관계는 극히 드물지 않을까? 자식만 해도 나이가 들수록 상당 부분의 자율권을 인정한다.

    이상적인 권력균형은 어느 정도일까? 나의 지론은 55:45다. 조금 양보하면 60:40 정도. 이 수준을 넘어서는 권력배분은 반드시 부작용을 낳는다. 많이 가진 자는 오만해져 남용하게 되고 적게 가진 자는 비굴해져 상황 반전을 위해 온갖 술수를 부리거나 비이성적 방해를 통해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인정을 요구한다. 상호 존중은 실종된다.

    권력만큼 중독성이 강한 것도 또 그것만큼 무상한 것도 없다. 이 땅에 민주화의 차가운 봄이 찾아 왔던 1980년대 초반부터 연이어 국가 최고권력을 주고받았던 친구 둘은 비슷한 연배의 딸을 두었는데 그 딸들의 행보가 아주 닮았다.

    한 사람은 이혼했고 또 한 사람의 배우자는 최근 내연의 여자가 있고 또 그 여자 사이에 자식이 있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그 남편 둘은 모두 유명인사인데 최근 이런저런 이유로 세간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왜 이들은 최고권력자의 딸들과 결혼했으며 또 왜 그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을까? 이혼이 반드시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이 모습을 바라보는 보통사람의 눈에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2009년 이명박정부 초기 제주지검장은 물러나면서 이임사를 통해 Memento mori(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기억하라)를 인용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선거철이다. 민주주의의 한판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박한규 (대한법률구조공단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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