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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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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나의 애창곡, 가고파- 서일옥(시조시인)

  • 기사입력 : 2016-04-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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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는 여러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결집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애국가를 부를 때는 온 국민의 마음이 우리나라 대한민국이라는 생각을 단전 아래로 모이게 한다. 그래서 의식행사에는 의식가가 있고 각 학교마다는 교가가 있는 것이다.

    나는 노래 부르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한때는 성악가가 꿈이었던 적도 있었다. 수많은 노래 중에서도 우리나라 가곡이 좋고 가곡 중에서도 노산 이은상 선생께서 작사한 노래들은 거의 다 좋아한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나의 애창곡은 가고파다.

    해외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영국 외 여러 나라의 문화 탐방이었는데 학교를 둘러보고 우리나라 교육과 비교해 보는 시간도 가지는 유익한 일정이었다. 전국 교육계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는데 마지막 날 저녁 만찬 시간, 식사가 거의 끝나고 여흥은 무르익어 갔고 이쯤이면 노래가 빠질 리 없었다. 각 지역의 대표들이 나와서 노래를 한 곡씩 부르는 자리였는데 지명을 받은 나는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으면 어쩌나 저어하면서 당연히 나의 애창곡인 가고파를 불렀다.

    ‘내 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라고 노래를 시작하자 조용히 허밍으로 따라 부르는 사람들이 늘어나더니 시간이 조금 지날수록 한 사람, 두 사람이 같이 부르면서 나중엔 누구랄 것도 없이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의 손을 잡고 합창을 하였다. 거기다 어느 대학 교수님께서는 지휘까지 하시면서….

    그랬다. 가고파는 단지 우리지역 마산만의 노래가 아니었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가슴속에 퍼렇게 살아 숨 쉬는 온 국민의 애창곡이었던 것이다. 콧등이 시큼해지고 가슴이 벅차올랐다.

    노산 이은상 선생께서는 고향의 산인 노비산 이름을 따서 자신의 호를 ‘노산’으로 지을 만큼 고향 사랑이 남달랐다. 또 선생께서는 전통시조를 계승하여 많은 시조를 창작했고 기행문 등을 통해 조선의 자연을 노래하고 우리말을 지키는 노력을 하셨다.

    1932년 1월 5일 서울 행화촌에서 완성한 ‘가고파’는 어릴 적 노비산과 산호공원을 오르내리며 보았던 마산 앞바다를 그리워하며 고향에 가고 싶고, 고향 친구들이 보고 싶고, 고향을 떠나 있는 자신이 안타깝고, 동심의 세계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들을 시조 10연에 담았다.

    여기에 작곡가 김동진이 처음 4연만 작곡을 했고 40여년 뒤에 6연을 다시 작곡해 1973년 12월 10일, 숙명여대 강당에서 숭의여고 합창단에 의해 가고파 전편이 모두 발표됐다 한다.

    노산 이은상 선생의 감미로운 서정성이 가곡에 걸맞아 노래로 작곡된 것은 ‘가고파’뿐만은 아니다. ‘옛동산에 올라’ ‘고향생각’ ‘사랑’ ‘봄처녀’ ‘그 집앞’ ‘성불사의 밤’ 등 수없이 많아 이루 다 열거하기가 어렵다.

    이렇듯 아름다운 시와 음악이 만나 민족의 노래, 국민의 가곡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초석을 놓은 서정시인이 그 인생 전체를 부정하는 무모한 비판을 받고 그 노래들 또한 고향을 못 찾아 떠돌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는 작은 인연 하나만으로도 스토리텔링해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는 이 즈음에 우리 지역은 고품격 문화자산인 가고파를 어떻게 브랜드화해야 할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서일옥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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