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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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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그래도, 투표소로 가야 한다- 김재익(논설실장)

  • 기사입력 : 2016-04-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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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3 총선 선거운동이 후반부로 접어들었다. 선거가 불과 6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 열기는 그리 달아오르지 않는 분위기이다. 연단 위의 후보들은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강조하면서 표심을 자극하고 있지만 이를 지켜보는 단하의 유권자들은 냉담한 반응이다. 선거 때만 되면 머리를 조아리고 한 표를 호소하는 정치인들의 행태가 곱게 보일 리가 없다. 당선 후에라도 국민을 위한 정치를 제대로 펼친다면 곱게 봐줄 수도 있지만, 패거리 정치에 휩쓸려 제 역할을 못하는 국회상을 수없이 경험했기 때문에 더 이상 속지 않겠다는 의미가 깔려 있는 듯하다.

    엊그제 한 모임에서도 화제는 선거 이야기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구의 후보에 대한 자질과 인물 평가 등을 한마디씩 얘기한다. 우리 주변 보통의 유권자들은 선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당리당략에 따른 정쟁과 공천 다툼 등 정치권이 국민에게 보여준 구태로 인해 정치 자체에 염증을 느끼고 선거가 무관심해진 유권자도 적지는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선거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자신이 행사하는 한 표의 무게감이 생각 이상으로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구를 뽑을까’ ‘어떤 후보가 좋은 후보인가’하는 스스로의 질문에서는 막혀 버린다. 현역 의원의 공천 비율이 높고 상대 후보도 4년 전 보았던 인물이 많다. 새 정치를 기대하기에는 선택의 폭이 좁게 느껴진다. 최근 선거 판세 분석에서 150명 가까운 현역 의원이 당선권에 근접했다고 한다. 19대 국회는 정치적 대립과 파행으로 얼룩진 실망스런 국회였다. 새롭게 물갈이가 필요한 마당에 많은 현역 의원이 당선된다면 최악의 19대 국회로 다시 돌아간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권자들의 선택을 어렵게 만든다.

    선거는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준비하는 정책들이 경쟁하는 장이 돼야 한다. 선거 후보자들은 정치혁신을 주도할 것이라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주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선거구가 사라지고, 계파 간 갈등으로 공천이 크게 지연되면서 유권자들이 후보들을 제대로 검증할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 권력욕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모습에서 정치인들에게 정치개혁에 대한 기대도 힘들다. 결국 유권자들이 나서서 정치개혁의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

    정치개혁을 위해서는 좋은 후보를 선택하는 길밖에 없다. 좋은 후보란 높은 학력과 많은 요직을 거친 경력, 흔히 말하는 스펙이 화려한 후보를 말하지는 않는다.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갖춘 자질과 인물 됨됨이가 제대로 된 후보라야 좋은 후보에 해당된다. 지역구 문제만 과도하게 챙기는 후보도 좋은 후보인지를 숙고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지역을 넘어 국가의 미래를 다루는 것이 더 중요한 덕목이다.

    현재 국내 정치는 정당정치 체제임에도 정당의 책임정치가 실종되는 등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정당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도 잃었다. 이번 선거에는 정당보다는 후보 개인의 살아온 과정을 살펴 투표하는 게 옳게 여겨진다. 정당에 대한 투표는 별도의 일로서 그 또한 중요하다. 정당이 지향하는 이념과 정책에 따라서 대한민국의 진로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투표할 만한 좋은 후보가 없다면 그 유권자에게는 괴로운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투표 포기는 더 괴로운 일임을 알아야 한다. 선거에 참여하지 않고 변화와 희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투표 포기는 희망도 함께 포기하는 일이다. 최선의 선택을 할 수가 없으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일과 모레는 사전투표가 실시된다. 사전투표를 한 후 선거일을 공휴일로서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현재로서는 정치권이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불신만 쌓일 뿐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투표소로 가야 한다.

    김재익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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